튀르키예 여행 (카파도키아, 열기구, 야간버스)

저는 굳이 직항을 타지 않고 베이징을 경유해서 이스탄불로 들어갔고, 그 상태로 11시간 야간버스까지 탔더니 몸은 꽤 고됐지만, 이상하게 보람은 폭발했습니다. 카파도키아, 파묵칼레, 이스탄불을 국내선 두 번에 야간버스까지 타며 직접 돌고 나서 보니, 젊어 고생은 사서하는게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았고 지금이 그걸 해볼 수 있는 적당한 시기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카파도키아 도착 전 환전 필수

튀르키예 여행에서 환전 문제는 생각보다 빨리 시작됩니다. 이스탄불 공항에 내리자마자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 오거든요. 저는 트래블로그 카드를 준비해서 갔는데, 이스탄불 공항 ATM에서 확인해 보니 은행마다 출금수수료가 달랐고 수수료가 없는 할크방크(Halkbank)에서 환전할수 있었습니다. 카파도키아 공항(네브셰히르 공항)은 정말 단촐하기때문에 여기서 환전할 생각은 접어두는게 좋습니다. 공항밖으로 나가면 바로 호객 차량이나 택시기사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정신이 없기 때문에 미리 호텔이나 여행사 픽업 서비스를 예약해서 이용하는게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베이징 환승까지 했던 터라 꽤 지친 상태였는데 호객하는 택시기사랑 실랑이를 벌였다가는 다 포기하고 다시 한국에 돌아가고 싶을 뻔했거든요. 

  • 지라트 ATM: 수수료 약 8% 발생. 같은 공항이어도 차이 큼.
  • 괴레메 시내 ATM: 수수료 매우 높음. 현금은 이스탄불에서 미리 출금 추천.
  • 공항 픽업: 마이리얼트립 등 사전 예약 시 호객 스트레스 없이 이동 가능.

요약: 이스탄불 공항에서 ATM은 할크방크를 찾으세요. 괴레메 현지 ATM은 수수료가 높으니 미리 출금해두는 게 낫습니다.

카파도키아에서 직접 겪은 것들, 열기구부터 숙소까지

카파도키아 하면 열기구를 타야 한다고들 하죠. 저는 처음엔 무서워서 탈까 말까 진짜 많이 고민했습니다. 현지 투어 업체 두 곳을 돌아봤는데 100유로에서 110유로 사이로 가격은 비슷했고 결국 열기구를 탑승하기 보다는 일출 포인트에서 하늘 가득 열기구가 뜨는 걸 바라보는 것으로 대체했습니다. 인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는 풍경이었지만 그 안에 있기보다는 그 밖에서 관람하는게 더 멋진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새벽 5시쯤에 일출 포인트에 올라가면 입장료를 받지 않습니다. 일출 시간대에는 직원이 출근 전이라 30리라(약 1,000원) 입장료를 받을 사람자체가 없어서 무료입니다. 언덕까지 경사가 꽤 높아서 공복아침 유산소운동을 하는 느낌이라 좋았습니다. 새벽 5시인데도 사람이 엄청 많았고, 7월이었지만 새벽 에는 섭씨15도라 바람을 막아줄 겉옷을 챙겨가기를 추천드립니다. 제가 이번 여행에서 숙소를 선택한 기준은 위치와 가성비였습니다. 언덕 위가 아니라 이동하기 편했고 조식도 포함이었는데, 결정적인 단점이 에어컨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카파도키아가 훨씬 더워서 에어컨없이 지낼 수 있겠나 걱정이 앞섰는데, 다행히 선풍기가 있어서 버틸수있었습니다. 더위를 많이 타시거나, 여름에 방문하시는 분들은 숙소에 에어컨 설치 여부를 꼭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괴레메 시내에서 구글 평점 4.8점짜리 식당에서 스테이크를 시켰는데 500g에 1,800리라(약 63,000원)였습니다. 썰리는 모양은 나쁘지 않았는데, 막상 먹으니 소가 운동을 많이 했는지 힘줄이 많아서 고기를 씹는데 힘이 많이 들었습니다. 반면 데린쿠유 근처 현지인 식당에서 먹은 피데와 고기 구이는 같은 돈의 반값에 훨씬 부드럽고 맛있었습니다. 특히 렌틸콩 스프에 레몬을 뿌리니까 깊던 맛이 상큼하게 살아났어요. 현지인이 많은 동네 식당이 가성비도 맛도 괴레메 시내보다 확실히 낫다는 걸 직접 먹어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소금 호수(투즈 괼뤼)는 완전히 분홍빛이었는데, 호수 온도가 오르면서 미생물과 플랑크톤이 증식하며 생기는 자연 현상이라고 합니다. 발을 담글 수 있었는데 소금 농도가 높아서 신발이 상할 수 있다는 말에 최대한 얕은 곳에서만 즐겼습니다. 아이스크림 돈두루마도 여기서 처음 먹었는데, 카레브라는 재료와 계속 치는 공정 덕분에 껌처럼 쫀득쫀득했습니다.

