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천지 서파 북파 비교 (천지, 서파, 북파)
백두산 천지를 볼 수 있는 확률이 60%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중국 전 주석 장쩌민도 세 번을 왔다가 한 번도 못 봤다는 그 천지를 저는 이틀 연속으로 보고 왔습니다. 서파와 북파, 두 코스를 연달아 다녀온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볼게요. 백두산을 계획 중이시라면 이 두 코스의 차이를 미리 알고 가시는 게 훨씬 낫습니다.
백두산 천지, 사실 보기가 이렇게 어렵습니다
백두산을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최근 몇 년 사이 "백두산이 곧 폭발한다"는 이야기가 자꾸 보이면서였습니다. 여기서 활화산이란 현재도 마그마가 활동 중인 화산을 뜻하는데, 백두산은 실제로 지하 마그마가 끓으면서 수증기를 형성하고, 그게 온천수 형태로 솟구쳐 천지를 채우고 있습니다. 천지에 담긴 물의 약 60~70%가 온천수이고, 나머지 30~40%가 빗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물의 총량이 무려 20억 톤,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은 384m입니다.
백두산은 100년 주기로 폭발해왔는데 마지막 폭발이 약 100년 전이라는 점 때문에 사람들의 우려가 커졌고, 수많은 연구진이 지금도 백두산의 움직임을 기민하게 추적 중이라고 합니다. 저도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러면 지금 가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막상 가보니 굉장히 평화롭고 아름다웠지만요. 그런데 백두산에 오려면 국제공항이 없어서 연길 공항이나 장춘 공항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부터 알아야 했습니다. 저는 연길 공항으로 들어왔고, 공항이 워낙 작아서 짐 찾는 곳도 딱 한 군데였습니다.
서파 코스: 1,442개 계단 끝에 천지가 있습니다
첫째 날은 서파, 즉 서쪽 입구 코스였습니다. 서파에서 천지까지는 편도 900m에 정확히 1,442개의 계단을 직접 올라야 합니다. 입장권은 209위안(약 47,200원)이었고, 천지까지 올라가는 셔틀버스 요금이 따로 없는 대신 두 다리로 오르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서파란 백두산 서쪽 방향의 등반 입구를 말하며, 직접 계단을 타고 정상까지 오르는 유일한 코스입니다.
저는 출발 전에 다음 나라 일정이 더운 나라라 여름 옷만 챙겼는데, 백두산 정상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다행히 입구 근처 가게에서 방한복을 빌릴 수 있었고, 흥정 끝에 상하의 합쳐서 40위안(약 9,040원)에 빌렸습니다. 처음에 사장님이 50위안을 부르셔서 40위안으로 깎았는데, 끈질기게 밀어붙이니 결국 수락해 주셨습니다.
계단을 오르면서 5단위마다 압정으로 숫자를 새겨놓은 걸 발견했는데, 솔직히 이 숫자 새기는 작업이 계단 오르는 것보다 더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40개, 700개, 950개, 1,100개, 1,300개를 넘기면서 중간중간 쉬어가며 올랐고, 1,442번째 계단에 올랐을 때 갑자기 천지가 떡 하니 나타났습니다. 너무 갑작스럽게 나타나서 처음엔 믿기지 않았을 정도입니다. 거대한 아이스링크장처럼 보이는 그 풍경 앞에서 말이 안 나왔습니다.
- 입장권: 209위안(약 47,200원), 셔틀버스 없이 직접 계단 등반
- 계단 수: 총 1,442개, 편도 거리 900m
- 방한복 대여: 입구 앞 상점에서 가능, 40~50위안 수준
- 특이사항: 올라오는 길이 아름다워서 오히려 천지보다 과정이 더 기억에 남을 수 있음
서파 정상에서는 옆에 있던 중국인 친구와 서로 사진을 찍어줬는데, 그 친구가 자기 선글라스까지 빌려줬습니다. 이런 예상치 못한 친절이 여행의 온도를 올려줬습니다. 백두산 관련 정보는 출처: 한국관광공사에서도 일부 확인 가능합니다.
