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가성비 여행 (슈니첼, 벨베데레, 비엔나소시지)
해외여행 가서 예산 계획 세워놨는데 하루 만에 두 배 넘게 써버린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으시죠? 저는 하필 먹을 것도 많고 볼 것도 많은 비엔나에서 그걸 경험해버렸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고 예산을 넉넉하게 분배하지 않았던 제 불찰이었습니다. 숙박비 포함해서 하루 12만 7천 원. 머릿속으로는 "오늘만 좀 쓰고 내일은 아끼자" 했는데, 그 다음 날 쓸 수 있는 돈이 11유로, 우리 돈으로 약 1만 5천 원이 되어버린 겁니다. 누군가는 왜 여행가서 돈을 아끼냐고 할수도 있지만 이런 절약하는 하루를 보내는 것도 새로운 비엔나를 알아 볼 수 있어서 솔직히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비엔나 첫날 — 슈니첼과 벨베데레 사이에서
유심 없이 비엔나를 돌아다니는 게 가능하냐고 묻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저는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방법은 단순합니다. 숙소 와이파이에서 미리 목적지를 검색하고 경로를 캡처해두는 겁니다. 중간에 루트가 바뀌면 스타벅스 같은 와이파이 되는 곳을 찾아서 그때그때 수정하고요. 불편한 건 맞습니다만 못 다닐 정도는 아니에요. 첫 번째로 먹으러 찾아간 건 오스트리아 대표 음식으로 꼽히는 슈니첼인데, 이게 송아지 고기를 얇게 펴서 빵가루를 입혀 튀긴 오스트리아 전통 요리입니다. 흔히 생선가스처럼 넓게 펴져 나오는데, 실물은 생각보다 훨씬 큽니다. 접시를 거의 다 덮을 정도였어요. 첫 한 입에 "이게 그 음식이구나" 하는 느낌이 바로 왔습니다. 고기가 얇아서 질기지 않고, 결이 느껴지면서도 쫄깃하게 씹히는 그 식감이 생각보다 인상적이었어요. 같이 나온 샐러드는 감자, 오이, 토마토 조합이었는데, 단순한데 상당히 잘 어울렸습니다. 거기다 오스트리아 국민 음료라는 걸 하나 시켰습니다. 슈퍼마켓에서도 사람들이 색깔 있는 음료를 많이 사더라고 싶었는데, 허브향이 나면서 묘하게 중독되는 맛이었어요. 빅사이즈로 시켰더니 6유로가 나왔습니다.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와서 생각하니 이왕 절약하기로 한거 식당에서는 참고 마트에서 사먹을 걸 후회되기는 하더라고요.
밥을 먹고 나서 간 곳이 벨베데레 궁전이었습니다. 여기서 벨베데레란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바로크 양식의 궁전으로, 클림트의 대표작 '키스'가 소장된 미술관으로 유명합니다. 제가 인터넷 사전 예매를 놓친 게 문제였어요. 현장에서 끊으면 20유로인데, 온라인 예매를 하면 15% 할인해서 17.70유로였거든요. 몰라서 현장 예매를 했습니다. 나중에 QR코드 안내를 보고 나서야 알았는데 이미 늦었죠. 이런 걸 '멍청비용'이라고 하더라고요. 이게 절약투어인지 멍청투어인지 솔직히 애매했는데 그런거까지 따질 기력이 남아있지않아서 그냥 넘기는게 30대의 여행이더라고요. 오디오 가이드는 5유로 따로 붙는데 빌렸습니다. 전화기 모양의 수신기를 귀에 대고 듣는 방식이라 조금 낯설었어요. 클림트 그림이 나오기 전까지는 솔직히 집중이 잘 안 됐는데, '키스' 앞에 서는 순간은 달랐습니다. 설명에 따르면 직각은 남성을, 꽃은 여성을 상징하며, 여성의 원근감을 의도적으로 제거한 구성이라고 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누가 설명해주는 소리를 들으면서 그림을 보니 뭔가 다르게 보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비엔나소시지 5.5유로 vs 3유로 — 짠내 여행의 현실
