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숙소 후기, 말똥냄새부터 룩소르시장숙소, 열기구 조식까지
눈이 아니라 코로 여행지에 도착한걸 알게된 경험이 있으신가요? 첫 날 이집트에서 가장 먼저 든 감상은 말똥냄새로 기자피라미드 앞에 도착했다는 것을 실감했다는 겁니다. 눈앞에 말이 안보여도, 바닥에 말똥이 안 보여도 그냥 공기중에 상존하고 있는 것 그게 바로 이집트 였습니다.
1 — 기자 피라미드 앞 숙소, 말똥냄새로 도착 실감
숙소에서 제공하는 픽업서비스를 이용해서 숙소앞에 내리자마자, 공기중에 퍼지는 진한 말똥냄새로 기자 에 도착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말도 말똥도 주변이나 바닥에 보이지않았지만 그냥 존재감을 내비쳤습니다. 캄캄한 밤이었지만 숙소로비에는 많은 투숙객이 쉬고있었고, 체크인 하고 창문없는 방 한 칸을 배정받았습니다. 관광지물가 답게도 창문없는 방이지만 1박에 20만원정도 였고 현관도없이 문열면 바로 덩그러니 침대가 보이는 투박하기 그지 없는 숙소였습니더. 다행인건 화장실만 대리석으로 최근에 리모델링을 했는지 겉으로 보기엔 깔끔해보였다는 겁니다. 설상가상으로 실내화가 제공되지않아서 말똥냄새가 나는 흙을 밟은 신발로 방안을 누벼야 했지만 이집트라서 왠지 그냥 포기해야할거같은 압박감도 느껴졌습니다.
2 — 루프탑 크림리조또, 피라미드 보면 다 용서됨
숙소에 도착해서 짐풀기보다 가장 먼저 한 일은 허기진 뱃속을 채우는 일이었습니다. 숙소 루프탑에 있는 식당이 저녁늦게까지 운영해서 밥먹으러 직행했고 거기서 간단히 끼니를 때울만한 걸로 치킨크림리조또와 망고주스를 주문했습니다. 산더미같은 비주얼로 나온 크림리조또는 푸짐한 양과 달리 맛은 내가 집에서 만든 우유 야매 수준인데 밖에서 사먹은 음식중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짜서 정신이 번쩍들었습니다. 소태같은 리조또로 허기를 달래고 나니 그제서야 바깥 풍경이 눈에들어오기 시작했는데, 루프탑에서 피라미드를 보면서 먹은 첫 끼니가 맛이 없으면 뭐 어떤가요. 그 어떤것도 다 용서되는 비현실적인 피라미드 앞에 내가 있는데. 다음날 아침 조식도 이 식당에서 먹게됐는데 햇살이 들어오는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뷰는 어제 저녁보다 더 신비한 기운을 자아해냈습니다. 제공된 피타브레드, 후무스, 콩튀김, 토마토챱, 음식은 양념이 없고 슴슴하니 니맛도내맛도 아니었지만 맛이 뭐 중요한가요. 피라미드를 보면서 밥을 먹는다는게 중요하지.
3 — 룩소르 시장 숙소, 1박만에 급귀국 거짓말하고 나옴
룩소르에서 갔던 시장 골목 안 2박 10만원짜리 숙소는 3성급 호텔이라고 하기에는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우선 찾아가기도 어려워서 현지인 호객꾼에게 도움을 받아 겨우 찾아간 곳은 정겨운 할머니집같은 신비로운 느낌이었는데 한국인여행객 후기만 믿고 예약했던것이 화근이었습니다. 화장실이 반지하집 같이 어두컴컴하고 생활감이며 사용감이 가득 느껴지는 줄눈이 눈에 너무 띄어서 여러사람이 사용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습니다. 아무리 숙소라지만 여기선 씻어도 깨끗해질 수 없겠다 싶을 정도로 불결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시장골목 안에 있는 숙소 특성 상, 맞은편에 영업하던 술집에 손님들의 아우성이 밤열두시가 넘어도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는 내일 아침 일찍 투어를 떠나야하는데, 이집트의 밤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고 , 나는 그날 밤 바로 숙소를 옮겨야겠다 다짐하고 4성급호텔로 이동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다음날 1박 만에 체크아웃을 하려했더니 불편한 점이있었는지 물어보더라고요. 나는 솔직하게 말할수없어서 급하게 귀국하게됐다고 거짓말을 하고 체크아웃했고, 나머지 1박은 그냥 버렸습니다. 여행 도중 숙소가 마음에 안들어서 예약금도 버리고 다른 숙소로 옮겨본 경험은 난생 처음 이었습니다.
4 — 4성급 1박 15만원, 사막의 도파민은 여기 있었다
나일강변에 있는 4성급호텔은 1박 15만원이었는데 이게 바로 내가 생각한 그 호텔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있어 어제의 악몽을 잊고 다시 마음의 안정이 찾아왔습니다. 아침에는 건너편 왕가의 계곡 위로 떠오르는 열기구 20개를 보며 조식을 먹었는데, 이집트도 적당히 돈 쓰면서 여행하면 험난하지 않다는 것을 몸소 경험해보니 배울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먹은 이집트 현지식은 향신료가 가득하지만 뭔가 공허한 맛이 나고, 주변이 온통 사막에 도파민 찾을 데 없으니 음식이라도 맛있어야 살맛이 날거같은데 음식이 맛도없고 딱히 양념이 발달하지도 않고 심심한 식재료로 식탁이 구성된다는게 신기했습니다. 여기 4성급 호텔을 선택한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내부에 태국음식점이 있다는 것이었는데, 익숙하면서 무조건 맛있는 그런 음식이 그리웠습니다. 태국음식은 맛없게 하기 힘드니까 라고 생각해서 찾아간 곳에서 팟타이, 사테 다해서 오만원도 안되는 식사로 이집트의 황량함 속 오아시스를 발견한 느낌이었습니다.
황량하고 어렵다고 생각되는 여행지 일수록 돈을 쓰고 주변 인프라를 활용하면 여행이 훨씬 쉬워지는 경험을 이집트에서 해보니, 앞으로도 너무 가성비 여행을 해서 굳이 여행난이도를 높일 필요가 없어보였습니다. 여러번가본 곳이나 인생이 심심하고 지루해서 고생이 하고싶다면 모를까 나는 가성비 여행이 나랑은 맞지 않는 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었다는 부분이 이집트에게 고마울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