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랏 여행 (슬리핑 버스, 반세오, 야시장)

나는 통제성향이 있어서 어느정도 상황을 예상하고싶었지만 절대 그러기 힘든일이 벌어졌습니다. 터미널에서 티켓을 건넸더니 직원들 사이에 언쟁이 벌어지는 거예요. 알고 보니 매표소 아주머니가 원래 요금보다 15만 동을 더 받으셨던 겁니다. 돈을 떼인 것보다 더 무서웠던 건 혹시 제 자리가 없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이었습니다. 오버부킹이라도 됐으면 어쩌나 싶어서요. 다행히 자리는 있었고, 무사히 슬리핑 버스에 올라탈수있었습니다.



슬리핑 버스 탑승기 — 바가지와 1등석 사이

건터 버스 터미널에서 달랏까지는 슬리핑 버스로 이동했습니다. 여기서 슬리핑 버스란, 일반 좌석 대신 리클라이닝 침대 칸이 2층으로 배치된 장거리 버스를 말합니다. 베트남 장거리 이동에서 가장 보편적인 교통수단 중 하나인데, 소요 시간이 9~10시간에 달하는 노선에서는 사실상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입니다.

직접 올라가서 누워보니, 어깨가 옆 칸과 맞붙는 수준의 공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저와 일행, 둘 다 체형이 작은 편이라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갑자기 일행이 긍정적 사고를 해보자고하더니 "세상에 누워서 가다니, 비행기 1등석이 내 침대네"라고 했고, 저는 그 말이 너무 웃겨서 한동안 웃었습니다. 생각의 전환을 하면 우리는 지금 거의 퍼스트클래스 체험을 하고 있는 거라고요. 슬리퍼는 짐 위에 매달아 두고, 무거운 가방은 발밑 공간에 밀어 넣으면 그나마 발을 뻗을 수 있어서 나름 편했습니다.

한 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건 터미널 매표 과정입니다. 저처럼 창구에서 직접 티켓을 구매할 경우, 영수증이나 정가 기준을 미리 확인해 두시는 게 좋습니다. 저는 15만 동을 더 냈다는 사실을 버스 탑승 직전에야 알았고, 그나마 직원들이 바로잡아 주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바가지를 썼다는 기분보다,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는 불안이 훨씬 컸습니다. 다행히 자리는 확보되어 있었고, 9~10시간 만에 달랏에 도착했습니다.

  • 이동 수단: 슬리핑 버스 (건터 → 달랏, 약 9~10시간 소요)
  • 주의 사항: 창구 구매 시 정가 확인 필수, 오버부킹 여부 탑승 전 재확인 권장
  • 짐 보관 팁: 슬리퍼는 짐망에 걸어두고, 귀중품 가방은 침대 발밑 공간 활용
  • 체형 참고: 칸 폭이 좁아 어깨가 맞붙는 수준 — 체형이 크신 분들은 미리 고려 필요

슬리핑 버스 노선 및 요금 정보는 출처: BookMeBus출처: Baolau 같은 베트남 버스 예약 플랫폼에서 미리 확인해 두면 창구 바가지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요약: 슬리핑 버스는 9~10시간 장거리 노선에서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지만, 창구 구매 시 정가 확인과 탑승 전 자리 재확인은 필수입니다.

달랏 첫 끼는 반세오 — 이름의 뜻까지 알고 먹으니 더 맛있었습니다

달랏에 도착해서 첫 숙소에 짐을 풀고, 조금 눈을 붙인 뒤 첫 끼를 먹으러 나갔습니다. 메뉴는 반세오였습니다. 여기서 반세오란, 쌀가루 반죽을 달군 팬에 지글지글 구운 베트남 전통 요리를 말합니다. '반(Bánh)'은 쌀이나 밀가루를 이용한 반죽 음식을 통칭하는 말이고, '세오(Xèo)'는 그 반죽을 팬에 부을 때 나는 지글지글 소리를 흉내 낸 의성어입니다. 그러니까 이름 자체가 "지글지글 구운 반죽 요리"라는 뜻입니다.

직접 앉아서 먹어보니, 반세오 자체는 엄청 노릇노릇하고 바삭한 식감이었습니다. 거기에 각종 채소를 함께 싸서 파파야 채와 새콤달콤한 소스에 찍어 먹는 방식인데, 첫 모금에 소스가 달콤한 건지 새콤한 건지 헷갈렸는데 알고 보니 달달한 편이었습니다. 고춧가루는 원하는 만큼 직접 넣으면 되니 매운 걸 못 드시는 분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옆 테이블 분들이 드시는 걸 관찰하면서 열심히 따라 먹었는데, 채소가 워낙 풍성하게 들어가다 보니 먹으면서도 죄책감이 안 드는 묘한 건강함이 있었습니다.