북파 코스: 버스로 정상까지, 편하지만 감동은 가볍습니다
둘째 날은 북파, 북쪽 입구 코스였습니다. 북파에서는 셔틀버스를 타고 정상 근처까지 올라간 뒤, 다시 작은 미니밴으로 갈아타고 천지 바로 아래까지 이동합니다. 여기서 북파란 백두산 북쪽 방향의 입구를 말하며, 접근성이 좋아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코스입니다. 입장권은 225위안(약 50,830원)이었고, 천지까지 올라가는 미니밴 요금이 80위안(약 18,070원) 별도였습니다.
미니밴이 꼬불꼬불한 산길을 오르는데, 조수석에 앉아있기만 해도 심장이 아찔아찔했습니다. 운전 난이도가 워낙 높다 보니 80위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탑승하자마자 들었습니다. 버스 좌석 사이의 간격은 실화냐 싶을 정도로 좁아서, 키가 170cm 이상이면 불편할 것 같았습니다. 저는 다행히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
정상에 도착하자 이틀 연속으로 천지가 맑게 보였습니다. 북파에서 보는 천지는 서파와 각도가 달라서 느낌이 달랐고, 양쪽으로 높이 솟은 암석들이 천지를 호위하듯 둘러싸고 있어서 다른 행성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습니다. 서파에서 멀리서 보는 느낌이었다면, 북파는 조금 더 가까이서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다시 한 군데만 골라야 한다면 저는 서파를 선택할 것 같습니다. 서파에서 1,442개의 계단을 오를 때는 엄청 긴장되고 기대됐는데, 북파는 가만히 앉아 있다 보니 차가 올라다 준 셈이었습니다. 예쁘고 감격스럽긴 했지만, 직접 계단을 올라서 쟁취한 감동과는 비교가 안 되는 가벼운 감동이었습니다. 이래서 가끔은 고생을 좀 해봐야 한다는 걸 백두산에서 배웠습니다. 북파 코스에 대한 공식 안내는 출처: China Highlights에서도 참고할 수 있습니다.
북파 하산 길에는 장백폭포와 녹연담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녹연담이란 에메랄드 빛 물색을 자랑하는 호수로, 천지에서 흘러내려온 물이 고인 곳입니다. 물이 너무 맑아서 호수 바닥의 송어들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폭포 가는 길 중간에 온천수로 끓인 거위알을 팔고 있었는데, 10위안짜리 거위알 하나를 먹었더니 노른자의 고소함이 일반 계란보다 진하고, 흰자가 두 겹으로 탱글탱글했습니다. 배가 고파서 그런지 정말 맛있었습니다.
두 코스를 다 다녀온 솔직한 결론
백두산 천지를 이틀 연속으로 본 건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연길에서 만난 택시 기사님이 "천지를 볼 수 있는지 없는지는 운명에 달렸다"고 했는데, 그 말이 빈말이 아니었습니다. 구름이 끼면 올라가도 아무것도 못 보는 경우가 허다하고, 실제로 관측 성공률이 60%라고 합니다. 그래서 기상 좋은 날 일찍 오르는 게 핵심입니다.
서파와 북파 중 어떤 코스를 선택할지 고민이시라면, 체력에 자신 있고 진짜 감동을 원한다면 서파를, 시간이 촉박하거나 체력 소모를 줄이고 싶다면 북파를 추천합니다. 단, 북파도 정상 도착 후 장백폭포와 녹연담까지 둘러보면 걷는 양이 꽤 되기 때문에 편한 코스라고 방심하면 안 됩니다. 저도 북파는 쉽다고 생각했다가 하산 코스에서 종아리가 터질 것 같은 경험을 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백두산에서 한국 국기를 흔들 수는 없습니다. 중국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는 관광지이고, 중국 영토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여권이 아닌 일반 신분증으로 우리가 자유롭게 백두산을 오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그 전까지는 이렇게 중국 쪽에서라도 올라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