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남부 소도시 가성비 여행 (가성비 타파스, 프리힐리아나, 말라가)
음료 한 잔 시키면 타파스가 공짜로 나옵니다. 맥주 두 잔, 와인 한 잔, 감자 요리 하나를 먹고 나온 영수증이 15유로였습니다. 처음 계산서를 받았을 때 저는 잠깐 멈칫했습니다. 이거 뭔지 몰라도 단단히 잘못된 영수증 아닌가, 뭔가 할인된건 아닌가 싶어서요. 스페인 바르셀로나 레스토랑에서 두 명이 먹고 6만 원이 나와도 "이정도면 가성비 있네,괜찮네"라고 전날 말했던 터라, 이 가격은 현실 같지 않았습니다.
말라가까지 블라블라카 실전 후기
스페인 도시 간 이동은 기차나 버스가 정석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저는 이번에 블라블라카를 처음 써봤습니다. 여기서 블라블라카란 유럽에서 널리 쓰이는 카풀 중개 플랫폼으로,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는 운전자와 탑승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입니다. 두 명이 말라가까지 이동하는 데 총 15유로가 들었고, 기차나 버스와 비교하면 2배 이상 저렴했습니다. 속도도 거의 2배 빨랐고요.
일반적으로 처음 보는 사람 차에 탄다는 게 영 불안하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솔직히 그랬습니다. 근데 막상 타보니 짐 캐리어 두 개를 실어도 뒤에 여유 있게 앉을 수 있는 크기의 차였고, 아저씨는 좀 밟는 스타일이긴 했지만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탑승 경험보다 중요한 건 가격 대비 효율인데, 이건 압도적이었습니다.
말라가 시내에서는 트램을 탔는데, 티켓을 어디서 사야 하는지 몰라서 경비원 아저씨한테 물어봤더니 그냥 카드 태그하고 타면 된다고 알려줬습니다. 여기서 이 방식이란 승하차 시 카드를 단말기에 태그하면 자동으로 결제되는 시스템입니다. 티켓 자판기 앞에서 영어 메뉴를 한참 들여다봤던 게 민망할 정도로 간단했습니다.
노력형 흰 벽 마을 프리힐리아나
네르하에서 버스를 타고 약 20분 들어가면 프리힐리아나가 나옵니다. 일반적으로 스페인 소도시 하면 그라나다나 론다처럼 규모 있는 곳을 떠올리기 쉬운데, 프리힐리아나는 그것과는 결이 다릅니다. 그냥 작고, 하얗고, 조용한 마을입니다. 그게 전부인데, 그 전부가 꽤 강력합니다.
마을을 걷다가 어떤 집 앞에서 페인트가 누렇게 변한 벽을 바로 덧칠하고 있는 장면을 봤습니다. 그걸 보고서야 이해가 됐습니다. 여기서 마을의 흰 벽이란 그냥 예쁜 배경이 아니라, 주민들이 수시로 덧칠을 반복하며 유지하는 적극적인 관리의 결과물이었던 겁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보던 그 하얀 마을은 저절로 유지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뷰포인트에서 지중해가 보였습니다. 산골짜기 느낌으로 올라왔는데 올라가보니 바다가 보였고, 그 조합이 좀 낯설고 좋았습니다. 그리스 산토리니 느낌이라고도 했는데, 규모는 훨씬 작지만 그 말이 틀린 건 아니었습니다.
마을 중간쯤에서 냄새에 이끌려 치즈케이크를 샀습니다. 3유로였는데, 저는 이게 제가 먹어본 치즈케이크 중에 가장 맛있었습니다. 과장이 아닙니다. 보통 치즈케이크는 치즈 함량이 맞지 않으면 식감이 퍼슬퍼슬하거나 냄새가 올라오는데, 이건 그 밸런스가 완벽했습니다. 올라가서 하나 더 사올까 진심으로 고민했습니다.
