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자유여행 (울란바토르, 홉스골, 승마)
나는 특가 항공권을 찾으면 급하게 출발 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99%가 패키지로 간다는 그 몽골을 저는 출발 일주일 전에 발권해서 자유여행으로 밀어붙였습니다. 현지 투어사 컨택도 안 된 상태에서 인천공항 스타벅스에서 주스 한 잔 마시며 "일단 가봐야 알 것 같다"고 생각했죠. 9박 10일,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은 채로. 돌아오고 나서 드는 생각은 하나입니다. 할 만은 한데, 쉽지는 않았다. 누군가 자유여행으로 간다고 하면 꼭 말리고 싶다는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울란바토르 자유여행,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나
공항에 내리자마자 체감한 건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저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패키지 여행자처럼 보였다는 것. 둘째, 하늘이 비정상적으로 파랬다는 것. 울란바토르에 내리니까 진짜 과장없이 시력이 5.0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공항에서 숙소까지는 택시를 이용했는데, 여기서 몽골 택시 시스템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여기서 몽골 택시란 우리가 아는 미터기 택시가 아니라, 일반 자차를 운전하는 사람이 사적으로 승객을 태우는 방식입니다. 택시라고 붙어있는 차만 있는 게 아니에요. 공항에서 시내까지 두 시간 정도 걸렸고, 트래픽이 워낙 심하다 보니 실제로는 그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기사분이 직접 투어 연결까지 해줬는데, 그렇게 만난 가이드와 하루짜리 투어를 달러로 90달러에 계약했습니다. 혼자 다니는 자유여행자 기준으로는 나쁘지 않은 가격이었습니다.
울란바토르 시내에서 제일 먼저 한 건 수흐바타르 광장 구경과 샤브샤브 맛집 방문이었습니다. 여기서 수흐바타르 광장이란 몽골 독립의 영웅 담딩 수흐바타르의 동상이 있는 울란바토르의 중심 광장입니다. 2인 세트로 시킨 샤브샤브는 소고기, 버섯, 누들, 만두, 연유 빵까지 나왔고 가격은 약 3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몽골은 고기를 굉장히 많이 먹는 나라라 야채를 먹을 수 있을 때 미리 먹어둬야 한다는 걸 그때 실감했습니다.
나랑토 시장도 다녀왔는데, 몽골의 대형 재래시장입니다. 여기서 나랑토 시장이란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울란바토르 최대 규모의 재래시장으로, 의류부터 식품, 생활용품까지 없는 게 없습니다. 손을 흔들어서 일반 차를 잡아 타는 방식으로 이동했고, 요금은 8,000투그릭, 한화로 3,000원 안팎이었습니다. 몽골 택시비는 굉장히 싼 편이라 자유여행자도 부담 없이 탈 수 있습니다.
- 현금 준비: 택시, 시장 등 카드가 안 되는 곳이 종종 있어 현금을 두둑하게 갖고 다녀야 합니다. 공항 ATM에서 바로 인출 가능합니다.
- 잔돈 준비: 큰 단위 지폐만 있으면 거스름돈 때문에 기사분이 은행을 다녀오는 상황이 생깁니다. 스몰머니를 따로 챙겨두는 게 좋습니다.
- 여권 필수: 드래곤 버스 터미널에서 장거리 버스 탑승 시 여권 검사를 반드시 합니다.
- 라면 걱정 불필요: 어디서든 신라면이 있습니다. 굳이 한국에서 가져올 필요 없습니다.
홉스골 호수, 15시간 버스 타고 갈 가치가 있는가
직접 겪어보니, 고생해서 갈만한 가치는 있습니다. 근데 이건 솔직히 호불호 의견이 갈립니다.
울란바토르에서 홉스골 초입까지 버스로 정확히 13시간, 거기서 다시 호수 쪽으로 두 시간을 더 가야 합니다. 총 15시간입니다. 버스 요금은 68,000투그릭, 한화로 약 17,000원밖에 안 됩니다. 이건 진짜 말이 안 되는 가격입니다. 문제는 그 15시간을 버텨야 한다는 것이고, 제가 살짝 폐쇄 공포증이 있다 보니 탔을 때 창문도 안 열리고 굉장히 답답하고 무서웠습니다. 밤에 잠을 자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펼쳐진 풍경을 보고서야 "이거 보러 왔구나" 싶었습니다.
여기서 홉스골 호수란 몽골 북쪽에 위치한 담수호로, 제주도의 약 1.5배 크기에 달하는 거대한 호수입니다. 몽골 사람들은 이걸 그냥 바다라고 생각하며 쉰다고 했습니다. 끝이 안 보이고, 물 색깔이 다르고, 산이 그림 같아서 실제로 바다와 구분이 안 될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물을 그냥 마셔도 된다고 해서 손으로 떠 마셨는데, 완전히 신선하고 맛있었습니다.
