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여행기 (공항택시, 베쉬바르막, 물가)
처음 가는 나라 앞에서는 누구나 좀 쫄게 됩니다. 유튜브랑 인스타에서 "카자흐스탄 진짜 좋았어요"를 수십 번 봤는데도, 막상 인천공항 출국장을 통과하는 순간엔 그 말들이 하나도 안 믿겨지거든요. 비행기 탑승해서도 마찬가지로 비행기 안 분위기부터 다릅니다.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은 노선을 타게되니 미지의 나라에 대한 막연한 두려운 감정이 스물스물 올라왔습니다. 비행시간은 7시간인데 체감은 10시간, 눕코노미도 아니고, 그냥 멀뚱멀뚱 앉아서 시간을 보내다 도착한 알마티 공항에서 제일 먼저 맞닥뜨린 건 택시 흥정이었습니다.
공항 택시, 믿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공항에서 짐 찾고 나오자마자 바로 붙잡혔습니다. 카자흐스탄어인지 러시아어인지 모를 말로 말을 거는데, 알고 보니 공항에서 관광객 도와준다는 사람이었어요. 공식 미터 택시라고 하면서 시내까지 2천 텡게, 우리 돈으로 6천 원 정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여기서 텡게란 카자흐스탄의 화폐 단위입니다. 1텡게가 약 3원 정도 됩니다. 솔직히 6천 원이라니까 너무 저렴해서 오히려 의심부터 들었습니다. 연결해주시는 분처럼 안 생겨서 더 믿음이 안 갔고요. 공항 안에 있는 공식 택시 카운터도 가봤습니다. 가격표가 아예 정찰제로 확인할 수 있어서 투명하긴 한데 비싸요, 14km 기준으로 9천 텡게(27,000원)였습니다. 밖에 나오니까 흥정 택시 기사들이 킬로미터당 1천 텡게, 심지어 40달러도 부르더라고요. 결국 제가 탄 건 8천 텡게(24,000원)짜리였습니다. 피곤한 상태에서 너무 오래 고민하다 포기한 거예요. 이제 껏 찾아본 유튜브에서 봤을 때, 기사들이 막상 탑승하면 말 바꾸는 장면을 너무 많이 봐서 타는 내내 긴장했는데, 아저씨가 지도도 안 보고 정속주행으로 데려다주더라고요. 괜히 의심했나 싶었습니다. 택시 앱인 얀덱스를 한국에서 미리 설치하고 가입까지 했는데, 카드 등록이 안 됐습니다. 여기서 얀덱스란 카자흐스탄과 러시아에서 널리 쓰이는 택시 앱으로, 우리나라 카카오택시와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한국에서도 등록이 안 됐었는데 현지 오면 되겠지 했다가 도착해서도 안 됐고, 결국 이틀 뒤에 갑자기 돼서 그랜저 합승 택시를 탈 수 있었습니다. 합승이 단독보다 더 저렴하고, 탄 차 네비가 한국어로 나와서 깜짝 놀랐는데 알고 보니 그냥 한국 차라서 그런 거였어요.
- 공식 공항택시 카운터: 14km 기준 9천 텡게(약 27,000원). 가격표 있어서 명확하지만 가장 비쌉니다.
- 흥정 택시: 부르는 게 값. 40달러도 부릅니다. 피곤하면 질 수밖에 없습니다.
- 얀덱스 앱: 시내 기준 6천 텡게(약 18,000원). 카드 등록 안 될 수 있으니 현금 준비 필수입니다.
- ATM: 공항 내 줄 안 서있는 ATM도 수수료 없는 경우 있으니 도착 즉시 텡게 뽑아두는 게 낫습니다.
베쉬바르막, 2만 7천 원짜리 카자흐스탄 전통음식의 정체
제가 공복 18시간 상태로 음식점 문을 열었습니다. 숙소 사장님이 추천해준 곳이었는데, 베쉬바르막을 꼭 먹어보라고 하셨거든요. 여기서 베쉬바르막이란 카자흐스탄의 대표 전통 음식으로, 납작한 밀가루 면 위에 말고기와 양고기를 얹고 국물과 함께 내는 요리입니다. 이름 자체가 "다섯 손가락"이라는 뜻으로, 원래 손으로 집어먹던 음식입니다. 메뉴판에서 가격을 보니 8,400텡게(27,000원)였습니다.
보통 만 원 초반이라고 들었는데 두 배 가까운 가격이라 망설였지만, 배가 너무 고파서 그냥 시켰습니다. 먼저 나온 빵이 충격이었어요. 겉은 도너츠 느낌인데 안은 모닝빵처럼 폭신하고 진짜 퐁신퐁신한 게 너무 맛있었습니다. 같이 나온 사워크림은 아무 맛도 안 나는데 그냥 엄청 부드러운 게 묘하게 잘 어울렸고요. 주문 즉시 만들어서 20분 기다렸습니다.
