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타야 툭툭투어 완전정복 (툭툭투어, 왓마하탓, 야시장미슐랭)

그래도 어디갈지는 대충이라도 정하고 움직이던 제가, 이번에는 솔직히 즉흥적으로 아유타야를 가게되었습니다. 이동수단도 카오산로드에 있는 한인여행업체에 걸어가다가 들어갔는데, 내일 바로 출발가능하다길래 바로 오케이를 외쳤고, 숙소도 당일 예약, 다음 날 일정은 머릿속에만 있었고, 동행은 같이가는 사람은 모르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황당해했죠. 그런데 막상 아유타야에 도착해서 툭툭 투어를 붙잡고 나니, 무계획이었던 게 오히려 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준비 없이 떠나도 망하지 않는 이유, 그리고 제가 실수한 부분까지 전부 풀어보겠습니다.


툭툭투어, 무계획 여행자한테 왜 딱 맞는가

저처럼 아무것도 안 정하고 온 사람한테 툭툭 투어는 거의 구원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툭툭이란 태국 특유의 삼륜 오토바이 택시로,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기사님이 코스를 짜주고 대기까지 해주는 반(半)가이드 투어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따로 아유타야 사원 코스를 검색하지 않았지만 기사님이 왓 마하탓부터 시작해 왓 라차브라너, 왓 프랑응암, 왓 카우통, 왓 로카야 수타, 왓 차이와타나람, 왓 판청, 왓야이 차이먼까지 순서대로 안내해줬습니다. 제가 아무것도 모르고 탔는데 사원을 질리도록 봤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이동 동선도 중요합니다. 아유타야 유적지는 걸어서 이동하기엔 애매하게 떨어진 곳들이 많아서, 툭툭 없이 왔다면 가깝고 유명한 곳 두세 곳만 보고 돌아갔을 겁니다. 왓판청이나 왓야이 차이먼처럼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진 사원을 마지막 코스로 배치해주는 것도 기사님의 경험에서 나오는 노하우입니다. 왓판청은 강변에 위치하고 관리도 굉장히 잘 돼 있어서 투어 마무리로 괜찮았습니다.

단점이라면 더위와 매연입니다. 에어컨이 없으니까요. 택시 투어는 금액 차이가 크고, 단체 버스는 자유도가 떨어집니다. 저희는 태국에 왔으면 한 번쯤 툭툭을 질리도록 타봐야겠다 싶어서 선택했는데, 하루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만했습니다.

요약: 툭툭 투어는 무계획 여행자에게 최적의 선택으로, 기사님이 코스·이동·대기를 모두 해결해줍니다.

왓마하탓과 사원들, 실제로 보면 뭐가 다른가

아유타야 사원 중 가장 먼저 간 곳은 왓 마하탓이었습니다. 여기서 왓 마하탓이란 "위대한 유적의 사원"이라는 뜻으로 1374년에 지어진 곳인데, 1767년 미얀마 침공으로 심하게 파괴됐습니다. 나뭇뿌리에 감겨 있는 부처 머리상이 유명 포토스팟인데, 실제로 보면 대부분의 불상 목이 다 잘려 있습니다. 몇몇 중앙에 있는 큰 불상 빼고는요. 상대국의 상징성을 파괴하기 위해 두상을 훼손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겁니다.

바로 옆의 왓 라차브라너는 왕위를 차지하려다 두 형제가 싸우다 죽은 자리에 지어진 사원으로, 왓 마하탓과 마주보고 있습니다. 사원 위로 올라가거나 내부에 들어갈 수 있어서 사진 찍기 좋은 곳이 많았습니다. 다만 사원 안에 박쥐가 살고 있으니 주의하는 게 좋습니다. 저희는 걷다가 코 파면 까만 게 나온다는 얘기를 서로 하면서 웃었는데, 농담이 아니라 매연과 먼지가 꽤 됩니다.

왓 로카야 수타는 거대한 와불상이 있는데, 사진과는 좀 달랐습니다. 보수 작업 때 노란색 페인트로 칠했다는데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 됐고, 입장료가 없는데도 굳이 올 필요는 없다는 게 솔직한 느낌이었습니다. 왓판청은 반대로 어마어마하게 큰 금불상이 있는데, 모든 불상에 금이 칠해져 있고 금가루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걸 실제로 봤습니다. 양심상 줍지는 않았지만요. 아유타야 복수 입장권은 1인당 300바트인데, 여러 사원을 돌 계획이라면 미리 끊는 게 이득입니다. 저희는 이미 몇 곳을 들어간 다음에 알았습니다.

  • 왓 마하탓: 나뭇뿌리에 감긴 부처 머리상, 1374년 건립, 미얀마 침공으로 파괴
  • 왓 라차브라너: 사원 내부 진입 가능, 박쥐 서식 주의
  • 왓 판청: 강변 위치, 관리 양호, 중심지에서 멀어 투어 마지막 코스 추천
  • 왓 로카야 수타: 입장료 없음, 와불상 있으나 기대 이하
  • 복수 입장권: 1인당 300바트, 여러 사원 방문 시 미리 구매 필수

요약: 사원마다 성격이 다르고, 복수 입장권 300바트는 미리 구매해야 이득입니다.

