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여행 이시가키지마 현실 (히토시, 반딧불이, 렌트카)
나는 특가항공권 사냥꾼으로서 왕복 16만원이라는 가격을 보고 결제를 망설일 시간이 없었습니다. 진에어가 이시가키지마 신규 취항하면서 내놓은 특가 가격인데, 보자마자 심장이 두근거리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당연히 나는 이 숫자를 보자마자 손가락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문제는 그 특가표가 2박 3일짜리였고, 현지 체류 시간이 딱 48시간이었다는 것, 그리고 출발 전날 일기예보를 보니 3일 내내 비 예보가 떠 있었다는 것입니다. 왜 특가항공권이 하필 이 시기에 풀렸는지 갑자기 모든 것이 다 이해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다들 물 색깔이 에메랄드 같다고 입을 모으는 섬에서, 우산을 손에 쥔 채 48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이시가키지마, 오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이시가키지마는 오키나와현 소속 섬입니다. 여기서 오키나와현이란 일본 본토 최남단 현으로, 이시가키는 그 중에서도 대만과 훨씬 더 가까운 위치에 있습니다. 인천에서 비행기로 2시간 30분이면 닿고, 기후도 대만처럼 늘 따뜻한 편이라 사계절 내내 여행객이 찾습니다. 인기 섬인 미야코지마 바로 옆이기도 해서, 미야코지마를 검색하다 이시가키를 알게 되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공항에 내리는 순간 첫 느낌은 솔직히 제주도였습니다. 살짝 흐리고 바람이 있고, 공항 밖 분위기도 어딘지 익숙한 느낌.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니 그때서야 일본스러운 풍경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이시가키 집들이 일본 다른 지역과는 또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더 깔끔하고 아담한 느낌에 일본 중에서도 엄청 시골인 것같았습니다. 사람이 별로 없어서 더 그렇게 보이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이시가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실전 정보를 먼저 짚고 가겠습니다.
- 현금 필수: 섬 특성상 카드보다 현금을 선호하는 가게가 많습니다. 저는 4만 엔(약 38만 원)을 환전해 갔는데 거의 다 썼습니다.
- 렌트카는 호스텔 통해서: 일반 렌트카 업체는 48시간에 약 20만 원이었는데, 제가 묵은 호스텔에서는 84,000원에 스쿠터·자전거·고프로까지 포함, 주차비도 없었습니다. 숙소 예약 전에 반드시 렌트 포함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 브레이크 타임 주의: 이시가키 음식점 대부분이 오후 2~3시부터 브레이크 타임에 들어갑니다. 점심을 조금 늦게 먹으려 했다가 문 닫힌 가게를 여러 번 마주쳤습니다.
- 날씨 리스크 실재: 흐린 날씨에는 섬 투어나 스노클링이 취소됩니다. 섬 안으로 들어가면 고립될 수도 있다는 말을 호스텔 직원에게 직접 들었습니다. 이시가키는 날씨 운이 여행 만족도를 크게 좌우합니다.
히토시와 반딧불이, 기대치가 문제였다
이시가키지마 맛집 하면 모두가 히토시를 말합니다. 여기서 히토시란 이시가키 시내에 위치한 해산물 전문 식당으로, 전화 예약만 가능한 데다 예약이 워낙 치열해 "전화 1000번은 해야 된다"는 말이 실제로 돌 정도입니다. 저는 운 좋게 당일 입장을 했습니다. 들어서자마자 한 가지 규칙을 안내받았습니다. 추가 주문이 안 된다는 것. 그리고 현금 결제만 된다는 것.
메뉴 가격은 납득이 가는 수준이었습니다. 사시미 1인분 1,800엔, 우니 우동 680엔, 먹물밥 680엔. 오키나와산 레몬 주스는 진짜 맛있었습니다. 문제는 참치 사시미였습니다. 히토시는 참치가 제일 유명하다고 해서 기대를 잔뜩 했는데, 막상 먹어 보니 그냥 참치 맛이었습니다. 우니 우동은 우니 맛보다 시소 향이 압도적으로 강했고, 면은 뚝뚝 끊기는 식감이었습니다. 먹물밥은 길 가다 우연히 들어갔다면 "이거 진짜 맛있다"고 했을 것 같습니다.
