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남섬 드라이브 (너겟 포인트, 퍼그버거, 퀸즈타운)
솔직히 여행이 길어지다보니 자꾸 안하던 예상 밖의 행동이 끌렸습니다. 구글 맵 리뷰가 30개도 안 되는 곳을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발길을 돌렸는데, 나중에 동행한 사람이 "안 왔으면 진짜 후회했을 것 같다"고 먼저 말을 꺼낼 줄은 몰랐거든요. 뉴질랜드 남섬의 최남단을 찍고 퀸즈타운까지 올라오는 이 루트는 그냥 이동 구간이 아니었습니다. 수평선 너머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 풍경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어서,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두려 합니다.
숨은 명소 너겟 포인트, 올까 말까 고민했다면 무조건 가세요
뉴질랜드 남섬 최남단으로 내려가는 해안도로는 중간중간 내릴 만한 뷰포인트가 꽤 여러 군데 있습니다. 저는 그 가운데 두 곳이 특히 기억에 남았는데, 하나는 이름부터 생소한 너겟 포인트(Nugget Point)였습니다. 여기서 너겟 포인트란, 뉴질랜드 남섬 오타고(Otago) 지역의 해안 절벽 위에 등대가 세워진 곳으로, 일출과 일몰 명소로 알려져 있고 등대 주변에서 바다사자와 펭귄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주차장에서 등대까지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 가볍게 트레킹하듯 다녀올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 아쉽게도 동물은 보지 못했지만, 절벽 아래로 펼쳐진 바다를 내려다보는 순간 "와보길잘했다"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수평선 너머로 아무것도 걸리지 않는 그 뷰는, 뭔가 진짜 대륙의 끝에 서 있다는 실감을 주는 풍경이었습니다. 어제 날씨가 흐려서 바다 색깔을 제대로 못 본 터라 더 감격스러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근처에 더 헤드랜드(The Headland)라는 곳이 있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구글 맵 기준 리뷰가 30개도 채 되지 않는 곳이라 솔직히 반신반의하며 갔습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보니 푸른 초원과 에메랄드빛 바다, 그리고 해안 절벽이 어우러진 풍경이 제가 뉴질랜드 남섬에서 본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 중 하나가 됐습니다. 리뷰 수가 곧 그 장소의 가치는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체감한 순간이었습니다.
- 너겟 포인트: 오타고 해안 명소, 등대 트레킹 코스 인기, 바다사자·펭귄 관찰 가능, 일출·일몰 뷰포인트로 유명 (출처: 뉴질랜드 자연보전부(DOC))
- 더 헤드랜드: 구글 맵 리뷰 30개 미만의 숨은 명소, 초원·에메랄드 바다·절벽이 한눈에 보이는 뷰포인트
- 방문 팁: 해안도로 드라이브 중 중간중간 포인트를 찍으며 이동하는 방식이 효율적, 날씨 좋은 날 바다 색깔이 살아남
뉴질랜드 최남단 표지판 앞에 서다, 반환점의 감각
뉴질랜드 최남단에 실제로 발을 디뎌봤나요? 저는 표지판 앞에 서는 그 순간을 위해 거기까지 간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실 표지판 자체가 대단한 건 아닙니다. 노란 표지판 하나에 에콰도르, 사우스풀 같은 지명들이 쓰여 있는 게 전부인데, 그 앞에 서면 왜인지 모르게 여행의 무게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수평선 끝에 아무것도 걸리지 않는 그 풍경을 보면서, "여기가 진짜 끝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21일 일정 중 9일차에 이 최남단을 찍었습니다. 북섬을 다 돌고 남섬으로 내려온 뒤 계속 남쪽으로만 달려온 셈인데, 그날이 딱 반환점 느낌이었습니다. 내일부터는 올라가는 방향이니까요. 여행의 방향이 바뀌는 날, 그 기점을 이렇게 확실하게 찍을 수 있다는 게 이 루트의 묘미입니다.
숙소는 모텔을 이용했는데, 1박에 15만 원대였습니다. 요리도 가능하고 화장실도 깨끗한 곳이었는데, 남쪽으로 내려올수록 숙소 가격이 조금씩 오른다는 걸 몸으로 느꼈습니다. 여행 예산을 짤 때 이 부분을 미리 감안하지 않으면 나중에 당황할 수 있습니다. 특히 퀸즈타운으로 올라갈수록 이 경향이 더 뚜렷해집니다.
