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소르 요가 홀리데이 (오쇼요가센터, 채식, 하타요가)
2주에 35만 원. 숙소, 삼시 세끼, 무제한 요가 클래스가 전부 포함된 금액입니다. 처음 이 가격을 봤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인도 마이소르에 와서 직접 확인해 보니, 이건 그냥 저렴한 게 아니라 말이 안 되는 수준이었습니다.
오쇼요가센터
마이소르는 아쉬탕가 요가의 성지로 알려진 도시입니다. 여기서 아쉬탕가 요가란, 호흡과 동작을 일정한 순서로 연결하는 인도 전통 요가 방식으로, 전 세계 요가 수련자들이 이 도시를 목적지로 삼아 찾아옵니다. 저는 원래 1~2주 정도 머물며 오쇼요가센터의 요가 홀리데이 프로그램을 신청하려고 했습니다.
이 프로그램 구성이 꽤 알찹니다. 개인 룸, 삼시 세끼 식사, 무제한 요가 클래스가 묶여서 1주에 약 25만 원, 2주에 약 35만 원 수준입니다. 하루로 환산하면 2~3만 원 정도에 숙식과 요가를 다 해결할 수 있는 셈이죠. 일반적으로 인도 요가 프로그램은 비용 대비 구성이 허술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는데, 저는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제공하는 것에 비해 금액이 지나치게 저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가원 건물 두 개 중 하타요가 건물에 입소하게 됐고, 그날부터 2주간의 마이소르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마이소르의 이 동네, 이른바 '요가원 밀집 구역'은 분위기가 독특합니다. 샐러드 카페, 베지테리언 레스토랑, 요가 용품 가게들이 모여 있고, 메뉴판을 펼치면 파스타도 베지테리언이고 버거도 콩 패티입니다. 바나나, 시금치, 아보카도, 애플이 들어간 스무디가 예쁘게 나오는 곳들이죠. 이 동네에 발을 들이는 순간, 채식주의자 체험까지 동시에 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하타요가 첫 수업, 한국 요가랑은 완전히 달랐다
수업은 새벽 6시에서 7시 사이에 시작합니다. 여기서 하타요가란, 아쉬탕가처럼 정해진 시퀀스를 따르는 방식이 아니라 자세(아사나)와 호흡(프라나야마)을 균형 있게 결합하는 요가 방식입니다. 저는 아쉬탕가보다 백밴딩이나 특정 자세 중심의 수업을 좋아해서 하타요가 클래스를 선택했습니다.
첫 수업 후기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만신창이'였습니다. 최근 바쁜 일정으로 운동을 거의 안 했고, 여행 내내 기름진 음식에 몸이 굳어 있던 터라 온몸이 지진이 난 느낌이었습니다. 원래 새벽 12시에 자고 8~9시에 일어나던 사람이 11시에 자고 6시에 일어났으니, 피로감이 두 배였습니다.
그런데 한국 요가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요가는 여성 수강생이 많다고 알려져 있는데, 여기는 남녀 비율이 거의 반반이었습니다. 강사도 전원 남성이었고, 알고 보니 요가의 역사에서 수련자와 스승 모두 전통적으로 남성이었다고 합니다. 또 한국에서는 레깅스에 요가복 풀 세트로 장착하고 오는 분들이 많은 반면, 여기는 아저씨, 아줌마, 할아버지 할 것 없이 트레이닝복이나 헐렁한 바지 차림으로 옵니다. 자세가 안 나와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라 오히려 편하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요가원마다 규칙 수위가 다릅니다. 어떤 곳은 플라스틱 반입 금지, 휴대폰 사용 금지, 삼시 세끼 채식 외 반입 금지 같은 엄격한 규정을 적용합니다. 제가 있던 곳은 채식을 권장하되 강요하지 않았고, 클래스도 제가 원하는 걸 골라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채식에 질릴 때 슬쩍 동네 식당에서 고기를 먹어도 눈치 볼 일이 없었습니다.
