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속초 뚜벅이 여행 (가성비숙소, 맛집투어, 자율주행택시)
서울에서 강릉가는 ktx 기차표 잡기도 한달전 미리 예약해야한다고 익히 듣긴했는데, 부산에서 강릉까지가는 KTX 기차표도 잡기가 이렇게 어려울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대부분이 선호하는 오전 시간대출발하는 열차는 전부 매진, 겨우 잡은 게 밤 11시 반 도착 기차였어요. 그 순간 든 생각은 딱 하나였습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전날 밤에 도착해서 컨디션 100%로 시작하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 선택이 이번 3박 4일 겨울 강릉·속초 여행에서 제가 한 가장 잘한 결정이었습니다.
숙소 가성비: "5만 원이면 괜찮을까?" 라는 의심이 사라지기까지
강릉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 숙소를 1박 5만 원에 잡았습니다. 솔직히 예약하면서 반신반의했어요. 5만 원짜리 숙소라고 하면 담배 냄새, 얇은 이불, 얼어붙은 욕실을 상상하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 저도 그랬거든요. 근데 막상 도착해보니 더블 베드에 보일러가 제대로 들어와서 방이 훈훈했고, 방음도 생각보다 잘 됐습니다. 속초에서 묵은 숙소는 더 호텔 속초로, 평일 기준 6만 원대였습니다. 오션뷰라고 나와 있었는데, 여기서 오션뷰란 창문 열면 바다가 시원하게 보이는 구도가 아니라 커튼을 걷으면 멀리 바다가 시야에 들어오는 정도입니다. 그래도 충분히 예뻤어요. 인덕션도 있고 레지던스에 가까운 구조라 공간이 널찍했고, 1층에 로비도 있어서 혼자 여행하는 분들도 안심하고 묵기 좋을 것 같았습니다. 방음은 완벽하진 않았지만 큰 도로 바로 옆인데도 차 소리가 거의 안 들렸어요. 새시가 훌륭한 편이었습니다. 속초에서는 관광시장에서 포장해서 먹을만한 먹거리가 많다보니 레지던스형으로 취사가 가능한 숙소가 포장해온 음식을 데워먹기에 부담없이 너무 편했습니다. 솔직히 여기라면 속초에서 한달살고싶다고 생각했을 정도입니다.
- 강릉 숙소: 강릉역 도보 5분, 1박 5만 원, 보일러·방음 양호, 담배 냄새 없음
- 속초 숙소(더 호텔 속초): 고속버스터미널 도보 1분, 평일 6만 원대, 오션뷰, 레지던스형 구조
- 캐리어 보관: 강릉역 수하물 보관 하루 5,000원, 속초 이동 시 역에 맡기고 배낭만 들고 이동 가능
맛집 솔직 후기: 입소문과 실제 사이
이번 여행에서 제일 많이 들은 말이 "거기 무조건 가야 해요"였습니다. 뚜벅이 여행을 하다 보면 구독자분들께 현장에서 추천을 받는 일이 생기는데, 이번엔 그게 꽤 잘 들어맞았어요. 순두부 젤라또 먹던 곳에서 우연히 뵌 구독자분이 서울양계 닭강정을 추천해 주셨는데, "어제 드시고 너무 맛있어서 오늘 집 갈 때 또 포장했다"는 말에 바로 전화해서 15분 뒤 찾아가겠다고 했습니다.
서울양계 닭강정은 반 박스 포장이 가능해서 혼밥하기에도 딱 좋았어요. 저는 매콤 맛으로 주문했는데, 소스가 찐득이지 않고 튀김 자체가 바삭바삭했어요. 100% 국내산 닭다리살이라 기름 쩐내도 없고, 살짝 얼얼한 매운맛이 딱 제 취향이었습니다. 이거 먹으면서 진심으로 "나 이런 맛 좋아해" 소리가 나왔어요.
속초에서는 동해 순대국과 감자 옹심이도 먹었습니다. 옹심이는 강원도 전통 음식으로 감자를 갈아 동그랗게 빚은 새알 모양 덩어리를 국물에 넣은 것인데, 육수가 투명할 만큼 맑으면서 고기는 야들야들했어요. 솔직히 좋았던 건 음식만이 아니었고, 국밥집 사장님이 이렇게 유명한 집이 이렇게 친절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친절하셔서 오히려 그게 더 기억에 남습니다.