야시장 미슐랭 먹거리, 기대보다 나았던 것들

아유타야에서 야시장은 왓 마하탓 근처로 돌아와 툭툭 투어 마무리 후 들렀습니다. 평일인데도 사람이 상당히 많았고, 저희가 주목한 건 미슐랭 스티커가 붙어 있는 노점이었습니다. 여기서 미슐랭 스티커란 미슐랭 가이드에서 발행하는 빕 구르망 또는 추천 표시로, 고가 레스토랑이 아닌 가성비 좋은 현지 식당에도 부여되는 인증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표정이 무뚝뚝하고 스텝은 그야말로 요리하는 로봇같아 보였는데, 막상 먹어보니 홍합, 팜오일, 계란, 숙주가 들어간 음식이 약간 우리나라 해물 파전 느낌이면서 베트남 반쎄오 같기도 하면서 식감이 훨씬 쫀득쫀득하니 역시 기름진 음식은 옳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크게 호불호 갈리지 않을 맛이었고, 미슐랭 스티커가 자랑스럽게 붙어있을만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반면 파인애플 주스는 약간 비리고 짠 느낌이 있었습니다. 손맛인지, 물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음료는 기대치를 낮추는 게 맞았습니다. 방콕 짜뚜짝 근처 야시장에서는 과일 주스 한 잔에 70바트 정도인데, 수도권 중심지는 그 두 배까지 올라갑니다. 야시장에서 음식을 고를 때는 미슐랭 표시가 있는 곳을 우선순위로 두고, 음료는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바깥보다 10바트라도 싸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요약: 야시장 미슐랭 노점은 믿을 만하고, 기사님 추천 식당보다 직접 찾은 곳이 가성비 면에서 낫습니다.

방콕~아유타야 이동, 800원 기차의 현실

방콕에서 아유타야까지 이동할 때 저희는 기차를 선택했습니다. 1인당 800원, 약 1시간 거리입니다. 좌석 지정까지 돼 있어서 버스보다 낫겠다 싶었는데, 800원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에어컨이 없고 천장 선풍기만 돌아가는 구조입니다. 소음도 상당해서 대화가 잘 안 들릴 정도였고, 1시간이 굉장히 길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한국에서 한 시간 거리 기차표 가격이랑 비교하면 버스보다 싸다는 게 태국 기차의 특이한 점입니다. 여기서 로컬 기차란 에어컨 없는 일반 열차로, 관광객보다는 현지인 위주로 이용하는 수단입니다.

아유타야 역에 내리면 보트로 이동하는 방법도 있는데, 저희가 갔을 때는 전날 비로 수위가 올라서 보트 운행이 중단된 상태였습니다. 역 앞에서 "노 보트, 노 보트" 하면서 툭툭을 태우려는 호객이 있어서 처음엔 상술인 줄 알았는데, 진짜로 보트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확인하고 그 아저씨한테 미안했습니다. 10월이 우기 시즌이라 이런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알고 가는 게 좋습니다.

깐차나부리로 이동할 때는 택시를 이용했는데 하루 스케줄을 사전에 기사님과 협의해서 에라완 국립공원, 죽음의 철도, 마사지 장소, 숙소를 한 번에 묶어서 계약했습니다. 목적지 두 개를 추가했지만 원래 가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흥정이 됐습니다. 태국에서 볼트(Bolt) 앱 표시 금액 그대로 안 가고 흥정하려는 기사들이 있어서, 이런 경우엔 직접 협의해서 하루 단위로 빌리는 방식이 오히려 더 편하고 경제적입니다.

  • 방콕→아유타야 기차: 1인당 약 800원, 1시간 소요, 에어컨 없음
  • 보트 이동: 우기 시즌(10월) 수위 상승 시 운행 중단 가능
  • 방콕 수상택시: 약 1,300원, 에어컨 있음, 차 막히는 방콕에서 이동 효율 최상
  • 방콕→깐차나부리 택시: 약 3시간, 6만 원대, 하루 단위 흥정 가능
요약: 800원 기차는 에어컨 없는 현실이 있고, 우기엔 보트 운행 중단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아무것도 준비 안 하고 떠났는데도 아유타야 하루 투어는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툭툭 투어가 그 빈자리를 대부분 메워줬기 때문입니다. 다만 입장권을 처음부터 안 끊은 것, 기사님 추천 식당을 그냥 따라간 것은 실수였습니다. 사원 투어는 왓 마하탓과 왓 판청이 특히 인상 깊었고, 야시장 미슐랭 노점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10월 우기 시즌이라 보트도 안 됐고 매연도 진했지만, 그래도 태국에 왔으면 한 번은 툭툭을 제대로 타봐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