다음 날은 진짜로 달랐습니다. 쓸 수 있는 돈이 11유로. 빵만 사 먹어야 하나 싶었는데 운 좋게 숙소에 누군가 놓고 간 사과가 하나 있었습니다. 버려진 건지 두고 간 건지 애매했지만, 씻어서 먹었습니다. 이렇게 절약하는 하루의 아침은 해결했습니다. 그날 목표는 비엔나소시지를 최대한 싸게 먹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케밥이 더 가성비 좋지 않냐"고 하는데, 저는 그 나라에 왔으면 그 나라 음식을 먹어보고 싶었습니다. 케밥도 가격대가 나쁘지 않았지만, 참았습니다. 여기서 비엔나소시지란 원래 명칭이 '비어너 뷔르스텔'로, 비엔나(빈) 스타일의 얇고 긴 돼지고기 소시지를 뜻합니다. 바게트 빵 안에 끼워 케첩과 함께 주는 방식으로 주로 팔립니다. 같은 비엔나소시지를 5.5유로에 파는 곳도 있었고, 제가 알아낸 곳은 3유로였습니다. 차이가 있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돈이 없으니까 3유로짜리로 갔습니다. 뽀득뽀득 터지는 소시지 식감이 생각 이상이었어요. 슈니첼이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느낌이라면, 이건 노점에서 먹는 단순한 맛인데 현지음식은 길거리에서 먹는게 묘미거든요. 그날 시장도 걸었는데, 끝이 안 보이게 이어지더라고요. 식당 줄이 세 줄로 쭉 나열돼 있고, 먹을 것 천지인데 돈이 없으니까 구경만 했습니다. 골동품처럼 예쁜 잔이나 엽서, 누가 썼는지 모를 오래된 시계와 배지, 심지어 삼성 갤럭시 S2까지 팔고 있었습니다. 그게 제일 재미있었어요. 여기에서 사고 파는 물건들을 보면 도시의 성격이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특이한 건축물도 하나 봤는데, 기둥 하나하나가 곡선 형태로 돼 있고 직선이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디서 주워들은 얘기로는 그 나라에서 작가들에게 독특하게 설계해 달라고 제안해서 나온 건물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보면 "이걸 어떻게 만들었지"라는 생각부터 납니다.
- 비엔나소시지 가격 비교: 관광지 인근 5.5유로 vs 찾아간 노점 3유로 — 같은 음식이지만 위치에 따라 두 배 가까이 차이남
- 벨베데레 입장료: 현장 20유로 / 온라인 사전 예매 17.70유로 (약 15% 할인) — 사전 예매 필수
- 오디오 가이드: 5유로 별도, 전화기 형태 수신기로 제공
- 주말 마트 운영: 일반 마트는 주말에 대부분 문을 닫음 — 중앙역 인근 마트는 일요일에도 영업
- 유심 없이 이동: 숙소 와이파이로 경로 캡처 후 오프라인 사용, 스타벅스 와이파이로 중간 보완
슈니첼 먹고 떠나기 전에 — 비엔나 여행에서 남은 것
저는 여행 중에 "우리나라가 제일 편하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트램을 눈앞에서 놓치고 14분 기다리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편리함이라는 게 그냥 생기는 게 아니라, 거기에 맞춰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유지된다는 걸 밖에 나와서야 실감했습니다. 그 생각이 좀 슬프기도 했습니다.
비엔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두 가지 시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벨베데레, 호프부르크 왕궁 같은 유명 명소를 제대로 둘러보는 쪽과, 시장을 걷고 노점 소시지를 먹으며 도시 분위기를 느끼는 쪽입니다. 저는 둘 다 해봤는데, 예산이 넉넉하다면 전자가 후회가 없고, 돈이 없다면 후자도 충분히 비엔나다운 하루를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어느 쪽이 더 낫냐고 하면, 솔직히 후자가 더 자유롭고 피곤하지 않았습니다.
헝가리와 비슷하면서도 왕궁이나 궁전 규모에서 확실히 다른 느낌이 났던 비엔나. 인생 햄을 만난 것 같다고 했던 그 첫 끼와, 솜사탕처럼 녹으면서도 탱글탱글 결이 느껴지던 슈니첼은 오래 기억날 것 같습니다. 다음에 다시 간다면, 그때는 사전 예매 먼저 해두고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