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알마티 여행 (이스타직항, 빅알마티호수, 샤슬릭, 일일투어)

솔직히 그동안 직항편이 없어서 여행을 망설였다고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왜냐면 저한테 카자흐스탄 알마티는 정말 가보고 싶은 미지의 도시였거든요. 카자흐스탄에 도착해서 새벽 4시에 얀덱스고 앱으로 택시를 불렀는데, 시내까지 20분 거리에 단돈 5,000원이 나왔습니다. 그 순간 "아, 이 나라 만만하게 봤다가 제대로 당하겠다"는 생각이 싹 사라지면서 오히려 기대가 커졌습니다. 장마철 한국을 탈출해 드넓은 자연이 그리워서 무작정 예약한 카자흐스탄 알마티 일주일, 직접 부딪히며 알게 된 것들을 정리해봤습니다.


이스타항공으로 알마티까지 — 7시간 비행

카자흐스탄을 가장 저렴하게 가는 방법은 이스타항공입니다. 이스타항공은 최근 스카이트랙스에서 최고의 LCC 항공사로 수상했습니다. 스카이트랙스는 항공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평가 기관 중 하나로, 이 수상 이력이 장거리 LCC를 선택하는 데 심리적 안정감을 줬습니다.

인천에서 알마티까지 비행시간은 약 7시간입니다. 저비용 항공사이기 때문에 기내에서 컵라면 한그릇을 사먹고나니, 노곤노곤 해져서 그대로 잠들었습니다. 한숨 자고 나니 알마티였습니다. 장거리 LCC라고 걱정했지만 실제로는 꽤 무난했습니다. 대신 기내식은 유료이기 때문에 7시간동안 먹을것을 미리 준비해서 탑승하거나 기내에서 간편식을 구매해먹는것이 허기를 달래기에 좋습니다.

알마티 공항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조심해야 할 것이 택시 사기입니다. 공항 내에서 택시 기사에게 잡히면 정상 요금의 열 배 이상을 부르는 경우가 흔합니다. 반드시 앱으로 불러야 하고, 카자흐스탄에서는 얀덱스고(Yandex Go)를 사용합니다. 여기서 얀덱스고란 러시아에서 시작한 차량 호출 앱으로, 중앙아시아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쓰입니다. 한국에서 미리 설치하고 가야 하는데, 현지 도착 후 인터넷 없이 설치하려면 꽤 골치 아파집니다. 저는 미리 설치해서 새벽 4시에도 바로 잡았습니다.

  • 항공사: 이스타항공 (스카이트랙스 LCC 수상)
  • 비행시간: 인천 → 알마티 약 7시간
  • 공항 택시: 얀덱스고 앱 필수, 한국에서 미리 설치
  • 시내까지 택시비: 약 5,000원 (20분 거리)
요약: 이스타항공으로 7시간, 공항에선 얀덱스고 앱 없이는 택시 사기 표적이 됩니다.

빅알마티호수 트레킹 — 11km를 걸어야 보이는 물색깔

알마티의 자연을 보려면 빅알마티호수(Big Almaty Lake)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아침에 운동복 입고 나가 CU에서 에너지바와 콩차, 새콤달콤을 챙긴 다음 얀덱스고로 검문소까지 이동했습니다. 검문소부터는 차량 진입이 막혀서 혼자 걸어 올라가야 합니다. 왕복으로 택시 기사를 섭외하려 했지만, 너무 오래 걸린다며 기다려주지 않았습니다.

편도 11km입니다. 차가 다닐 수 있는 포장도로지만 검문소에서 막아놓고, 가끔 차 한두 대가 지나가는 수준입니다. 올라가는 도중 만년설이 덮인 산 풍경을 마주쳤을 때, 한국 장마의 습하고 눅눅한 공기와 이 건조하고 맑은 하늘이 대비되면서 묘하게 감사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걷다 보니 산티아고 순례길 63km를 16시간 걸었을 때의 감각이 떠올랐습니다. 힘든 것에 집중하다 보면 잡념이 사라진다는 걸, 그때도 이번에도 똑같이 느꼈습니다.

호수에 도착했을 때 물색깔은 사진으로 설명이 안 됩니다. 세상에서 이런 물색깔을 처음 봤습니다. 왜 사람들이 "가성비 스위스"라고 부르는지 그 자리에서 바로 이해했습니다. 약 한 시간 동안 멍하니 앉아서 간식 먹으면서 쉬었습니다.

