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소도시 탐방기 ( 말라가, 네르하, 프리힐리아나)


합승택시로 이동한 말라가

나는 공항에서 미리 예약해둔 합승 택시를 타고 말라가로 이동했다. 기차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속도까지 빨라서 굳이 다른 교통수단을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 도착해서는 숙소를 예약하며 정신없이 트램을 갈아탔는데 티켓 구매 방법을 몰라 헤매다가 경비원의 도움을 받아 카드로 간단히 태그하고 탈 수 있었다. 시내에 들어서니 생각보다 도시 규모가 커서 놀랐다. 성당을 몇 군데나 이미 둘러본 터라 이번에는 들어가지 않고 골목을 천천히 걸어 다녔다. 길가에는 동전을 넣고 원하는 색을 골라 나오는 기념 동전 자판기가 많았는데 크기도 작고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아 여행 기념품으로 모으기에 딱 좋았다. 배가 고파진 나는 리뷰가 좋았던 타파스 가게에 들어가 감바스와 고기찜 크로켓을 주문했다. 기름지면서도 깊은 감칠맛이 도는 국물에 식전빵을 찍어 먹으니 계속 손이 갔고 매콤한 감칠맛은 한국 사람 입맛에 그대로 통하는 맛이었다. 처음 들어갈 때는 손님이 없어 눈치가 보였는데 나올 때 보니 어느새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네르하에서 알게된 시에스타의 필요성

배를 든든히 채운 나는 언덕 위에 있는 알카사바로 향했다. 성벽을 따라 한 바퀴 도는 구조였는데 꼭대기에 올라서자 말라가 시내가 탁 트인 채로 펼쳐졌다. 한낮의 스페인 햇살은 정말 따가워서 걷는 것조차 쉽지 않았고 나는 자연스럽게 오후 세시부터 다섯시까지 이어지는 시에스타 시간을 지키기로 했다. 숙소는 새로 지은 듯 깔끔했고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아 만족스러웠다. 낮잠으로 체력을 회복한 뒤에는 항구 쪽으로 나가 산책로를 걸으며 정박해 있는 크루즈와 요트를 구경했다. 바닷가에는 벼룩시장처럼 좌판이 늘어서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파도가 생각보다 거세서 수영할 마음은 사라졌지만 멀리서 바라보는 지중해 풍경만큼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시내를 걷다 보니 종이의 집 촬영지로 알려진 은행 건물과 독특한 색감의 대학교 건물도 눈에 들어왔다. 마침 부활절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거리 곳곳에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 행렬을 준비하고 있었고 그 낯선 풍경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작은 섬마을 치즈케이크맛집 프리힐리아나

다음 날 나는 버스를 타고 프리힐리아나라는 작은 마을로 향했다. 하얀 벽에 파란 창틀이 어우러진 골목은 그리스의 어느 섬마을을 연상시켰고 벽마다 수시로 덧칠한 흔적이 남아 있어 마을 전체가 늘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전망대에 올라 스위트 와인을 한 잔 테이크아웃해서 마시며 지중해를 내려다보는 순간이 특히 좋았다. 그러다 우연히 들른 가게에서 치즈케이크 냄새에 이끌려 한 조각을 샀는데 지금까지 먹어본 치즈케이크 중 가장 진하고 균형 잡힌 맛이었다. 가격도 삼 유로 정도로 부담이 없어서 하나 더 사고 싶을 정도였다. 다시 버스를 타고 네르하로 넘어간 나는 구글 지도에 유럽의 발코니라고 적힌 전망대에서 삼백육십도로 펼쳐지는 바다 풍경을 감상했다. 저녁에는 음료 한 잔마다 타파스를 무료로 주는 가게를 찾아가 감바스와 감자 요리를 시켰는데 술 두 잔과 여러 접시를 먹었는데도 가격이 놀랍도록 저렴해서 다음 끼니도 다시 그곳을 찾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