한편 달랏에는 베트남식 라이스페이퍼 피자라고 불리는 반짱 누엉도 있습니다. 여기서 반짱 누엉이란, 쌀로 만든 라이스페이퍼를 숯불 위에 직접 올려 구운 뒤 계란, 고추, 채소를 올려 소스를 뿌려 먹는 달랏의 대표 길거리 음식을 말합니다. 이 음식을 파는 가게에서 사장님이 한국어를 할 줄 아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학교에서 배웠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녁에는 원래 분짜 하노이 식당을 찾아갔는데 저녁 6시 20분에 이미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후기가 좋았던 곳이라 꽤 아쉬웠지만, 반세오도 함께 파는 근처 식당에서 분짜를 찾아 먹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먹고 싶었던게 베트남 분짜여서 분짜를 못 먹는 줄 알고 울 뻔했다는건 일행에게 말했더니 한참 배를 잡고 웃었습니다.

요약: 반세오는 바삭한 쌀반죽에 채소를 싸 먹는 달랏의 대표 음식으로, 이름 자체가 "지글지글 굽는다"는 뜻의 의성어에서 왔습니다.

달랏 야시장과 판단 코코넛 푸딩 

달랏 야시장을 혼자 걷다가 사람이 너무 많이 몰린 빵집을 발견했습니다. 도대체 뭘 파는 집이길래 이렇게 사람이 많을까 싶어서 호기심에 들어갔다가 처음 맛본 게 판단 코코넛 푸딩이었습니다. 여기서 판단이란, 동남아시아에서 흔히 쓰이는 열대 식물 잎으로 특유의 고소하고 풀 향이 나는 천연 향신료이자 색소 역할을 합니다. 한국에서는 잘 접하기 어려운 재료인데, 달랏에서는 디저트 전반에 굉장히 자주 등장합니다. 제가 먹은 판단 코코넛 푸딩은 생 코코넛 껍질 그대로를 그릇 삼아, 그 안에 코코넛과 판단을 섞어 굳힌 것이었습니다. 탄력이 탱글탱글한 정도가 아니라 거의 밀어내는 수준이라 푸딩보다는 젤리에 가깝습니다. 하얀 부분에선 코코넛 맛이 진하게 나고, 초록 부분에선 판단 특유의 향이 납니다. 달고 고소하고 향긋한데 말로 설명하기가 애매합니다. 그냥 맛있습니다.

야시장 안쪽에는 두유 가게도 있었습니다. 처음에 사람들이 왜 저렇게 몰려 있나 싶었는데, 다들 두유를 마시고 있더라고요. 메뉴가 검은콩, 땅콩, 녹두, 옥수수, 검은깨, 쌀, 연밥, 타로 등으로 꽤 다양했습니다. 저는 땅콩두유를, 일행은 흑콩두유를 마셨는데 뜨끈뜨끈하니 속이 편안해지는 맛이었습니다. 다만 플라스틱 용기를 뜨거운 두유에 그대로 담가 판매하는 방식은 살짝 마음에 걸리긴 했습니다.

달랏 야시장은 계단을 내려가면 바로 펼쳐지는 구조인데, 말린 과일과 동결건조 과일 가게가 가득하고 딸기도 팔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동결건조란, 과일을 냉동 상태에서 수분을 제거해 바삭하게 만든 가공법을 말합니다. 현지 딸기는 우리나라 딸기처럼 달지 않고 아삭아삭한 식감이 강한 편입니다. 특이하게 과일에 소금을 약간 뿌려주시는데, 시장이 반찬인 맛이라고 하면 바로 이해할수 있는 맛입니다.

  • 판단 코코넛 푸딩: 생 코코넛 껍질째 서빙, 탱글탱글한 젤리 식감, 달랏 야시장 빵집에서 구매 가능
  • 반짱 누엉: 라이스페이퍼를 숯불에 구워 계란·채소 얹은 길거리 음식, 현지 꼬맹이들에게 인기
  • 현지 두유: 검은콩·땅콩·타로 등 7~8가지 종류, 뜨거운 것을 플라스틱 컵에 담아 판매
  • 달랏 딸기: 크기가 작고 아삭한 편, 소금과 함께 제공 — 한국 딸기와는 맛이 다름
달랏은 해발 1,500m 고산지대에 위치해 있어서 버스에서 내릴 때부터 공기가 확연히 달랐습니다. 바람이 선선하고, 구름이 코앞에서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 광경이 낯설면서도 좋았습니다. 워낙 감각이 예민한 편인 나는 살짝 머리가 아프기도 했지만, 잠깐 낮잠을 자고 나니 한결 나아졌습니다. 고산병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컨디션에 따라 약간의 멀미약이나 두통약을 챙겨온다면 훨씬 쾌적하고 말짱한 정신으로 달랏을 제대로 둘러볼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