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러운 몽골 수도 여행 (한류, 이마트, 아파트)
저도 이번 몽골 여행을 계획하면서 몽골은 도착하면 바로 초원과 게르가 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실제로 본 모습은 울란바토르 시내에서 이마트 카트를 밀게될줄, 저녁엔 PC방에서 메이플스토리를 하게될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여기가 주소는 몽골이지만 한국에서의 일상이 전부 실현가능한그런 곳일줄이야. 경험해보니 제가 진짜 몽골에 오긴 한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30년 한류의 영향이 미친 울란바토르
몽골이 이렇게 된 건 하루아침의 일이 아닙니다. 한국과 몽골은 1990년대부터 수교를 시작했고, 그 이후로 몽골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일하고 생활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실제 인적 교류로 이어진 게 핵심입니다. 제가 현지에서 들은 얘기로는, 몽골 사람 10명 중 1명은 한국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다고 하고 한국말을 약간씩은 알아듣고 말할수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인이 몽골에가서 한국말로 인사를 하면 몽골사람들은 표정부터 달라지는걸 목격했는데 왠지모르게 고향에 온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험이었습니다. 공항에서 환전할 때부터 직원분이 먼저 "한국 사람이에요?"라고 물어봤습니다. 버스에서 옆자리에 앉은 분이 한국어 교재를 펼쳐 공부하고 있었고, 편의점에서 16살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친구가 먼저 콜라를 사줬습니다. 한국을 좋게 보니까 한국 브랜드를 믿고, 한국 브랜드를 믿으니까 이마트도 열고 편의점도 내는 구조가 됐다는 걸, 그 짧은 경험들 안에서 몸으로 이해했습니다.
복합쇼핑몰 형태의 이마트
울란바토르 시내를 걷다가 이마트 간판을 봤을 때, 솔직히 처음엔 눈을 의심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있는것 같이 몽골에서도 식품 파는 마트겠거니 하고 들어가봤는데, 들어가 보니 규모 자체가 달랐습니다. 여기서 이마트 울란바토르점은 단순한 마트가 아니라 헬스장, 플레이타임 , 푸드코트, 패션 브랜드 매장이 한 건물에 모여 있는 복합 쇼핑몰이었습니다. 내부를 돌아보다가 진짜 놀랐던건 노브랜드 제품들이 한국어 표기 그대로, 스티커 하나만 붙여서 진열돼 있었습니다. 충남 당진시가 원산지인 쌀이 있었고, 농협 애호박이 있었습니다. 김치 코너에서 쌈장 옆에 삼겹살이 놓여 있는 걸 보고는 '여기 한국문화에 진심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동시에 몽골 사람들의 주식인 고기 코너가 냉동 상태로 길게 이어져 있었는데, 여기에는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낯선 고기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한국 것과 몽골 것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공간이 그냥 몽골인이 많이사는 한국 어느 동네마트에 온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GS25, CU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신라면이 있고 데미소다가 있고, 바나나우유까지 있었습니다. 그 편의점 안에서 컵라면을 먹는데 "여기가 몽골이구나"라는 실감이 한 번도 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편의점 밖으로 나와 낮은 건물과 넓은 하늘을 봐야 비로소 "아, 나 몽골에 왔었지 참." 이렇게 체감됐습니다.
- 이마트 울란바토르: 식품 마트를 넘어 헬스기구 판매점, 키즈 플레이타임, 푸드코트가 합쳐진 복합몰 구조.
- 노브랜드·삼성·CJ: 한국어 표기 그대로 진열. 번역 스티커만 붙여 판매 중입니다.
- 몽골 식재료 비율: 편의점과 마트 모두 몽골 현지 식품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완전한 한국 복사본은 아닙니다.
몽골의 소비 트렌드에 대한 배경 정보는 출처: KOTRA 해외시장뉴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 숲과 PC방 — 주거와 일상 문화까지 이식된 것들
울란바토르 이마트 근처 주거 단지를 걸어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경기도 어딘가 아니야?"였습니다.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에 놀이터가 있고, 녹지 공간이 있고, 자전거 보관대까지 있었습니다. 심지어 아파트 동 번호도 403동으로 읽는 방식이 같았습니다. 제가 묵었던 숙소는 울란바토르 안에서도 고급으로 꼽히는 아파트였는데, 하룻밤에 18만 원이었습니다. 실내에 들어가 보면 붙박이장, LG 냉장고, 커피 머신, 방 두개 화장실 하나 구조까지 그대로 한국을 빼다 박았습니다. 커튼을 리모컨으로 여닫는 고급기능도 탑재해 있었고, 전반적인 마감재 선택이나 배치가 한국 신축 아파트와 거의 같았습니다. 그런데 설계한 곳은 한국 건축사가 아니라 몽골 건축사였습니다. 몽골 건축사가 한국식 인테리어를 적극적으로 참고했다는 뜻인데 저는 이 공간에 들어오니 더더욱 이거 누가 나를 속이고 있는 거대한 프로젝트 같다고까지 느껴졌습니다. 한 가지 확실히 다른 점은 천장 높이였습니다. 몽골사람들의 체구와 큰 키에 맞춰 한국보다 훨씬 높은 층고에, 같은 평수여도 훨씬 넓게 느껴졌습니다. 또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몽골의 기후 특성상 에어컨이 필요없어서 한국에서는 필수였던 에어컨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PC방은 백화점 안에 있었는데, 그 한국 고유의 형태가 거의 그대로 울란바토르에 이식되어 있었습니다. 카트라이더, 마비노기가 설치되어 있었고, 키보드에는 몽골 문자가 같이 써있는게 꽤나 충격적이었습니다. 요금도 크게 다르지 않았고, 자리 배치와 조명, 심지어 분위기까지도 제가 어릴 때 다니던 PC방 그대로였습니다. 왕년에 PC방을 좀 다녔던 사람으로서, 게임 딱 한판만 하려고 했는데 한시간이 후딱 지나가 있었습니다.
몽골의 도시 개발 현황은 출처: OECD 도시 발전 보고서에서 관련 맥락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여기는 몽골입니다 — 닮은 듯 다른 것들
GS25와 이마트와 PC방이 있어도, 몽골은 몽골만의 방식으로 그것들을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편의점 진열대 절반은 몽골 음식이 채우고 있었고, 마트 정육 코너에는 한국인 눈에 낯선 냉동 고기들이 가득했습니다. 고기가 주식인 나라에서 채소를 구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풍경이었습니다.
아파트 외관은 시멘트에 페인트를 칠한 한국과 달리, 철제 패널로 마감되어 있었습니다. 차들은 몽골 초원을 달려온 것처럼 하나같이 차체가 높고 흙이 묻어 있었습니다. 넓은 땅이 있는데도 이렇게 높은 아파트를 짓는다는 게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국은 땅이 좁아서 위로 올라갔는데, 몽골은 왜 이렇게 하는 걸까 의문이 들긴했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저는 몽골에 가서 초원과 게르를 볼 생각으로 갔다가 완전히 다른 여행을 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여행이 예상보다 훨씬 흥미로웠습니다. 다음에 울란바토르에 온다면, 이번엔 그 한국스러운 도시 안에서 몽골 사람들이 한국문화를 실제로 어떻게 받아들이며 살아가는지를 더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겉모습이 비슷해도, 사람 사는 방식은 또 다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