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시와 (시와, 낙타고기, 소금 호수)

10시간 짜리 버스탑승, 정말 그 시간을 버틸만한 가치가 있을까 수백번 고민했습니다. 솔직히 출발 전까지 저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새벽 6시에 비몽사몽 상태로 버스에 올라타 9시간 넘게 흔들리다 도착한 이집트 사막 도시 시와. "지옥이다, 지옥이야"를 연발하며 겨우겨우 닿은 곳이었는데, 마지막 날이 되자 생각이 180도 달라져 있었습니다. 그 이유를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시와까지 가는 길 — 10시간이라는 장벽

저희가 시와를 여행 일정에 넣은 건 반쯤 고집 때문이었습니다. 카이로, 룩소르, 아스완을 거친 뒤 시와는 일정상 완전히 역방향이었거든요. 보통 이집트 여행자들은 카이로 → 시와 → 카이로 → 아스완 순으로 동선을 짜는데, 저희는 정반대로 카이로에서 바로 아스완으로넘어가서 거꾸로 올라왔습니다. 그 결과 시와에서 다음 목적지 후르가다까지 이동하는 데만 총 17시간이 걸렸습니다.

카이로에서 시와까지는 버스로 편도 약 9~10시간입니다. 여기서 시와란, 리비아 국경 인근 사하라 사막 한복판에 위치한 오아시스 도시로, 이집트 본토 관광 루트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지점에 있습니다. 저희는 새벽에 출발해서 9시간 만에 도착했는데, 버스 안에서는 뒷자리가 혹시 비면 누워 가자는 소박한 희망을 품었다가 "어림없죠, 만석입니다"라는 현실에 착지했습니다.

도착해서 들어간 숙소는 1박에 약 3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방은 넓은데 주방 설비가 귀신 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고, 인테리어는 영화 매드맥스에 나오는 마을 같았습니다. 그래도 화장실만큼은 깨끗해서 "시와에서 이 정도면 감지덕지"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사막 오지 여행에서 화장실 청결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 이동 시간: 카이로 기준 버스 편도 약 9~10시간, 새벽 출발 권장
  • 숙소 가격: 1박 약 3만 원 수준 (화장실 청결도 합격)
  • 위치: 이집트 북서부, 리비아 국경 인근 사막 오아시스
  • 동선 팁: 카이로 출발 후 시와 먼저 다녀오는 루트가 체력 소모 측면에서 유리
요약: 시와는 카이로에서 10시간짜리 버스를 감수해야 닿는 곳이지만, 3만 원 숙소와 깨끗한 화장실이라는 소소한 안도감이 시작을 열어줍니다.

낙타고기와 소금 호수 — 시와에서만 가능한 것들

시와의 진짜 얼굴은 먹는 것과 보는 것에 있었습니다. 먼저 먹는 것부터. 저는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낙타고기를 먹어봤습니다. 여기서 낙타고기란, 이름만 들으면 질기고 낯선 맛일 것 같지만 실제로 먹어보면 한국의 소갈비찜과 비슷한 느낌에 생각보다 부드러운 식감을 가진 고기입니다. 물론 "어디서 먹어 본 맛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라는 말이 나올 만큼 미지의 영역이긴 했습니다만, 못 먹을 맛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디저트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시와 전통 디저트는 쌀과 커스터드 푸딩을 섞은 형태인데, 식감은 죽인데 맛은 이탈리아 커스터드 푸딩과 비슷합니다. 제가 떠올린 건 배스킨라빈스에서 예전에 팔던 쌀이 들어간 아이스크림이었습니다. 단맛이 강하지 않아서 부담 없이 먹히는데, 망고와 바질을 섞은 시와 주스도 짝이 잘 맞아서 "망고가 느끼할 수 있는데 바질이 딱 잡아준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볼거리 중에서 가장 놀라웠던 건 소금 호수였습니다. 여기서 소금 호수란, 사막 한복판에 형성된 천연 염수 호수로, 물이 증발하면서 소금이 레고 블록처럼 뭉쳐 올라오는 장관을 만들어냅니다. 소금이 하트 모양으로 굳어 있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쌓여 있기도 했습니다. 이집트 카이로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방학에 이곳으로 피서를 올 정도라니, 이집트 현지인들의 휴양지가 따로 있었던 겁니다.