이시가키 맛집이 없다는 후기가 많은 이유를 여기서 와서 이해했습니다. 일본 다른 도시처럼 아무 데나 들어가도 맛있는 수준은 아닙니다. 양이 많지도 않고, 특별히 저렴하지도 않습니다. 대신 집밥 같은 정겨움이 있고, 가게 분위기가 한결같이 따스합니다. 기대치를 다르게 설정해야 하는 곳입니다. (출처: 오키나와관광컨벤션뷰로)
반딧불이 체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기서 이시가키 반딧불이란 해가 진 후 약 1시간 뒤부터 30분간만 불을 밝히는 야생 반딧불이로, 정해진 스팟에 가이드 없이 찾아가야 합니다. 호스텔 직원이 "사람 많은 데로 따라가면 된다"고 알려줬는데, 막상 가보니 주차장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는 현지에서 처음 만난 분들과 함께 세 갈래 길에서 서로 "여기인 것 같다, 아마도요"를 반복하며 30분 가까이 헤맸습니다. 결국 반딧불이 투어 진행 중인 분을 붙잡아 물어봐서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가이드를 구하든지, 최소한 구글맵 리뷰를 미리 정독하고 가기를 권합니다. (출처: 이시가키관광정보)
비 와도 렌트카 드라이브 강행
스노클링도 섬 투어도 안 되는 날씨에 저는 렌트카로 이시가키 섬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제주도 시골길 운전하는 것과 감각이 비슷했습니다.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후사키 리조트 해변에 들렀는데, 흐린 날인데도 바다가 예뻤습니다. 에메랄드 색은 아니었지만, 맑은 날이었다면 얼마나 다를지 오히려 더 궁금해졌습니다. 리조트 숙박비를 찾아보니 1박에 50만 원이었습니다. 그 앞 해변을 5분 보고 차로 돌아왔습니다.
원숭이 공원, 농산물 시장, 사탕수수 스무디 가게까지 다녀왔습니다. 원숭이는 생각보다 훨씬 적극적이었습니다. 팸플릿에 주머니를 털어간다고 적혀 있었는데, 실제로 제 눈앞에서 부드럽게 다가와 주머니를 뒤지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생긴 건 귀여운데 완전 날강도가 따로 없는 행동에 사람과 원숭이가 다른 점이 무엇인지 골똘히 생각에 빠져드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시가키규는 농산물 시장에서 사서 호스텔 주방에서 직접 구워 먹었습니다. 여기서 이시가키규란 고베규의 원산지가 되는 소로, 원래 이시가키에서 태어나 고베로 이동한 소에 고베규 브랜드가 붙는 것입니다. 뿌리가 이시가키인 셈입니다. 어깨살 100g에 900엔이었는데, 구워 먹으니 부드러운 맛이 났습니다. 호스텔 주방이 워낙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어서, 요리하는 시간 자체가 여행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고 내가 마치 영화'리틀포레스트'의 주인공인것마냥 영화속 장면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습니다.
지마미도후라는 현지 특산 먹거리도 먹었는데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여기서 지마미도후란 땅콩과 전분, 물로만 만든 쫀득한 두부로, 우유 푸딩처럼 생겼습니다. AI한테 사진을 보여줬더니 옆에 있던 다른 제품 설명을 해줘서 우유 푸딩인 줄 알고 샀다가, 열어보니 슬라임 같은 질감에 생 땅콩 맛만 났습니다. 간장 소스를 뿌리고 나서야 먹을 만해졌습니다. 처음부터 땅콩 두부라고 알고 먹었으면 괜찮았을 텐데, 우유 푸딩이라고 믿고 한 입 넣었을 때의 당혹감은 꽤 컸습니다.
공항 가는 길에 처음으로 햇빛을 봤습니다. 72시간 만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시가키는 저한테 "천국"이 아니었습니다. 맑은 날 투명한 바다를 못 봤으니 당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또 가고 싶습니다. 집밥 같은 밥집들, 원숭이한테 주머니 털리던 순간, 세 갈래 길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함께 헤매던 밤. 맑은 날 다시 가면 그때는 천국이라는 말이 와닿을 것 같습니다. 이시가키는 날씨가 맞아야 제대로 보이는 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