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여행 후기, 푸드코트, 커피집에서 비둘기와 겸상
실내였던 푸드코트에서 비둘기 2마리와 조우, 순간 꿈인줄 알았지만 냉혹한 현실이었고 일행 몰래 신호 주고받아야하는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일행이 조류공포증이있어서 비둘기를 보면 경기를 일으키거든요. 여기서 이런 첩보작전을 방불케할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1—하와이 쇼핑몰 실내 푸드코트, 비둘기와 겸상
알라모아나센터 지층에 있는 실내 푸드코트에서 사람도 많고 복잡했지만 어찌저찌 식사를 마치고 쓰레기를 정리하려고 쓰레기통 주변에 간 순간 비둘기 2마리를 만나고야 말았습니다. 하와이에 조류가 많다고는 들었지만 천장이 덮힌 실내였는데 여기까지 비둘기가 들어올줄은 상상도 못했기에 순간 꿈인줄 알았습니다. 조류공포증이 있는 일행에게 이 사실을 알리면 크게 놀랄것이 분명해서 일행 몰래 다른 일행에서 신호 주고받으면서 최대한 조류를 마주치지않게 하려고 무진 노력했습니다. 일행 대신 내가 다먹은 쓰레기를 정리해서 버려주고 나갈준비를 마치고나서 일행에게 신호를 줘서 비둘기가 있는 반대방향으로 도망치도록 해줘서 무사히 빠져나올수있었습니다. 천장도 덮혀있고 출입문도 닫혀있는데 어떻게 들어왔는지 정말 의문입니다. 동물원 새장 앞에서 도시락도 못먹는데 푸드코트에서 새라니 조류공포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정말 불쾌한 경험이었을겁니다.
2—코스트코 푸드코트, 참새 너댓 마리에 소나기까지
멀어도 저렴하게 기념품 사러 방문했던 코스트코에서도 새의 불편한 동행은 계속되었습니다. 마트 내부까지는 아니었지만 코스트코의 하이라이트인 푸드코트가 외부에 개방된 형태로 있어서 맛있는 냄새로 새들을 유혹하고있었습니다. 외부 테이블에서 식사하다가 흘린 피자 부스러기에 참새들이 신나서 파닥거리고 있었고 역시나 쓰레기통 주변엔 내가 새라도 그곳을 떠나지 않았을 겁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는 차라리 굶었으면 굶었지, 그 야외테이블에서 먹을 용기가 나지 않았고, 빨리 이곳을 떠나고싶어서 우버를 불렀는데 설상가상으로 퇴근길 트래픽잼에 우버가 늦게 오는데다가 소나기가 내려서 그 처마 밑에서 새가 파닥거리는 와중에 서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버를 기다리는 5~10분이 그렇게 영겁같이 느껴지는 건 난생 처음 하는 경험이었습니다.
3—빈티지아일랜드커피, 건물 끝까지 도망간 일행
아침 브런치를 먹으러 갔던 빈티지아일랜드커피는 이미 도착하자마자 주문 하려고 서있는 줄에 비둘기가 사람 다리 사이를 위풍당당하게 걸어다니는 모습이 첫눈에 보였습니다. 당연하지만 조류공포증이 있던 일행은 겁에 질려 도망갔고 비둘기가 이리저리 움직일때마다 건물 반대편 끝까지, 계단쪽까지 도망갔다 돌아왔다 계속 반복하는 접전이 펼쳐졌습니다. 나는 그래서 한편으로 매장에서 먹는걸 포기하고 포장해서 먹자고 하리라 예상했는데 끝까지 매장에서 앉아서 먹겠다고 하더라고요. 어지간히 이 분위기를 즐기면서 먹고 싶긴 하구나싶어 짠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무래도 외부 테이블이 있다보니 가게에 비둘기에게 먹을 것을 주지 말라 써붙여있고 다먹은 접시는 꼭 매장 안쪽으로 치워달라고 경고문이 붙어있을 정도였는데 그게 어떤 의미인지 처음에는 잘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옆 테이블에서 토스트 조각을 흘리자 어디서 비둘기가 나타나 그 조각을 먹겠다고 테이블 밑을 샅샅이 걸어다니기 시작하는 바람에, 우리 일행이 앉은 테이블 밑까지 침범했고 그 때문에 비둘기와 불편한 동행이 계속되었습니다. 또 나중에 목격한건데 사람이 떠난 야외테이블에 비둘기 서너마리가 날개를 파닥거리며 브런치파티를 열고 있는 모습이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그제서야 그 경고문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했고 저 자리에 내가 없어서 너무 다행이라고 심장을 쓸어내렸습니다.
4—맛있었는데 또 못 가는 슬픔, 조류공포증은 오죽했겠나
빈티지아일랜드커피에서 먹은 아사이볼과 커피가 너무 맛있었는데 또 가고 싶어도 비둘기 파티현장을 목격한 이후로는 두번은 갈 수가 없을 것같다고 마음속으로 이미 마음이 굳게 닫혀버려 씁쓸했습니다. 나는 비둘기를 무서워하지는 않지만 밥상에 올라와 음식을 공격하는건 비위가 상하는 일이라 불쾌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나도 이정도로 불편한데 조류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오죽 불편하고 힘들지 안타까웠습니다.
아사이볼와 아일랜드커피, 맛있어도 또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는 공간을 알게된다는것은 슬픈일입니다. 하와이는 너무 평화롭고 날씨도 좋고 음식도 맛있었지만 그건 사람인 나에게 뿐만아니라 그곳에 살아가는 모든 동물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나는 또 비슷한 곳을 찾아가게될것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