- 수업 시작 시간: 새벽 6~7시, 하루가 두 배로 느껴지는 미라클 모닝 효과 실제로 체감
- 수강생 구성: 남녀 반반, 연령대 다양, 요가복 집착 없는 분위기
- 강사 수준: 내공이 느껴지는 베테랑, 잘 가르친다는 말이 절로 나옴
- 규칙 강도: 요가원마다 천차만별, 오쇼는 비교적 자유로운 편
하루 일정이 밥 시간, 요가 시간으로 단단하게 짜이다 보니 남은 시간을 어떻게 쓸지 스스로 결정하게 됩니다. 동네 카페를 도장깨기 하거나 빨래를 하거나, 아니면 싱잉볼 클래스를 기웃거리거나. 여기서 싱잉볼이란, 금속 그릇을 방망이로 두드리거나 문질러 소리를 내는 명상 도구로, 울림이 몸 전체에 전달되는 경험을 합니다. 명상이 제 스타일은 아닌데도 싱잉볼만큼은 신기했습니다.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신 분들은 (출처: K. Pattabhi Jois Ashtanga Yoga Institute)나 (출처: Yoga Journal) 에서 마이소르 스타일 수련에 대한 배경을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일주일 채식, 솔직한 후기
인도는 채식주의의 나라라고 알려져 있고, 실제로 그 말은 맞습니다. 모든 레스토랑에 비건·논비건 표시가 법적으로 의무화되어 있고, 채식 인구 비율도 약 20%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유럽에서 봐온 채식주의자들과 인도의 채식문화는 결이 다릅니다. 유럽, 특히 영국이나 독일 쪽 친구들 중에는 채식을 일종의 '선진 문화'처럼 으스대며 말하는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반면 인도 사람들은 그냥 그게 일상인 겁니다. "나 채식주의자야"라고 선언하는 게 아니라, 그냥 원래 그렇게 먹는 삶이죠.
요가원 삼시 세끼는 전부 채식이었습니다. 아침은 포리지 죽, 계란, 과일. 계란이 유일한 단백질 공급원이었습니다. 인도 채식 식단은 단백질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은 적 있는데, 실제로 며칠이 지나자 고기가 간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일주일 넘게 채식만 하다가 정신 상태가 이상해지고 있다는 걸 느꼈을 때, 더 이상 마살라 커리를 버틸 수 없어 무작정 예쁜 카페로 뛰어갔습니다. 크림파스타에 치킨, 망고 스무디까지 시켰는데 금액이 8천 원이 채 안 나왔습니다.
인도 물가가 이렇게 싼 이유는 단순합니다. 빈부격차가 극심해서 물가를 올릴 수가 없습니다. 저소득층도 기본 생활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의식주와 직결된 것들의 가격이 억제되어 있습니다. 세탁소에 큰 배낭 하나 맡겨도 1,000원이면 됩니다. 이런 물가 구조 덕분에 마이소르 같은 도시가 장기 수련지로 전 세계 요가 인구를 끌어모을 수 있는 겁니다.
2주간 지내며 아쉬탕가 요가의 발상지인 이 마을에서 채식을 하고, 새벽 6시에 일어나 요가를 하고, 카페 도장깨기를 하고, 빨래를 하고, 규칙적인 생활의 위력도 새삼 체감했습니다. 요가 수업 두 개를 들어도 아직 점심 전인 하루, 하루가 두 배로 늘어난 것 같은 그 감각. 미라클 모닝이 왜 유행했는지를 몸으로 이해했습니다.
마이소르를 떠나는 날, 짐을 다 싸고 나서 드는 생각이 하나 있었습니다. 사람은 어딘가에 한동안 머물러야 하는 것 같다는 것. 매일 이동하는 여행과 달리, 한 곳에 2주를 붙어 있으니 동네의 가장 좋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집도 찾게 되고, 단골 카페도 생기고, 빨래 타이밍도 파악하게 됩니다. 요가원 자체가 어떤 규칙 공동체를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하루가 알아서 굴러가는 구조였습니다. 억지로 계획을 짜지 않아도 되는 그 편안함이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다음에 마이소르를 다시 온다면, 그때도 오쇼요가센터 근처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홀짝이고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