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천에서 홍콩 당일치기 (고속철도, 게살비빔면, 딩딩 트램)
저처럼 홍콩에 가고 싶은데 비행기 값이 부담스럽고, 이미 홍콩에 다녀왔지만 물가 때문에 오래 머물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드는 여행자라면, 솔직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했습니다. 심천(선전)에 머물고 있던 저는 아침에 느긋하게 택시를 잡아타고 푸톈역으로 향했습니다. 목적지는 홍콩, 소요 시간은 단 14분. 홍콩 사람들이 매 주말 심천으로 넘어오는 이유가 있다는데 , 저는 반대 방향으로 가면서 몸소 확인하게 됐습니다.
심천에서 홍콩까지, 고속철도 14분의 진짜 사용법
저희가 선택한 교통수단은 푸톈역(福田站)에서 출발하는 고속철도였습니다. 중국 본토와 홍콩 서구룡역을 직접 연결하는 노선으로, 국경을 넘는 이동 수단 중 가장 빠른 선택지입니다. 편도 요금은 1인 약 14,000원, 2등석 기준입니다. 처음엔 중국 쪽에서 출국 심사를 받아야 하는 줄 알고 한 시간 일찍 역에 도착했는데, 알고 보니 출국 심사는 홍콩 서구룡역에서 한번에 처리됩니다. 중국 측 푸톈역에서는 그냥 플랫폼으로 내려가면 그걸로 끝입니다. 티켓에 1시간 전 도착하라고 적혀 있어서 혹여나 무슨 변수가 생길까봐 서둘러갔지만, 사실 10분 전에 와도 충분합니다. 저처럼 한 시간씩 멍하니 앉아 기다리면 심심하기만 합니다. 반대로 홍콩에서 심천으로 돌아올 때는 출국 심사와 입국 심사를 모두 홍콩 서구룡역에서 처리하다 보니, 실제로 "1시간 반 전에는 오셔야 합니다"라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였음을 알수있었습니다. 저희는 그 말을 듣고도 15분밖에 여유가 없었는데, 아슬아슬하게 30분 안에 모든 수속을 마쳤습니다. 홍콩에서 출발하는 기차시간의 최소 1시간 전에는 역에 도착하시길 권합니다.
- 출발역: 심천 푸톈역(福田站) — 지하에 위치, 역 안에 루킨커피·편의점 완비
- 도착역: 홍콩 서구룡역(西九龍站) — 출·입국 심사 일괄 처리
- 소요 시간: 약 14분 (2등석 1인 약 14,000원)
- 귀환 시 주의: 서구룡역 출발 기준 최소 1시간 전 도착 필수, WeChat Pay 불가 — 신용카드 또는 홍콩 달러 현금 지참
홍콩까지 가서 꼭 먹어야 할 게살비빔면, 그 가격이 문제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가 이날 홍콩에 간 가장 큰 이유는 음식이었습니다. 삶은 면 위에 게의 내장과 알로 만든 진한 소스를 얹어 비벼 먹는 상하이에서 즐겨먹는 게살비빔면이 먹고싶었고, 홍콩 내 상하이식 식당에서 주로 판다고해서 찾아갔습니다. 저는 평소 게 껍데기 까는 걸 너무 귀찮아해서 게 요리를 거의 안 먹었는데, 이 메뉴는 누군가 다 발라놓은 상태로 나오니 저 같은 사람한테 딱 맞았습니다.
가격은 HK$150, 한화로 약 30,000원입니다. 여기에 군만두와 상하이식 돈가스 덮밥까지 시켰더니 두 사람 밥값이 HK$217, 약 37,000원이 나왔습니다. 홍콩에서 한 끼에 40,000원 가까이 쓰는 게 부담스럽게 느껴졌는데, 알고 보니 심천에 있는 홍콩식 식당에서는 같은 게살비빔면이 약 95위안, 즉 약 20,000원에 팔리고 있었습니다. 약 30% 이상 저렴한 셈입니다.