음료 한 잔에 타파스 공짜 — 가성비 타파스 바 실전 검증
스페인 음식은 맛있지만 가성비가 나쁘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저도 여행 초반에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레스토랑에 들어가면 웬만해선 1인당 2~3만 원 선이고, 타파스 하나에도 2~3유로를 각오해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별점과 리뷰에 더 집착하게 되고, 들어가기 전에 한 번 더 고민하게 됩니다.
네르하에서 찾은 "빠레돈도라"는 여기서 타파스 바란 음료를 주문하면 안주 격의 소량 요리를 함께 제공하는 스페인 전통 방식의 바를 말합니다. 이 집은 음료 한 잔당 타파스 한 개를 무료로 줍니다. 저는 맥주 두 잔에 제 동행은 와인 한 잔, 여기에 유명하다는 파파스 브라바스(매콤한 소스를 곁들인 감자 요리)를 하나 더 시켰습니다. 계산서는 15유로였습니다.
비교를 해보면 이렇습니다.
- 빠레돈도라 저녁 식사 (2인): 맥주 2잔 + 와인 1잔 + 무료 타파스 3개 + 파파스 브라바스 1개 = 15유로
- 같은 날 점심 (다른 식당): 감바스 11유로 포함 총 6만 원 상당
- 유럽 타파스 일반 가격: 타파스 1개당 보통 2~3유로
- 레몬 맥주 선택: 크루즈 캄포 브랜드가 다른 브랜드 대비 확실히 맛있음 (직접 비교 후 결론)
파파스 브라바스는 매운 것 같다고 해서 먹어봤는데, 사실 매운 편은 아닙니다. 케첩과 마요네즈를 섞은 스파이시 소스인데, 한국인 기준으로는 그냥 감자튀김에 소스 뿌린 맛입니다. 그래도 맛있습니다. 감자 자체가 좋았습니다. 첫 번째 방문 이후 저녁에도 다시 이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새로운 데 도전하는 것보다 확실한 데서 먹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여행 중에 음식 실패는 생각보다 꽤 타격이 큽니다. (출처: 스페인 관광청)
스페인 남부 여행을 마무리하며 발견한 초심
말라가는 원래 계획에 없던 도시였습니다. 다른 곳을 가려다가 거점 도시로 선택하게 됐는데, 결과적으로 후회는 없었습니다. 엄청난 볼거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도시 분위기가 좋았고, 알카사바 성채에 올라가면 말라가 전체가 한눈에 펼쳐집니다. 여기서 알카사바란 아랍어에서 유래한 단어로 성채 혹은 요새를 뜻하며,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무어 양식의 건축물입니다. (출처: 안달루시아 관광청)
여행 중에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초반 여행과 지금 여행의 차이에 대해서입니다. 처음 여행을 다닐 때는 "여기 왔으면 여기 들어가야지" 하면서 무조건 들어갔다고 합니다. 지금은 반대입니다. 가보고 느낌이 안 오면 그냥 안 들어갑니다. 대신 가이드 투어나 맛있는 거 한 그릇에 더 쓰는 걸 선택합니다. 저는 이게 여행을 거듭할수록 내 취향을 알아가고 같은 시간 같은 비용을 들여서 더 만족할만한 좋은 경험을 쌓게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페인 시에스타 타임이란 오후 3시에서 5시 사이, 낮잠과 휴식을 취하는 스페인의 전통적인 오후 쉬는 시간을 말합니다. 저는 처음에 이게 그냥 상식적인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막상 한낮에 뙤약볕 아래를 걷다 보면 이게 왜 문화가 됐는지 몸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유럽의 태양은 진짜로 따갑습니다. 낮에 억지로 돌아다니다가 체력을 다 쓰는 것보다, 2시간 쉬고 저녁에 몰아서 즐기는 게 훨씬 낫습니다.
그라나다로 넘어가기 전날 밤, 빠레돈도라에 두 번째로 앉아서 맥주를 마시며 생각했습니다. 여유로운 일정이 이제 끝나간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맥주가 더 맛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스페인 남부에서 한국에서는 거의 안 마시던 술을 매일 마셨습니다. 여기서만 하는 게 있는 거라고, 그게 여행이라고 그렇게 이야기하고 잠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