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 뚜벅이 여행 (고환율, 이동수단, 다운타운)
솔직히 출발전엔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저는 그냥 미국여행이 좋았을 뿐이고 운좋게 저렴한 티켓을 구했을 뿐이었는데, 출발 당일 환율이 1,500원을 찍었습니다. 3~4개월 전에 끊어 둔 항공권이었는데, 뉴스를 보는 순간 솔직히 멘붕이 왔습니다. 그래도 이왕 가는 거, 일주일짜리 LA 여행을 최대한 200만원 안에서 끝내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됩니다. 단, 전략이 필요합니다.
고환율 대처법 LA 실제 비용 계산서
항공권은 에어프레미아 왕복 78만원, 숙소는 다운타운에 있는 비즈니스 호텔에서 41만원을 썼습니다. 많은 분들이 에어프레미아라는 이름이 생소해서 외항사인줄 아시는데, 에어프레미아는 국내 국내 중소형 항공사로, 뉴욕, LA, 하와이 등 중장거리 노선이 많고 같은 노선 대비 가격이 저렴하기로 유명하며, 기내 와이파이 무료 제공과 넓은 레그룸이 특징입니다. 출발 전부터 이미 약 120만원이 나간 상태였습니다. 남은 현지 예산은 80만원. 이게 얼마나 빠듯한 금액인지는 첫날 점심에서 바로 체감했습니다.
파머스 마켓 파스타집에서 생면 까르보나라를 시켰더니 27달러, 레모네이드 하나를 추가했더니 합계가 55,000원이 나왔습니다. 가성비 맛집으로 유명하다는 곳에서 한 끼에 5만원 이상이 나오는 현실, 그게 지금 환율 여행의 실체입니다. 반면 인앤아웃에서는 더블버거와 핑크레모네이드 두 가지를 합해 9달러(약 1만 3천원)에 먹었습니다. 같은 레모네이드인데 어디서 시키느냐에 따라 네 배 차이가 납니다. 코리아타운 항아리 칼국수는 팁 포함 4만원 가까이 나왔고, LA 최고 핫플이라는 얼스 카페의 라벤더 말차 라떼는 10달러가 넘었습니다. 결국 식비 절약의 핵심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인앤아웃, 스트리트 타코, 서브웨이처럼 팁 없는 카운터 주문 방식 매장을 적극 이용하는 것, 둘째는 남은 음식을 반드시 포장해 가는 것입니다. 미국은 스테이크도, 칼국수도 포장 문화가 완전히 정착되어 있어서 전혀 눈치 볼 필요가 없습니다.
- 항공+숙소(7박): 약 120만원 (에어프레미아 왕복 80만원 + 다운타운 호텔 40만원)
- 고비용 한 끼 예시: 파머스 마켓 생면 파스타 + 레모네이드 = 약 55,000원
- 저비용 한 끼 예시: 인앤아웃 더블버거 + 핑크레모네이드 = 약 13,000원
- 유니버셜 스튜디오 익스프레스 티켓: 약 40만원 (기본 입장권 포함 총합 기준)
차 없는 뚜벅이가 실제로 LA를 돌아다닌 방법
LA는 차 없으면 못 다닌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저도 반쯤 그렇게 생각하며 출발했는데, 뚜벅이로 할리우드, UCLA, 게티센터, 코리아타운, 유니버셜까지 모두 다녀왔습니다.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단, 이동 순서와 수단을 미리 파악해야 합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플라이어웨이 버스로 유니온 스테이션까지 이동한 다음, 메트로 A노선을 탑니다. 여기서 탭카드란 LA 대중교통 전용 충전식 교통카드로, 유니온 스테이션 내 기계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애플 아이폰은 앱으로 대체 가능하지만 갤럭시 사용자는 실물카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퇴장할 때는 카드를 찍지 않아도 자동 인식으로 열립니다. 처음엔 몰라서 매번 헷갈렸는데, 알고 나면 별것 아닙니다.시내 이동은 버스가 지하철보다 훨씬 쾌적하고 안전합니다. 밤에도 버스를 이용하는 현지인이 많다는 점, 뚜벅이라면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게티센터는 웹사이트에서 당일 1시간 전에도 무료 예약이 가능했고, 트램으로 올라가는 것까지 전부 무료입니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웨이모를 탔습니다. 여기서 웨이모란 구글 계열사 Waymo가 운영하는 완전 자율주행 무인택시 서비스로, LA 일부 지역에서 상용 운행 중입니다. 기사가 없는 택시에 혼자 탔는데, 차가 알아서 주차 위치를 판단하고 대로변에 정차하는 걸 보면서 진짜 다른 세상에 온 느낌이었습니다 (출처: Waymo 공식).
다운타운 치안,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LA 다운타운 치안에 대해 유튜브나 블로그를 찾아보면 양극단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요즘 많이 좋아졌다"는 쪽과 "절대 위험하다"는 쪽. 일주일을 실제로 다녀본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둘 다 맞습니다.
2년 전에 비해 분위기가 눈에 띄게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지하철 안에 보안 인원이 배치되어 있었고, 노숙인 텐트촌도 예전보다 줄었습니다. 현지인 후기도 찾아보면 "주기적으로 청소하는 모습이 더 자주 보인다"고 했습니다. 월드컵을 앞두고 미국 전역에서 치안 관리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올 만합니다. 여기서 치안 관리란 대형 국제 행사 전후로 정부나 지자체가 노숙인 단속, 순찰 강화 등을 집중 시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프랑스가 파리 올림픽 때 그랬던 것처럼요.
그러나 방심은 금물입니다. 다운타운은 블록 하나를 넘으면 분위기가 확 바뀝니다. 마약 냄새, 인분, 이상한 사람과의 마주침은 지금도 현실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했습니다. 저녁 해가 지기 시작하면 빠르게 숙소로 복귀하는 게 맞고, 아침 9시 이전에는 되도록 다운타운을 돌아다니지 않는 것을 권합니다. 이상한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절대 시선을 주지 말고 그냥 땅 보면서 지나가는 것, 이게 제가 몸으로 배운 방법입니다. 코리아타운도 안전한 동네가 아닙니다.
- 아침 9시 이전: 다운타운 이동 자제. 그 이전 시간대는 체감상 분위기가 다릅니다.
- 해 지면 즉시 복귀: 낮의 평화로운 거리가 밤에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 이상 상황 대처: 눈 마주치지 말고, 시선은 바닥. 반응하지 않는 게 최선입니다.
- 숙소 위치: 다운타운은 저렴하고 접근성이 좋지만, 치안 리스크를 감수해야 합니다.
미국 오면 뭔가 게을러질 것 같아서 걱정했습니다. 막상 와보니 게을러지는데, 그게 죄책감이 안 들더라고요. 캘리포니아 특유의 습도 낮고 바람 살짝 부는 그 날씨 속에서, 현지인들이 잔디밭에 앉아 피크닉 하는 걸 구경하고 있으면 "그냥 흘러가도 괜찮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항상 위만 바라보면서 경쟁하는 일상에서 잠깐 벗어나, '이따가 뭐먹지?'하고 다음끼니만 생각하는 시간. 그 단순함이 생각보다 소중했습니다. 환율이 미쳤어도, LA는 또 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