시와 구시가지 투어도 기억에 남습니다. 마을 한복판에 옛 성이 있는데, 과거에는 이 성 안에서만 생활했다고 합니다. 물과 시장이 성 안에 다 있었기 때문에 밖에 나올 필요가 없었고, 주민들은 성 바깥 농지에서 농사만 지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죽음의 산'이라고 불리는 언덕이 있는데, 알고 보니 3,000개의 무덤이 있는 공동묘지였습니다. 올록볼록한 지형 전체가 무덤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서늘함은 좀처럼 잊히지 않습니다. (출처: UNESCO 세계유산 잠정 목록 — Siwa Oasis)

  • 낙타고기: 소갈비찜과 비슷한 맛, 생각보다 부드러움 — 시와 현지 레스토랑에서 경험
  • 시와 전통 디저트: 쌀+커스터드 푸딩 조합, 죽 식감에 달콤한 맛
  • 소금 호수: 레고처럼 뭉친 소금 결정 — 이집트인 국내 피서지로 유명
  • 죽음의 산: 3,000개 무덤이 있는 고대 공동묘지, 현재는 전망 포인트
요약: 낙타고기, 소금 호수, 3,000개의 무덤이 있는 죽음의 산까지 — 시와는 이집트 어디에서도 반복되지 않는 경험을 한곳에 모아 두었습니다.

시와가 힐링인 진짜 이유 — 호객이 없고, 사람이 좋다

사실 저는 카이로와 룩소르를 거치면서 이미 사람에 질려 있었습니다. 관광지 특유의 호객행위, 끊임없이 따라붙는 상인들, 파리와 먼지… 익숙해질 만하면 또 새로운 곳이 나오는 패턴에 감각이 무뎌질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시와는 달랐습니다.

시와 시장을 걷다 보면 상인들이 "헬로"라고 인사는 하지만 쫓아오지 않습니다. 여기서 호객행위란, 관광객에게 물건을 팔기 위해 적극적으로 접근하고 따라붙는 상인들의 영업 방식을 뜻하는데, 시와에서는 이게 없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물건을 편히 구경하고, 마음에 드는 걸 마음에 드는 속도로 살 수 있었습니다. 평소 한국에서 쇼핑할 때도 달라붙으면 도망가는 저에게는 그야말로 최적의 환경이었습니다.

시와 특산 스카프도 여기서 샀습니다. 캐시미어보다 구하기 어렵다는 소재에 시와 전통 문양 자수가 들어간 핸드메이드 제품인데, 다른 가게에서는 1,000파운드 이상을 불렀던 것을 550파운드에 샀습니다. 반값에 가까운 가격이라 혹시 착각한 게 아닌가 싶어서 재빨리 계산하고 나왔습니다. (출처: Egypt Tourism Authority — Siwa Oasis)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건 가이드 모하마드였습니다. 투어가 끝난 뒤 마음의 표시로 팁을 건넸는데 그가 받지 않으려 했습니다. 이집트에서 호객하는 사람만 만나다가 팁을 거절하는 사람이 있다니, 충격적이었습니다. 전날에는 라면과 고추장, 김을 드렸는데 표정이 진짜 기뻐하더라고요. 악수를 나눌 때 울 뻔했다는 동행의 말이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모하마드 같은 마음 따뜻한 현지인 덕분에 관광객으로서 호구당하지 않으려고 굳게 닫은 마음의 문도 사르르 녹아버리는게 바로 이집트의 여행의 매력인것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이집트 여행은 그동안 렌트카 안에만 처박혀 혼자 다니던 여행 방식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룩소르의 할아버지, 카이로 투어 동행자들, 그리고 시와의 모하마드. 사람과 부대끼는 여행이 때로는 렌트카 독주행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남긴다는 걸 시와에서 마지막으로 확인했습니다.

  • 호객행위 없음: 시장에서 인사는 하되 쫓아오지 않아 쇼핑 스트레스 없음
  • 시와 스카프: 다른 가게 대비 약 반값(550파운드), 핸드메이드 전통 자수
  • 가이드 호세인: 팁 거절, 라면과 고추장에 진심으로 기뻐한 현지인
요약: 시와가 힐링인 이유는 자연이나 음식 때문만이 아닙니다. 호객행위 없는 시장, 팁을 거절하는 가이드 등 사람의 온도가 다른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시와를 떠나는 버스 안에서 동행이 "울 것 같다"고 했습니다. 지옥이라고 불렀던 그 10시간짜리 이동이, 결국 여행 전체에서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가 됐습니다. 이집트를 계획하고 있다면 시와를 리스트에서 빼지 마세요. 10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가고, 시와는 생각보다 훨씬 오래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