반면에 이런 시각도 있습니다. 울란바토르 근교 테를지 지역만 봐도 풍경은 충분히 멋있거든요. 테를지 마운틴 로지에서 먹은 연어 스테이크와 뷰는 둘이서 53,000원이었는데, 몽골 기준으로는 꽤 비싼 편임에도 그 뷰 때문에 합격이었습니다. 굳이 15시간을 가지 않더라도 테를지, 거북이 바위, 징기스칸 동상만 봐도 몽골의 자연은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 갈지는 본인의 체력과 의지에 달린 문제입니다.
숙소는 소셜네트워크 메시지로 예약했습니다. MS 게스트하우스가 한국인 자유여행자들 사이에서 꽤 알려진 곳인데, 숙소 주인이 픽업 드라이버를 보내줬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아무리 계획 없이 다니는 스타일이어도 숙소만큼은 반드시 미리 예약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픽업이 연결되지 않으면 버스 종점에서 혼자 남겨집니다. 참고로 왓츠앱과 페이스북 계정이 있으면 자유여행이 훨씬 수월합니다. (출처: Lonely Planet 홉스골 호수 정보)
몽골 자유여행 실전 주의점 (승마·음식·이동수단)
승마는 홉스골에서 충동적으로 결정했는데, 처음 100m도 안 가서 내리겠다고 했습니다. 마부 선생님이 그냥 앞으로 가셨고, 저는 어쩔 수 없이 탔습니다. 그리고 결국 한 시간을 탔고, 너무 재밌었습니다. 다만 이건 조건이 있습니다. 여기서 승마 주의점이란 단순히 무섭다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의 문제입니다. 언덕 가까이 가지 말 것, 고삐를 항상 쥘 것, 다리를 안쪽으로 너무 조이지 말 것 이 세 가지는 마부에게 직접 들은 말입니다. 악력이 약한 분, 승마 경험이 없는 분은 반드시 제일 순한 말로 요청하셔야 합니다.
음식 문제는 몽골 자유여행에서 가장 현실적인 고민입니다. 저는 웬만한 현지 음식을 다 먹는 편인데, 유일하게 거의 못 먹는 국가가 몽골입니다. 양고기 냄새가 문제인데, 심지어 라면 끓일 때 쓰는 물에서도 양 냄새가 날 수 있습니다. 적응이 되는 분들은 잘 드시겠지만, 안 되는 분들은 매일 라면이나 햇반을 드시게 됩니다. 울란바토르 시내에는 한식당이 꽤 있는데, 사임당이라는 식당에서 먹은 제육볶음은 한국에서 먹는 것과 거의 똑같았고 밑반찬 구성도 훌륭했습니다. 가격은 좀 나오지만 몽골음식을 못먹어서 쫄쫄 굶다가 만난 한식은 거의 구원자나 다름없습니다.
이동 방식에 대해서는 패키지 대 자유여행 논쟁이 있습니다. 저는 자유여행을 해봤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단체 생활이 괜찮으신 분들은 투어업체를 끼는 게 훨씬 편합니다. 푸르공 하나에 타서 다 같이 움직이고, 삼겹살 구워 먹고, 김치찌개 해 먹는 투어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거든요. 반면 혼자 촬영하거나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분들은 자유여행도 가능은 합니다. 대신 택시 잡기, 숙소 예약, 현금 관리, 이동 루트 짜기를 전부 혼자 해내야 합니다. (출처: Mongolia Tourism 공식 사이트)
- 드라이기: 블로그에 안 가져와도 된다는 글이 있는데, 가져오는 게 낫습니다. 저는 못 말리고 다녔습니다.
- 수건: 숙소에 수건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나랑토 시장에서 저렴하게 살 수 있습니다.
- 낙타 양말: 테를지 게르 상점에서 파는 낙타 양말은 보온성이 뛰어납니다. 여러 켤레 사두는 걸 추천합니다.
- 챙 넓은 모자: 7월 몽골 햇볕은 생각보다 강렬합니다. 나랑토 시장에서 만 원 정도면 살 수 있고, 저는 홉스골 내내 유용하게 썼습니다.
- 경량 패딩: 7월에도 일교차가 심하고 밤 기온이 크게 떨어집니다. 짐이 되더라도 하나 챙기는 게 낫습니다.
홉스골 게스트하우스 게르에 혼자 누워서 불 때리다 잠들던 밤이 떠오릅니다. 밖에서는 장작 타는 소리가 나고, 창밖에는 그 말도 안 되는 하늘이 있었습니다. 딱히 뭘 한 게 없었는데 잡념이 사라진 느낌이었습니다. 몽골은 문명과의 단절을 통해 힐링하는 여행지라는 말이 맞습니다. 가서 직접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