평탄 카페의 토마토 음료, 초당 옥수수 커피, 속초 옥수수 소금빵, 감자 타르트까지 카페·디저트 코스도 빼곡했는데, 이 중 제가 가장 놀란 건 감자 옹심이 푸딩이었어요. 처음엔 감자 스프인가 싶다가, 먹을수록 고소하고 달콤한 감자 푸딩으로 느껴지고, 마지막엔 우유 푸딩 같은 여운이 남는, 한 입에 세 번 놀라는 맛이었습니다.
- 정화 식당(강릉): 오징어볶음 1인분 가능, 달짝지근하면서 감칠맛 나는 소스, 오징어 부드러움
- 서울양계(강릉): 닭강정 반 박스 포장 가능, 바삭한 튀김, 100% 닭다리살
- 동해 순대국(속초): 순대국밥 거리 위치, 잡내 없고 뜨끈한 국물, 사장님 친절
- 속초 옥수수 소금빵: 순대꽃 골목 바로 맞은편, 세 개 세트 포장 가능
- 감자 옹심이 푸딩: 속초 관광수산시장 근처, 한 입에 감자→고소함→우유 여운
자율주행택시와 뚜벅이 실수담: 겨울 강릉·속초를 자차 없이 돌아보려면
뚜벅이로 강릉을 돌아다니면서 제가 받은 꿀팁이 하나 있습니다. 강릉에 자율주행 택시가 있다는 거예요. 여기서 자율주행 택시란 일반 개인 택시가 아니라 관광지를 순환하는 무료 이동 수단으로, 당일 신청 후 해수욕장·올림픽 뮤지엄 등 주요 코스를 순환하는 방식입니다. 저는 제 동선에 없어서 결국 택시를 두 번 탔지만, 해수욕장이나 올림픽 뮤지엄 쪽을 도실 분들은 적극 활용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강릉 시내는 10~20분 걷거나 택시로 10분이면 웬만한 곳은 다 닿으니까 뚜벅이로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저처럼 실수하실 수도 있어서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속초에는 고속버스터미널과 시외버스터미널이 따로 있습니다. 서울 방향은 고속버스터미널, 강릉 방향은 시외버스터미널입니다. 저는 이걸 몰라서 강릉 가는 버스를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기다렸다가 그대로 놓쳤어요. 버스 타기 5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터미널에 강릉행이 없는 거예요. 그 순간 등이 서늘해지더라고요. 다음 버스를 탔는데 자칫하면 강릉에서 기차를 못 탈 뻔했고, 결국 택시까지 동원해서 20분 전에 겨우 탔습니다.
국내 여행을 주로 자차로 다니다 보니 버스 터미널 구조를 전혀 몰랐던 게 원인이었어요. 뚜벅이 여행이 처음이신 분들, 또는 저처럼 자차 여행이 익숙하신 분들은 이 부분만큼은 꼭 미리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강릉역 수하물 보관(하루 5,000원)을 이용하면 속초 당일치기 때 캐리어 없이 배낭만 들고 다닐 수 있고, 속초 고속버스터미널 바로 앞까지 버스가 오니까 캐리어 들고 오셔도 사실 무방합니다. (출처: 코레일에서 강릉역 수하물 보관 서비스 확인 가능)
강릉·속초 해변은 여름엔 평일에도 정말 사람이 많았습니다. 휴가철을 피했다고 생각했는데도 가는데마다 북적북적 한게 나쁘다기보다 오히려 동남아 바다 도시에 휴가온것처럼 붐비는게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다만 화수(화요일·수요일) 일정이면 휴무가 정말 많으니까, 가시려는 카페나 식당 영업일은 꼭 미리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공식 사이트에서 속초·강릉 관광 정보 확인 가능)
낯선 도시에서 이렇게 뜻밖의 인연이 생기는 것, 뚜벅이 여행이 아니었으면 아마 없었을 장면이었을 거예요. 버스 놓치고 등 서늘했던 순간도 결국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게 됐고요. 다음엔 자차로 다시 올 거지만, 이번 뚜벅이 여행이 남긴 것들은 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