면 자체는 솔직히 좀 붇고 퍼진 면 스타일이라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게 소스를 면에, 그리고 돈가스 덮밥 쌀밥에 같이 비벼 먹으면 숟가락이 멈추질 않습니다. 같이간 일행은 굳이 홍콩까지 와서 먹을 정도는 아니다며 냉정하게 평가했지만, 저는 이 그릇 하나 때문에 홍콩 방문을 결정했고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다음번엔 면 대신 밥으로 주문해볼 생각입니다. (출처: 홍콩관광청)
홍콩 교통 총정리 — 딩딩 트램에서 페리까지, 진짜 비용
이날 저희는 거의 모든 홍콩 교통수단을 탑승했습니다. 버스, 지하철, 스타 페리, 그리고 딩딩 트램까지. 여기서 딩딩 트램이란, 홍콩섬에서만 운행하는 2층 노면 전차로, 홍콩 사람들이 '딩딩'이라 부르는 유서 깊은 교통수단입니다. 노선 어디서 타고 어디서 내려도 HK$3.3, 한화 약 600원으로 고정입니다. Visa 카드로 결제하면 HK$2.3까지 할인되기도 합니다. 에어컨도 없고 선풍기도 없어서 더운 홍콩날씨에는 솔직히 좀 힘들수있는데 트램이 달리기 시작하면 바람이 들어오면서 묘하게 놀이기구 탄 기분이 나고 홍콩영화 속에 들어온 느낌이납니다. 저는 그냥 셩완(Sheung Wan) 종점까지 타고 내렸는데, 그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고 트램을 탑승한다는 것 그 자체가 컨텐츠고 여행이라는 생각입니다.
스타 페리는 완차이에서 침사추이 방향으로 탔습니다. 약 10분 거리인데, 홍콩 스카이라인이 배 위에서 정면으로 펼쳐집니다. 뉴욕에서 자유의 여신상 옆을 지나는 통근 페리를 탄 적이 있는데, 그 기분과 비슷합니다. 여기에 완차이 호프웰 센터(Hopewell Centre)의 유리 외부 엘리베이터를 추가로 추천합니다. 17층에서 갈아타면 56층까지 도심 전경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내려오고 몇 분 뒤에 운행이 중단됐으니, 운영 시간을 반드시 확인하고 가시기 바랍니다. (출처: 홍콩 MTR 공식 사이트)
- 딩딩 트램: 홍콩섬 한정, HK$3.3 균일요금 (약 600원), Visa 결제 시 HK$2.3 — 에어컨 없음 주의
- 스타 페리: 완차이↔침사추이, 약 10분, 홍콩 스카이라인 감상 가능
- 호프웰 센터 유리 엘리베이터: 무료, 17층 환승 후 56층까지 — 운행 시간 한정
- 홍콩 택시: 기본요금 HK$29(약 6,000원)로 시작 — 심천 택시(3.5km 약 2,800원)의 약 3배
홍콩 vs 심천, 같은 음식·다른 가격 — 어디서 먹는 게 맞을까
게살비빔면은 홍콩에 비해 심천이 약 30% 저렴하고, 홍콩 카페에서 커피 두 잔에 약 20,000원을 쓴 날, 심천에서는 같은 돈으로 스페셜티 커피 두 잔에 디저트 브레드까지 해결했습니다. 그렇게 물가차이가 난다고 홍콩이 갈 가치가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저는 홍콩 특유의 분위기, 지하철 안에서 느껴지는 밀도, 스타 페리에서 바라보는 스카이라인 같은 것들은 심천에서 대체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며칠씩 머물며 전부 홍콩 물가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심천에 숙소를 잡아 두고 홍콩은 당일치기로 치고 빠지는 전략이 훨씬 현명합니다. 홍콩 사람들이 매 주말 심천으로 넘어오는 이유가 완전히 이해되는 경험이었습니다. 방향이 반대였을 뿐, 저도 그 논리를 그대로 거꾸로 활용한 셈이니까요.
여행에서 가장 오래 남는 건 이런 실제경험에서 오는 깨달음인 것 같습니다. 국경이라는 게 사실 문화를 딱 끊어낼 수 없다는 것, 홍콩 음식이 광저우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 그리고 심천과 홍콩이 역사적으로 같은 행정 구역이었다는 것까지 기차 14분을 타는 것으로 이 모든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