퍼그버거는 정말 먹을 가치가 있을까요? 6만 원짜리 햄버거 직접 먹어봤습니다
퀸즈타운에 도착하면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퍼그버거(Fergburger)를 먹습니다. 여기서 퍼그버거란, 뉴질랜드 퀸즈타운에 본점 단 한 곳만 운영하는 햄버거 가게로,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햄버거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린 곳입니다. 퀸즈타운에서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 안 먹으면 언제 먹냐"는 논리가 성립합니다. (출처: Fergburger 공식 홈페이지)
저는 저녁까지 참으려 했는데 결국 못 참고 바로 샀습니다. 가격은 햄버거에 감자튀김까지 해서 6만 원대가 나왔습니다. 처음엔 "이게 이 가격이야?"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는데, 한 입 먹고 나서 그 생각이 사라졌습니다. 고기가 실하고, 바베큐 소스 베이스라 한국인 입맛에 거부감이 전혀 없는 맛이었습니다. 동행한 사람도 "한 번 더 먹을 것 같다"고 했을 정도니까 말 다 한 셈입니다.
문제는 먹는 장소였습니다. 가게 안팎으로 사람들이 끊이지 않아서 도저히 그 자리에서 먹을 상황이 아니었고, 호수 근처로 들고 나가려고 했는데 갈매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고난이 시작됐습니다. 패티를 뽑아가려던 갈매기를 피해 장소를 세 번이나 옮겼고, 결국 제 바지에 내용물이 한 번 쏟아지는 사고까지 났습니다. 그래도 땅에 안 떨어진 게 다행이라며 웃고 마무리했습니다. 퍼그버거는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를 피하거나, 아예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장소를 먼저 확보하고 사는 게 좋습니다.
퀸즈타운, 들어가자마자 막히고 곤돌라도 고장났습니다
퀸즈타운이 뉴질랜드 남섬 여행의 거점 도시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직접 들어가보니 그 인기를 몸으로 실감하게 됩니다. 진입로 T자 삼거리에서부터 차가 막히기 시작했는데, 점심 시간대에 체크아웃을 마치고 도착하는 차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시간대가 이 구간이 제일 정체가 심하다고 합니다. 주차 타워까지 따로 만들어놨을 정도니, 방문객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됩니다.
원래 계획은 곤돌라를 타고 산 위로 올라가서 루지(Luge)를 타고, 마을 구경을 한 뒤 퍼그버거를 사는 순서였습니다. 여기서 루지란, 경사진 트랙을 작은 카트를 타고 내려오는 액티비티로 퀸즈타운 곤돌라 탑승 후 즐기는 대표적인 체험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티켓을 끊고 입장하려는 순간 직원이 "지금 루지 고장 나서 못 합니다, 올라가실 분은 올라가세요"라는 말만 하고 끝이었습니다.
안내도 없이 티켓을 팔고, 입장 직전에 고장을 통보하고, 환불 절차도 카드 하나 내밀며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습니다. 돈도 시간도 날린 셈이었는데, 이게 현지 운영 방식이라는 게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결국 마을만 구경하고 플리마켓을 돌았는데, 그게 또 나름 퀸즈타운의 다른 면을 보게 해줘서 완전히 아쉬운 시간만은 아니었습니다. 퀸즈타운에서 저는 이후 4일을 더 머물 예정이라 밀포드 사운드 당일치기와 각종 액티비티를 거점 삼아 즐길 계획이었는데, 첫날은 이렇게 예상을 비껴가는 것들 투성이였습니다.
그래도 마을 분위기 자체는 좋았습니다. 호수를 앞에 두고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구조인데, 이 지형적 특성이 퀸즈타운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먹을 것도, 볼 것도, 할 것도 많으니 하루이틀로는 부족한 도시입니다.
뉴질랜드 남섬 최남단에서 퀸즈타운까지 올라오는 이 하루 루트는, 예상보다 훨씬 볼 게 많고 예상보다 훨씬 변수도 많은 구간이었습니다. 리뷰 30개짜리 숨은 명소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가 되고, 세계 최고 햄버거를 갈매기와 싸우며 먹고, 6만 원짜리 패티를 바지에 쏟는 상황까지. 이게 여행이죠. 퀸즈타운 입성 첫날은 곤돌라 고장으로 삐걱거렸지만, 남은 3일이 있으니 아쉬울 건 없었습니다. 이 루트를 계획하고 있다면, 날씨 좋은 날 해안도로 포인트를 넉넉히 잡아두고 퀸즈타운 진입은 오전 일찍 하는 걸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