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엘라 솔직후기 (나인아치브리지, 람프라이스, 직항)
당연히 스리랑카 여행을 처음가는 사람은 대도시부터 봐야 스리랑카를 제대로 이해하겠지라는 생각으로 두 도시를 중심으로 일정을 짜기 시작할겁니다. 그런데 직접 다녀오고 나니 결론은 정반대였습니다. 콜롬보와 캔디는 굳이 안가봐도 될것같았고 오히려 그 시간에 엘라를 하루 더 붙잡고 있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양인들이 몰리는 산간 도시 엘라, 막상 가보면 기대와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다른지 직접 확인한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엘라 나인 아치 브리지
기차를 타고 산을 넘는 한 시간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갔습니다. 창밖으로 안개가 걸린 능선이 계속 바뀌는데, 유명한 관광지도 아닌 그냥 지나가는 산 하나가 저렇게 예술이라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습니다. 엘라 기차역에서 내려 걷기 시작한 지 2분 만에 찾아간 숙소에서, 예약도 없이 무작정 처들어갔더니 마침 빈 방이 있었고, 조식을 불포함으로 약 2,000원에 묵었습니다. 가격이 너무 저렴한 편이라 일말의 양심으로 기대는 안했는데, 그래도 공용 공간까지 전부 깔끔한편이었습니다.
숙소 직원이 오후 일정이 따로 없으면 철로를 따라 걸어보라고 알려줬습니다. 반신반의하며 나가서 돌아다니다 막상 갈데가 마땅치 않아 기차가 다니는 선로 위를 무작정 걸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서 나인 아치 브리지란 영국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아홉 개의 아치형 석조 교각으로 구성된 철교로, 현재도 실제 열차가 통과하는 현역 교량입니다. 관광용으로 보존된 게 아니라 오늘도 기차가 그 위를 지나갑니다. 다가오는 기차를 가까이서 보는 순간 심장이 두근거리면서 무섭긴해도 떠나기가 싫었습니다. 경찰이 배치되어 있어서 혼란스럽기보다는 오히려 안전하게 관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경찰이 배치될 정도로 유명 관광지라 베트남에서 본 것처럼 그 선로 옆으로 카페들이 줄지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통유리 너머로 선로가 보이고, 실제로 기차가 지나가는 걸 음료 마시며 보는 구조입니다.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기차가 지나가는 것만 보더라도 시간이 멈춘듯 여유로운 느낌이었고 이 시간이 돌이켜보면 엘라에서 제가 가장 잘한 일이었습니다.
람프라이스 첫 도전
스리랑카 음식이 맛없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고 대도시에서 먹어보니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엘라만큼은 달랐습니다. 여기서 람프라이스란 네덜란드 식민지 시대 부르거 공동체에서 유래한 스리랑카 전통 음식으로, 밥과 여러 가지 반찬을 바나나 잎에 싸서 찌거나 구운 일종의 도시락 요리입니다. 이름도 처음 듣는 생소한 음식이었지만, 볶은 양파, 볶은 마늘, 볶은 버섯이 곁들여져 나오는게 한국의 밥과 반찬 구성이 비슷해서 거부감은 딱히 없었습니다. 스리랑카에서 익숙한 음식을 만날줄이야 상상도 못했습니다.
음식값은 전반적으로 스리랑카 물가 기준으로 비쌌습니다. 샌드위치나 버거가 10,000원 수준이면 한국이랑 거의 같습니다. 처음엔 당황했지만, 서양사람들이 많이오는 관광지라 생각하니 납득이됐습니다.
- 람프라이스: 네덜란드 식민지 시대 기원, 바나나 잎 포장 밥+반찬 세트. 엘라에서 처음 시도하기 좋음
- 코투: 로티를 잘게 썰어 볶은 음식. 엘라 기준 약 5,000원, 양과 맛 모두 만족
- 요약: 엘라 음식은 스리랑카 평균보다 비싸지만, 관광객 입맛에 맞게 조정되어 있어 실패 확률이 낮다.
유럽 출발 스리랑카 직항 항공권
엘라에서 걷다 보면 아이를 데리고 온 서양인 가족, 혼자 여행하는 젊은 여행자들이 계속 눈에 띕니다. 한국인이나 일본인 중국인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처음엔 분위기가 유럽 취향이라서 그런가보다하고 넘겼는데, 알고보니 유럽 출발 스리랑카 직항 항공권이 있었고, 스리랑카에서 한국으로 가는 항공권보다 저렴하다는 겁니다. 역시 이유는 접근성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엘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현지 사람들의 태도가 전반적으로 달랐습니다. 서양 여행자들이 오랫동안 드나든 덕분인지, 가게들이 깔끔하고 인테리어 감각도 있었습니다. 나무를 살리면서 그 위로 지붕을 얹은 카페, 새소리와 나무가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 여러 군데였습니다. 경찰이 일반 총기 대신 별도의 장비를 소지하고 있었는데, 위협적이라기보다는 "여기는 제대로 관리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스리랑카의 다른 도시와 확실히 결이 달랐습니다. 성공적인 여행지 조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교통 접근성이라는 말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콜롬보까지 가는 직항 항공편을 타고 다시 엘라까지 기차로 오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경험이고, 그 경험이 입소문을 탄 겁니다. (출처: Sri Lanka Railways 공식 홈페이지)
엘라 시내에서 도보로 출발해 약 40분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비교적 접근이 쉬운 전망코스로 리틀 아담스 피크를 트래킹 하고, 청결을 기대하기 힘든 마사지도 받아봤습니다. 엘라는 솔직히 말하면 상업화가 꽤 진행된 도시입니다. 그걸 불편하게 느끼는 여행자도 있을 겁니다. 저는 그 덕분에 음식이 입에 맞았고, 숙소가 깨끗했고, 도시 곳곳이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처음 스리랑카에 왔을 때 느꼈던 피로감이나 막막함이 엘라에서는 없었습니다. 누군가는 스리랑카를 왜 여행하려하는지 의문을 품을 수도 있지만 엘라는 확실히 다르다고 말할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