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홀여행 맛집 후기(졸리비, 크리, 맹그로브숲, 우베코)

여행가는 것이 곧 맛집을 탐방하러 가는것과 동의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텐데요 저 역시 그렇습니다. 특히나 해외는 한국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그 나라만의 고유의 문화가 접목된 또 다른 새로운 미식문화를 만나러 가는게 최우선이라고 생각하면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근데 필리핀여행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그 나라만의 고유한 맛이나 미식문화, 맛집이 있으신가요? 저는 없었습니다. 사실 필리핀으로 가는 항공권을 구매하기 전까지 저는 제가 필리핀에 여행갈거라고 생각해본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만큼 기대도 하지 않고 떠난 보홀에서 제가 만난 필리핀 음식들은 여러모로 충격적이었습니다. 


식사시간 아닌데도 화장실 앞 구석자리 겨우 차지했던 보홀 맛집 졸리비

오전에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다가 느지막한 점심으로 호텔에서 5분거리에 있는 졸리비를 찾아갔는데 웬걸 보홀에 있는 사람은 여기 다 모여있는듯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점심식사시간이 지났는데도 2층에 있는 화장실 앞 구석자리를 겨우 차지할 정도였으니까요. 주문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이 다 비슷한걸 먹고있더라구요. 치킨버켓, 토마토스파게티, 치킨샌드위치 딱 세가지를 주문했는데 도합 이만원정도였는데, 양이 어마어마하게 푸짐해서 이 가격에 이 정도 양이면 매일 이거만 먹을 수 있겠더라고요. 
한국인 여행객에게 유명한 식당은 1인당 이만원 꼴로 식비를 감당해야하는데 졸리비는 셋이서 이만원이라니 너무 충격적인 물가였는데 맛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치킨을 그레이비소스에 찍어먹는 게 느끼하다고 생각할수있는데 이게 졸리비의 별미였습니다. 한국에선 그레이비 소스가 흔하지도 않은데 이걸 치킨에 찍어먹는 문화가 없습니다. 이 맛있는 조합이 왜 유행하지 않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되지만 제 생각에 우리나라에 이게 유행했다가는 졸리비만 삼시세끼 먹는 사람도 많아질것같고 포동포동 살찌는 건 시간문제 인 것 같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한국에는 졸리비가 없기때문에 필리핀에 이 졸리비만 먹으러 다시 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다시 간다면 졸리비는 무조건 여행 일정 중 두 끼 이상은 먹고 오겠다고 다짐했을 정도로 반했습니다.

현지 바베큐음식점 크리, 1층 닭 2층 파리 현지 느낌 제대로

먼저 보홀여행을 갔던 직장 동료를 통해 추천을 받아 갔습니다. 미리 예약하고 픽업서비스를 이용해서 갔기때문에 보홀 메인스트리트에서는 거리가 좀 있었지만 식당에 도착해보니 손님이 한 테이블도 없어서 당황스러웠습니다. 게다가 식당 마당에 풀어진 닭이 식당 내부까지 들어와  테이블 주변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매우 현지스러운분위기에 2차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래도 어떡해요 왔는데 , 대신 식당측에서 조류공포증이 있는 일행을 배려해서 닭이 못오는 2층에 앉게 해주셨습니다. 근데 여기가 현지 스타일 식당이라고 했잖아요? 닭이 드나들수있을만큼 문도 없고, 창문도 당연히 없습니다. 그래서 식사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주문한 바베큐플래터가 등장하니까 갑자기 주변 풀숲에서 초대하지 않은 파리가 계속 오는 거에요. 그것도 한두마리도 아니고 한번에 서너마리씩 손으로 쫓아도 계속 음식에 달려들어서 먹는 내내 파리를 쫓느라 양손이 쉴새가 없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밥을 먹은 적은 처음이라 너무 당혹스럽고 신기했어요. 파리랑 겸상하는것도 모자라 파리가 내 음식에 손 못대게 치열하게 밥을 먹어야 한다니. 제일 맛있던 건 곰돌이 모양 망고얼음이 올라간 망고주스였고 이거나 한 잔 더 먹고싶었습니다. 밥은 파리때문에 코로먹는지 입으로 먹는지 맛도 잘 기억나질 않아요. 밥을 다 먹고 리조트로 돌아가려는데 바로 옆에 같은 사장님이 하는 신상 마사지샵이 있더라고요. 밥먹으면 마사지 할인도 해준다고 해서 냉큼 들어가봤는데 시설이 너무 새것이라 좋아서 바로 발마사지를 받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즉흥적으로 마사지를 받겠다고 한건 또 평소 잘 안하던 행동인데 여행지에 오면 이렇게 안하던 일도 생기고 탈선하는 기분이라 묘한 쾌감이 들어서 좋더라구요. 발마사지는 인당 2만원이었는데 준비해간 필리핀 페소, 달러 둘다  현금이 없어서 어쩌지 싶었는데 사장님이 한인이라서 카카오뱅크 계좌이체로도 결제가 가능하다길래 손쉽게 해결했습니다. 필리핀에는 한인업체가 많다보니 결제가 쉬운게 또 장점이더라구요.

