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카파도키아 여행기 (카이막, 동굴 호텔, 터키 물가)
혼자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 순간,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뭔가요? 저는 솔직히 "밥은 어떻게 먹지?"였습니다. 낯선 나라에서 혼자 식당에 앉아 메뉴판을 보는 그 막막함, 한 번쯤 겪어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3주간의 서유럽 여행을 마치고 터키로 넘어가던 날, 저는 그 막막함을 안고 카파도키아 공항에 내렸습니다. 환율도 제대로 파악 못한 채, 돈이 많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일단 택시부터 잡았던 그날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풀어보겠습니다.
카파도키아 공항에서 동굴 호텔까지
밤중에 카파도키아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환전 정보도, 현지 교통 정보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는데, 그냥 몸이 먼저 움직여서 택시를 탔습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인데, 숙소에서 미리 부르는 셔틀을 이용하면 60리라밖에 안 합니다. 당시 환율 기준으로 한국 돈 몇천 원 수준이었으니, 택시를 탄 게 꽤 아깝게 느껴졌습니다. 여행에서 돈을 아끼고 싶다면 숙소에 미리 셔틀을 요청하는 게 정답이라는 걸 몸으로 배운 셈입니다.
그렇게 도착한 숙소는 동굴 호텔이었습니다. 여기서 동굴 호텔이란, 카파도키아의 기암 지형인 화산 응회암을 직접 파내어 만든 방을 뜻합니다. 일반 콘크리트 벽이 아니라 실제로 돌을 깎아낸 벽 안에서 자는 느낌인데, 처음 들어섰을 때 "뭔가 굉장히 안심이 된다"는 이상한 감각이 있었습니다. 화장실도 있었고, 생각보다 쾌적했습니다. 다만 배정받은 방이 가장 기본 타입이었던 터라, 체크인하자마자 프런트에 "내일 좋은 방으로 바꿔주세요"라고 부탁해뒀습니다. 좋은 건 좋으니까요.
첫날 밤은 피곤함에 눌려 일찍 잠들었습니다. 잠깐 누워서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다가 그대로 눈이 감겨버렸고, 다음날 숙소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먹으러 내려가면서 본격적인 카파도키아 일정이 시작됐습니다.
카이막, 터키에서 매 끼니 찾게 된 그 음식
터키에 가기 전, 주변에서 "카이막 꼭 먹어봐"라는 말을 들어도 솔직히 크게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도 먹어봤는데 크게 놀라울 만큼 맛있다고 생각이 들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본고장인 터키에서 먹어보고 나니 제가 매 끼니 찾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여기서 카이막이란, 터키 전통 방식으로 만든 걸쭉한 발효 크림입니다. 우유를 오랜 시간 천천히 가열해 표면에 형성된 두꺼운 막을 걷어낸 것으로, 버터와 크림 사이 어딘가의 질감입니다. 단독으로 먹지 않고 빵에 올리거나 꿀과 함께 얹어 먹는 게 기본입니다. 제가 처음 제대로 먹은 건 부르사 숙소 조식 자리였는데, 빵 위에 카이막을 얹고 꿀을 올려 한 입 먹는 순간 "왜 토끼가 이걸 안 먹나 싶을 만큼"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후로 저는 호텔 조식에서 카이막을 따로 더 달라고 했고, 짐을 싸기 직전에도 카이막에 꿀을 뿌려 빵이랑 먹었습니다. 심지어 터키 마트에서는 카이막을 팩으로 아주 저렴하게 살 수 있습니다. 한국에 돌아가기 전 마트에 들러 카이막 팩을 챙겨가는 걸 강력하게 권합니다. 요즘 한국에서는 찾아보면 쉽게 먹을 수 있긴하지만, 현지에서 먹는 그 맛에 반의 반도 못따라 오기 때문에, 현지에서 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먹어두는 게 후회 없는 선택입니다.
- 먹는 방법: 따뜻한 빵 위에 카이막을 올리고, 꿀을 뿌려 함께 먹습니다.
- 구입 장소: 현지 마트에서 팩 단위로 저렴하게 판매합니다.
- 주의사항: 색깔이 이상하거나 냄새가 나는 건 피하고, 신선한 것을 골라야 합니다.
카이막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터키 문화관광부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출처: Go Türkiye 공식 관광 사이트)
터키 물가, 실제로 얼마나 쌀까?
터키 물가가 싸다는 말, 막연하게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실제로 얼마나 싸냐고 물어보신다면, 제가 직접 경험한 숫자들을 말씀드리는 게 가장 정직한 대답일 것 같습니다.
부르사에 있는 꽤 큰 쇼핑몰에 들렀을 때, LC Waikiki라는 브랜드에서 옷 두 벌을 샀습니다. 여기서 LC Waikiki란, 터키에서 시작한 글로벌 SPA 브랜드로, 유럽과 중동 등지에 매장을 두고 있는 패션 체인입니다. 옷 한 벌이 169리라였는데,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약 2만 원 초반대였습니다. 디자인도 평범하고 입기 편한 원피스였는데, 이 가격이면 한국에서는 쉽게 찾기 어려운 수준이죠.
음식 물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터키 현지 가정식을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서 미트볼과 채소 반찬, 빵으로 구성된 한 끼 식사를 먹었는데 가격이 생각보다 훨씬 저렴했습니다. 심지어 현지 중식당에서 마라탕을 먹었을 때도 가격 대비 양이 꽤 됐습니다. 국물에 속이 확 풀리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맛도 괜찮았고요. 석류 주스는 착즙으로 바로 갈아주는데 가격이 20리라 수준이었습니다.
물론 여행자 입장에서 환율이 유리하게 작용한 면도 있지만, 현지인들의 생활물가 자체가 낮게 형성되어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카파도키아를 떠나며
귀국 당일에는 비즈니스 라운지를 이용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3시간 반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라운지 안에서 음료수를 원하는 만큼 마시고 먹을 것도 있으니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비행기 안에서는 헤드폰을 끼고 잠들었는데, 깨어보니 창밖으로 끝없는 구름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지도를 켜보니 중국 상공 즈음이었습니다. 세상에는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정말 많다는 생각이 그때 들었습니다.
터키 여행을 준비 중이신 분들께 제가 드릴 수 있는 가장 솔직한 말은 이겁니다. 셔틀 가격은 미리 확인하고, 카이막은 무조건 드셔보고, 마트에서 팩으로 챙겨오세요. 동굴 호텔은 사진보다 실제가 더 이상하게 편안합니다. 그리고 터키 물가는 정말로 쌉니다. 처음엔 막막했던 혼자 여행이 끝날 때쯤엔 "한 달 살기도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요. 여러분도 한 번쯤 그 기분을 직접 느껴보셨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