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소도시의 매력 (코르도바, 메스키타, 론다)
기차타고 도착한 코르도바
나는 이른 아침 기차를 타고 코르도바에 도착했다. 새벽부터 움직이는 일정이라 몸은 조금 피곤했지만 기차 안에서 느낀 설렘이 피로를 눌러주었다. 숙소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는데 도착해서 보니 생각보다 훨씬 근사한 곳이었다. 지은 지 일 년도 되지 않은 신축 건물이었고 놀랍게도 호텔 바닥 아래로 오래된 유적이 그대로 보이는 구조였다. 오래된 도시 위에 새 건물을 올린다는 게 신기했다. 짐을 풀고 나서 곧바로 아침을 먹으러 나갔다. 구글 지도만 믿고 찾아간 빵집은 문이 닫혀 있었지만 근처에서 빵 굽는 냄새를 따라가다 보니 다른 가게를 발견했다. 그곳에서 갓 짜낸 오렌지 주스와 하몽을 올린 토스트를 주문했다. 오렌지 주스는 정말 그 자리에서 짜주는 느낌이 났고 상큼한 단맛이 인상 깊었다. 거리 곳곳에 오렌지 나무가 서 있고 잘 익은 오렌지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풍경도 낯설고 신기했다. 이른 아침부터 이렇게 여유로운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여행의 즐거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메스키타 대성당
아침을 먹은 뒤에는 코르도바의 상징인 메스키타 대성당으로 향했다. 무료입장 시간에 맞춰 들어갔는데 내부는 성당이라기보다 거대한 박물관 같은 느낌이었다. 기둥이 끝없이 이어지는 공간을 걷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성당 옆에 있는 종탑도 함께 올라갔는데 입장료가 크지 않아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었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층이 계속 나타나서 놀랐고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코르도바 시내 전경은 정말 잊을 수 없었다. 좁은 골목을 따라 걸으며 기념품 가게도 구경하고 우연히 발견한 엠파나다 가게에서 간식도 사 먹었다. 오후에는 숙소로 돌아와 잠깐 낮잠을 자며 체력을 회복했다. 스페인 사람들이 낮잠을 즐긴다는 시에스타 문화를 그대로 따라 해 본 셈이었다. 저녁이 되자 거리는 다시 활기를 띠었고 나는 살모레호라는 차가운 토마토 수프와 튀긴 가지 요리를 주문했다. 특히 튀긴 가지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웠으며 달콤한 소스가 곁들여져 있어 인상 깊었다. 마지막으로 먹은 바나나 아이스크림은 지금까지 먹어본 것 중 가장 맛있었다.
익숙한 맛을 찾아간 론다
다음 날은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며 론다로 이동했다. 예상보다 작은 도시였지만 절벽 위에 자리 잡은 독특한 풍경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는 이유를 곧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숙소는 놀랄 만큼 넓고 저렴했는데 엘리베이터가 없어 짐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이 조금 힘들었다. 근처 하몽 가게에는 한글로 적힌 안내판이 걸려 있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그곳에서 하몽과 파에야 그리고 소꼬리찜을 주문했는데 특히 소꼬리찜은 한국의 갈비찜과 비슷한 맛이 나서 낯설지 않게 즐길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론다의 대표 명소인 절벽 마을로 향했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며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였지만 절벽 아래로 펼쳐진 풍경은 그 고생을 잊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밤이 되자 조명이 켜진 다리를 다시 찾아가 야경을 감상했는데 낮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다음 날 아침에는 기차가 다니지 않는 구간이라 말라가로 향하는 차량을 함께 타고 이동하며 짧지만 강렬했던 론다 여행을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