요약: 열기구는 타지 않아도 일출 포인트 뷰만으로 충분히 값집니다. 식사는 괴레메 시내보다 외곽 현지 식당이 반값에 두 배 맛있습니다.

야간버스와 이스탄불, 실전에서 챙겨야 할 것들

의외로 야간버스가 편해서 이동하기 쉽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카밀코치 버스는 비행기처럼 승무원들이 음료와 과자를 서빙해 줬고, 짐에는 이름표를 붙여 수하물처럼 처리해줬습니다. 그런데 괴레메에서 데니즐리까지 11시간을 버스에서 누워 이동한다는 건 결코 쉬운일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한 시간쯤 달려 휴게소에 들렀을 때 멀미가 올 것 같아서 미리 챙겨온 멀미약을 먹었고 그 뒤로 바로 잠들었습니다. 참고로 휴게소 화장실은 유료입니다. 또 중요한 게, 종점까지 가는 버스가 아니라 중간에 여러 터미널을 들르는 노선이라 마음 편하게 자다가 방송을 놓치면 내릴 곳을 지나칠 수 있습니다. 저도 내릴 곳이 가까워졌을때 두 눈을 부릅뜨고 잠을 쫓으면서 겨우 내릴 수 있었습니다.

파묵칼레는 아침 8시 오픈에 맞춰 바로 갔는데, 입장료는 제가 방문했을 때 1인당 30유로였고 리라로 환산해서 실제로 맞는 금액인지 직접 계산기로 확인하고 결제했습니다. 티켓 매표소 사기가 있다고 해서 정신 바짝 차리고 결제했습니다. 여기서 파묵칼레란 석회암이 흘러내려 형성된 계단식 온천 지형으로, 로마 시대부터 피부병 치료를 위해 찾아올 정도로 역사적으로 효능이 알려진 곳입니다. 발을 담그면 석회 성분 때문에 피부가 보들보들해지는데, 그 덕분에 바닥이 미끄러워서 돌아다닐 때 각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맨발로 다녀야 하니 신발을 담을 봉투를 챙기고, 미끄러질 수도 있으니 미끄럼방지 양말을  챙겨 신으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이스탄불에서 조심해야 할 사기가 하나 있습니다. 길을 걷다가 어떤 사람이 동전을 흘렸는데, 제가 알려줬더니 갑자기 감사하다며 신발을 닦아주는 전형적인 수법이었습니다. 이렇게 접근해서 팁을 요구하는 방식이니 주의하세요. (출처: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먹는 것 중에서 이스탄불 최고를 꼽으라면  고등어 케밥과 바클라바입니다. 고등어 케밥은 핀셋으로 가시를 하나하나 다 발라서 줬고, 280리라에 토실한 고등어 살과 매콤한 양념 조합이 정말 잘 맞았습니다. 바클라바는 5대째 이어오는 세계 최초 바클라바 전문점이라는 곳인데, 1인분에 4조각 정도 받았고 부드럽고 달달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아서 진짜 맛있었어요. 

요약: 야간버스는 내릴 역 놓치지 않도록 미리 알람 설정 필수. 이스탄불에서 고등어 케밥과 바클라바는 꼭 먹고 오세요.

카파도키아에서 야간버스 타고 파묵칼레 가고, 거기서 비행기로 이스탄불 넘어오는 동안 몸은 꽤 지쳐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스탄불 호텔 조식당에서 보스포루스 해협을 바라보며 시미트에 꿀을 찍어 먹는 아침을 맞이했을 때는, 그 고생이 다 갚아지는 기분이었어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실제 경험이 다른 부분이 분명히 있는 나라인데, 그게 또 튀르키예 여행을 더 재미있게 만드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