고기는 말고기와 양고기가 섞여 있었는데, 솔직히 처음엔 구분이 안 됐습니다. 직원한테 물어봤더니 둥근 건 말고기, 다른 모양은 양고기라고 하더라고요. 말고기가 양고기보다 좀 더 가늘고 질긴 느낌이었습니다. 국물은 짭짤한 사골 맛인데, 소뼈가 아니라 다른 뼈로 끓인 맛이라 조금 낯설었어요. 여기서 식당 봉사료란 카자흐스탄 식당 대부분에 자동으로 붙는 추가 요금으로, 보통 10%가 붙습니다. 제가 낸 금액도 봉사료 포함해서 3만 원 가까이 됐습니다.
공복에 먹어서인지 맛있게 먹긴 했는데, 다 먹고 나서도 뭔가 배가 빈 느낌이었습니다. 가격이 비싸고 양은 적어서, 분위기 낼 일 있을 때 한 번 가보는 게 맞겠다 싶었어요. 나중에 호스텔 앞에서 만난 카자흐스탄 분한테 추천받은 바우르닥(Bauyrdaq)이라는 식당은 가성비가 훨씬 낫다고 했고, 베쉬바르막이 1만 원 정도였습니다. 같은 음식이 3분의 1 가격이니까 솔직히 조금 허탈했습니다. (출처: TripAdvisor 알마티 맛집)
알마티 물가, 실제로 얼마나 저렴한가
시내를 하루 돌고 나서 물가를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떤 건 너무 싸고, 어떤 건 서울이랑 비슷하거나 더 비쌌거든요. 그래서 이마트 같은 대형 마트에 직접 들어가서 가격을 다 봤습니다.
농산물은 충격적으로 쌌습니다. 감자 키로당 1천 원, 당근 키로당 9백 원, 양파 키로당 6백 원이었습니다. 납작 복숭아가 키로당 1,299텡게(3,600원)였는데, 제가 시장 첫 번째 가게에서 흥정해서 2천 텡게에 샀던 거라 좀 억울했습니다. 시장이 꼭 싸지는 않다는 걸 직접 겪어봤습니다. 수박은 키로당 6백 원이라서 7킬로짜리 사도 4천 원 정도예요. 한국 수박 가격이랑 비교하면 거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반면 한국 수입 식품은 예상대로 비쌌습니다. 삼각김밥이 700텡게(2,100원), 빙그레 우유 200ml가 약 2,400원이었습니다. CU 편의점이 한국이랑 똑같이 운영되고 있었는데, 무선충전에 옷걸이까지 있고 내부 구조도 거의 동일했습니다. 라면은 신라면, 삼양 등 한국 유명 제품이 다 있었고, 삼각김밥도 참치마요 종류가 있었습니다. 다만 밥알이 흩날리고 참치마요가 적은 게 한국이랑 조금 달랐어요.
시장에서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과일이었습니다. 생애 처음 먹어본 납작 복숭아가 딱 잘 익은 백도 맛이었고, 블루베리는 한국에서 먹던 것과 차원이 달랐습니다. 카자흐스탄산인가 했더니 중국산이라고 하더라고요. 시장에서 사과 3개에 복숭아 2개가 3천 원이었습니다. 여기서 알마티란 카자흐어로 "사과가 많은 곳"이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사과 시식을 드렸더니 그냥 한 알을 다 주시더라고요. 단단하고 아삭한 게 진짜 사과 맛이었습니다. (출처: Lonely Planet 알마티)
- 채소·과일: 한국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시장은 흥정 필수, 마트가 오히려 더 저렴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 한국 수입품: 편의점 삼각김밥 2,100원, 소형 우유 2,400원으로 한국보다 비쌉니다.
- 이동 수단: 킥보드 얀덱스 15분 2,100원, 볼트 60분 2,400원. 볼트가 훨씬 가성비 좋습니다.
- 식당 음식: 샤슬릭(꼬치구이) 같은 로컬 식당은 가성비 좋고, 관광객 대상 레스토랑은 서울 수준이거나 더 비쌉니다.
떠나기 전에 "다들 왜 그렇게 좋아했을까"가 궁금해서 간 여행이었는데, 직접 겪어보니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물가가 무조건 싼 게 아니라, 로컬 음식이랑 로컬 장보기는 확실히 싸고 퀄리티가 높다는 게 맞는 말이었습니다. 대신 관광객 동선에서 벗어나서 현지인과 가까운 경험을 해야지만 그 저렴한 물가를 느낄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서울이랑 큰 차이를 못 느낄 수도 있습니다. 비가 와서 도시를 반쯤밖에 못 봤지만, 다음에 가면 현지 정통 베쉬바르막을 꼭 먹어볼 생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