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야마 무계획 여행 (항공권, 도미밥, 도고온천)

즉흥여행은 언제나 스릴있긴한데  숙소 예약 없이 비행기를 타는 게 이정도로 아슬아슬한 일인지 몰랐습니다. 항공권이 왕복 11만 원이라는 숫자 하나만 보고 마쓰야마행 비행기에 올랐고, 그날 밤에는 진짜로 노숙을 걱정해야 했습니다. 이 글은 그 여행 이야기입니다. 잘 짜인 여행기가 아니라, 계획이 없어서 벌어진 일이라 사실 일기장에 적어야 하는 내용에 가까워서 현실감 넘치는 이야기입니다.



왕복 11만 원짜리 항공권, 그래서 무작정 탔습니다

출발 당일 새벽 5시에 공항버스를 탔습니다. 인천에서 마쓰야마까지는 1시간 20분밖에 안 걸렸는데, 저는 그 시간 내내 자다가 눈 뜨니까 도착해 있었습니다. 제주도보다 가까운 거리인데 항공권은 왕복 11만 원이었으니, 이걸 안 가면 이상한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숙소도, 일정도 아무것도 안 잡았다는 거였지만요. 마쓰야마는 일본 4개의 섬 중 가장 작은 시코쿠 섬에 있는 소도시입니다. 여기서 시코쿠란 혼슈·규슈·홋카이도·시코쿠, 이 네 섬 가운데 면적이 가장 작은 섬을 말하는데, 그만큼 도시 규모도 아담합니다. 시내는 도보 30분이면 다 돌 수 있다고 할 정도니까요. 일본 대도시만 다니다가 이런 소도시에 오니까 건물도 낮고, 골목 음식점들도 아기자기한 게 마음이 이상하게 편안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요즘에는 이렇게 사람이 없고 조용하고 한적한 동네만 오면 이상하게 마음이 차분해 지는게 나를 찾는 여행을 하는것같아서 자꾸 이런 소도시를 찾게 되더라고요. 공항에서 내려서 입국심사를 마치고 나오면 바로 앞에 안내센터가 있는데, 여기서 한국 여권을 보여주면 한국인 전용 쿠폰을 줍니다. 쿠폰으로 마쓰야마성 입장권, 케이블카, 도고온천 입장권이 전부 무료고, 시내 가는 셔틀버스까지 공짜였습니다. 입국심사 끝나고 10시 반이었는데 10시 50분 버스가 딱 맞게 있어서 타고 20분 만에 시내에 도착했습니다.

도미밥(타이메시) 한 그릇이 마쓰야마를 설명해줬습니다

시내를 걷다가 할아버지 한 분이 먼저 말을 걸어오셨습니다. 한국인이냐고 묻더니, 저렴한 호텔을 같이 찾아주시고, 마쓰야마에서 제일 맛있는 걸 물어봤더니 타이메시를 드셔보라고 하셨습니다. 여기서 타이메시란 도미밥을 뜻하는 일본어로, 마쓰야마를 포함한 에히메현의 대표 향토 음식입니다. 별것도 아닌 것에 "친절하게 해줘서 고맙다"고 한 제 인사에, 할아버지는 "조심해서 놀고 다음에 또 와"라고 하셨습니다. 여행 중에 가장 진심으로 나오는 친절함이었습니다. 그날 저녁에 추천받은 카도야라는 가게에 갔습니다. 타이메시에는 우와지마식과 마쓰야마식 두 종류가 있는데, 제가 간 곳은 우와지마식이었습니다. 우와지마식은 도미를 날것, 즉 회 상태로 올려서 계란 노른자가 들어간 묽은 간장 소스에 비벼 먹는 방식입니다. 밥 위에 그걸 따라서 비비면 되는 건데, 간단히 생각해보면 간장으로 맛을 낸 회덮밥인데 당연히 맛이 없을 수가 없는 구조였습니다. 마쓰야마식은 도미를 쪄서 올리는 방식으로, 두 가지는 꽤 다른 음식처럼 느껴집니다. 반찬으로 나온 오뎅은 생선 뼈까지 갈아 만들었다고 하는데, 씹는 맛이 달랐습니다. 마쓰야마는 귤로도 유명합니다. 공항에 귤 분수가 있고, 도고온천 근처에는 귤 주스를 여러 품종별로 골라 마실 수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제주도처럼 귤로 이것저것 다 만드는 문화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온천 후에 귤 주스를 마셨는데 색깔마다 품종이 달랐고, 달 줄 알았더니 꽤 신맛이 강하더라고요. 신 것을 잘 못 먹는 저한테는 귤보다는 레몬에 가까워서 간식처럼 쉽게 까먹기는 어려워서 아쉬운 부분이었지만, 그것도 마쓰야마다운 맛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고온천, 무료 쿠폰이라 기대 안 했는데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저녁에 전차를 타고 도고온천에 갔습니다. 전차란 도심을 달리는 노면 전차를 말하는데, 마쓰야마는 이 전차가 대중교통의 핵심입니다. 내릴 때 1인당 200엔을 내면 되고, 카드와 현금 모두 됩니다. 운전석이 양쪽에 달려 있어서 반대 방향으로 갈 때는 그쪽 운전석으로 이동하는 구조였는데, 처음 보는 방식이라 신기했습니다. 도고온천 근처는 걷는 것 자체가 좋았습니다. 상점들이 늘어선 골목이 이어지고, 기념품 가게마다 귤 관련 제품들이 가득했습니다. 온천 건물 앞에는 백로 조각이 있는데, 다리를 다친 백로가 이 온천에 발을 담갔다가 낫고 떠났다는 전설이 있어서 도고온천의 상징이 됐다고 합니다. 공항에서 받은 쿠폰을 내밀었더니 바로 티켓으로 바꿔줬습니다. 신발 보관함에 100엔을 넣는데 나올 때 돌려받는 방식이었고, 수건도 빌려서 들어갔습니다. 내부는 온천탕 2개에 세면 시설이 갖춰진 구조로, 화려하지는 않고 그냥 깔끔한 동네 목욕탕 느낌이었습니다. 무료니까 기대를 낮게 잡고 갔는데, 나오고 나서 "안 올 이유가 없었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온천 후에 마시는 귤 주스 한 잔이 세트처럼 따라붙는데, 이건 건너뛰지 마세요. (출처: 도고온천 공식 사이트)