맹그로브숲 리조트 식당, 음식은 기억도 안 나는데

다들 꼭 간다고 하는 맹그로브 숲, 그리고 그 근처 부두에서 노을지는 야경을 보러 일일투어를 신청해서 갔는데, 저녁식사는 그냥 그 근처 리조트 식당에서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별 생각도, 기대도 없이 리조트 식당이니까 비싸도 맛이 없진 않겠지 싶어서 대충 해결하려고 들어갔습니다. 피시앤칩스는 필리핀 음식은 아니니까 맛없기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생선 튀김옷에 카레향이 맴도는 순간, 흠칫했습니다. 인도식 피시앤칩스인건가싶었는데 먹어보니 맹그로브 숲에서 사는 민물고기를 바로 잡아다가 튀긴건지 생선살에 흙냄새가 진하게 남아있더라고요. 이 냄새를 덮어보려고 진한 향신료를 쓴거 같은데 글쎄요 크게 소용은 없었습니다. 감자튀김이 제일 맛있었으니까요. 갈비찜이라는 이름의 메뉴가 있길래 설마 한식인가 싶어서 주문했는데 비프부르기뇽같은 양식이더라고요. 음식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편이지만 마케팅실력은 뛰어난 것 같습니다. 한국인의 향수를 자극하는데 성공했으면 말 다했죠. 그래도 좋았던건 음식 맛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이 식당에서 밥을 다 먹고  뒷문으로 이어지는 맹그로브 숲길을 쭉 통과하면 보이는 태평양 노을이 진짜 사기같았습니다. 여기서 봤던 노을, 그 때 맞았던 바람 이런 감각이 여전히 기억날 정도로 생생하고 짜릿한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우베코, 단 3일 만에 고국이 그리웠다

아마도 한국인에게 보홀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이라고 하면 여기를 꼽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저도 어디선가 본 한국인여행자의 소개로 우베코를 가게되었으니까요. 보홀메인스트리트에서 멀고 픽업서비스도 없는데 그랩이나 툭툭 타고 알아서 찾아가야 하는데도 다들 찾아간다고 하더라고요. 심지어 피크타임에는 예약도 해야한다는데 저는 예약을 하게되면 거기에 맞춰서 일정이 제약받는게 싫어서 일부러 애매한 시간에 예약없이 방문했습니다. 근데 가서보니 애매한 시간에도 테이블이 꽉차서 딱 한자리 남아있던곳에 겨우 앉을 수 있었습니다. 하마터면 예약안하고 방문한걸 땅치고 후회할뻔했습니다. 치킨가라아게가 올라간 코코넛커리는  인도식 커리도 아니고 한국식도, 일본식도 아닌 오묘한 맛인데 ,그걸 먹으니 며칠 만에 한국음식이 그리워 사무치는 맛이었습니다. 필리핀에서 이렇게 감정을 움직이는 맛을 처음 맛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입맛에 맞는 음식이 주는 중요한 것을 며칠 잊고 살았다니, 잠들었던 세포가 깨어나는 느낌이었달까요. 커리, 파스타 등등 메뉴는 분명 한식이 아니었지만 맛에서 느껴지는 한국인의 소울이 심금을 울렸습니다. 제일 맛있었던 건 코코넛커피스무디였는데, 이건 진짜 필리핀의 맛이었어요. 왜냐면 한국은 코코넛 파우더로 만든 스무디만 먹을 수 있는데 보홀은 코코넛 산지 잖아요. 이게 바로 코코넛스무디 맛의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필리핀에 맛집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오해입니다. 필리핀은 졸리비, 그 자체거든요. 저는 필리핀에 다시 가면 졸리비는 무조건 여행 일정에 두 끼 이상은 먹고 올겁니다. 그게 필리핀을 가는 항공권을 구매하는 이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거든요. 과장이라고 생각하신다면 당신은 졸리비를 안먹어본 사람이라고 간주하겠습니다. 졸리비는 필리핀에서밖에 못먹습니다. 괌에서 먹었던 졸리비는 또 다른 맛이었거든요. 분명히 졸리비 음식맛에는 필리핀이 소울이 담겨있는게 확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