렌터카로 시코쿠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노숙 직전까지 갔습니다

다음 날 렌터카를 빌려서 마쓰야마에서 시코쿠 남쪽으로 내려가 봤습니다. 렌터카는 당일 예약 없이 바로 빌렸는데 하루에 약 7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마쓰야마 시내에서 남쪽으로 내려가자마자 배경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건물이 사라지고 초록만 가득했고, 도로 표지판에 멧돼지 조심 안내가 붙어 있었습니다. 중간에 오즈라는 곳에 잠깐 들렀습니다. 이름이 오즈의 마법사처럼 귀여워서 그냥 내려봤는데, 역 바로 건너편에 작은 빵집이 있었습니다. 녹차빵 하나가 700원 수준이었고, 식빵도 1,800원짜리가 있었습니다. 초코빵이 가장 맛있었는데, 빵 가격이 이렇게 저렴한 게 신기했습니다. 이후에 들른 철판 요리 가게에서 오꼬노미야끼와 볶음 짬뽕을 먹었습니다. 문제는 저녁부터였습니다. 해가 지기 전에 조금 더 내려가 보겠다고 출발했는데, 좁은 골목에 차가 끼어버렸습니다. 한참 동안 차를 빼다 보니 해가 완전히 졌습니다. 가로등도 몇 개 없는 시골이라 숙소를 찾기가 막막했고, 아고다에 검색해봐도 "이 도시에 숙소 없음"으로 떴습니다. 구글맵에 뜬 게스트하우스에 찾아갔더니 알고 보니 에어비앤비 숙소였고, 다른 곳도 당일은 안 된다고 했습니다. 진짜로 노숙을 각오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운전하다 보니 큰 호텔이 보였습니다. 도착한 곳이 우와지마였는데, 예약 없이 들어가 보니 다행히 자리가 있었습니다. 무료 음료 코너에 귤로 만든 배스 솔트까지 있었고, 책자에는 우와지마가 일본에서 가장 좋은 진주가 나오는 곳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당일 예약 없이 시골 소도시에서 숙소를 찾는 건 정말로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마쓰야마 시내야 당일에도 방이 있긴 했지만 평소 3만 원대 숙소가 6~7만 원으로 올라가 있었고, 시코쿠 남쪽 시골로 내려가면 숙소 자체가 없습니다. (출처: 아고다 일본 숙소 검색)

  • 마쓰야마 시내 당일 숙소: 평소 3만 원대, 당일 예약 시 6~7만 원 수준으로 상승
  • 렌터카 비용: 당일 예약 기준 하루 약 7만 원
  • 시코쿠 남쪽 시골 숙소: 아고다 기준 검색 결과 없음. 사전 예약 필수
  • 전차 요금: 1인 200엔, 내릴 때 지불
  • 도고온천: 공항 한국인 쿠폰으로 무료 입장 가능
요약: 시코쿠 남쪽은 숙소가 거의 없으므로 렌터카로 내려갈 경우 숙소 사전 예약은 선택이 아닌 필수.

마쓰야마는 무계획으로 가기에 딱 좋은 도시이기도 하고, 무계획이 가장 위험한 도시이기도 했습니다. 시내 안에서는 공항 쿠폰 하나로 온천·성·케이블카를 해결할 수 있고, 할아버지 한 분이 말 걸어와서 맛집과 호텔을 같이 찾아주시는 곳입니다. 그런데 렌터카를 빌려 시코쿠 남쪽으로 내려가는 순간, 숙소 없이는 정말로 노숙 직전까지 갈 수 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그 차이가 정확히 거기에 있었습니다. 11만 원짜리 항공권이 아깝지 않은 여행이었지만, 딱 한 가지만 미리 했으면 훨씬 편했을 겁니다. 숙소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