내려올 때가 문제였습니다. 인터넷이 안 터지기 때문에 얀덱스고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지나가는 차를 세워서 히치하이킹을 시도했고, 운 좋게 한 선생님이 세워줬습니다. 빅알마티호수 구간은 인터넷이 단절되므로, 귀환 방법을 미리 계획해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택시 기사와 왕복 계약을 미리 맺거나, 아니면 히치하이킹을 각오해야 합니다. 하지만 위험하니 절대 저처럼 계획없이 편도로 이동하지마시고 꼭 왕복으로 이동편을 사전에 준비하시길 권합니다.

요약: 편도 11km, 정상에서 인터넷 불통 

샤슬릭부터 하차푸리까지 — 알마티 음식

솔직히 중앙아시아 음식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었습니다. "맛있다는 평을 못 봐서 그냥 뭐 대충 먹자"는 생각이었는데, 이게 완전히 틀렸습니다.

첫날 저녁은 알마티 정통 음식점 나이(Nai)에 갔습니다. 웰컴 드링크로 낙타 우유 계열의 전통 음료가 나왔는데, 처음엔 신 우유 같은 느낌에 당황했지만 두 번째 모금부터는 조금 익숙해졌는지 먹을만했습니다. 바우르삭이라는 튀긴 빵은 카이막(여기서 카이막이란 중앙아시아식 크림으로 터키식과 달리 크리미하면서 진하지 않은 질감입니다)과 같이 먹는 것이 정석입니다. 라그만은 쫄깃한 수제면으로 된 요리인데, 고수가 들어가서 오히려 상쾌하고 베트남쌀국수 같아 입맛에 잘 맞았습니다. 매콤하고 짭짤해서 한국인 입맛에 맞지만 소금이 조금만 덜 들어가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총 결제는 7,150텡게로, 저렴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카자흐스탄에서 가장 잘 먹은 끼니는 샤슬릭이었습니다. 여기서 샤슬릭이란 중앙아시아식 꼬치구이로, 양고기·오리·연어·채소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합니다. 양송이 샤슬릭이 1등이었고, 연어가 2등이었습니다. 양송이에서 불향과 버터향이 동시에 나오는데, 버섯즙이 안으로 스며들면서 버섯러버한테는 고기보다 더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4종 샤슬릭에 총 22,000원 정도였는데, 예상보다 훨씬 적게 나왔습니다.

아침 식사로는 조지아 레스토랑에서 하차푸리를 먹었습니다. 하차푸리는 카자흐스탄이 치즈로 유명하기 때문에 카자흐스탄에서 먹는 것이 오히려 의미 있습니다. 드래프트 맥주와 함께 먹는 치즈와 버터의 풍미는 정말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린바자르 시장에서 납작복숭아를 380텡게(약 1,000원)에 한 개 샀는데, 파삭하게 녹아 없어지는 식감에 "왜 하나만 샀지"라는 후회가 즉각적으로 왔습니다.

  • 나이 레스토랑: 바우르삭+카이막 조합 추천, 라그만은 약간 짠 편
  • 샤슬릭 맛집: 양송이·연어 필수 주문, 4종에 약 22,000원
  • 하차푸리: 조지아 레스토랑에서, 드래프트 맥주와 조합
  • 그린바자르: 납작복숭아 약 1,000원, 단 바가지 주의 (두 배 이상 부르는 경우 있음)

카자흐스탄 음식의 전반적인 특징은 기본적으로 짠 편이라는 점입니다. 카자흐어와 러시아어만 통하고 영어는 거의 안 되므로, 메뉴 주문 시 러시아어 몇 마디를 미리 익혀두면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 (출처: 트립어드바이저 알마티)

요약: 중앙아시아 음식 기대 없이 갔다가 샤슬릭과 하차푸리에 완전히 설득당했습니다. 그린바자르는 구경은 좋지만 구매 시 가격 확인 필수.

일일 투어와 알마티의 진짜 얼굴 

알마티를 "노잼 여행지"라고 표현하는 글을 몇 개 봤습니다. 절반은 동의합니다. 볼거리가 자연 중심이고, 시내 관광지 자체는 많지 않습니다. 하루면 시내를 다 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동의하지 못합니다.

KK투어를 통해 예약한 1일 투어는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 16시간짜리였습니다.  알마티 외곽의 블랙캐년, 카인디 호수, 콜사이 호수를 순서대로 돌아보는 자연 투어로, 자유 여행으로 가기 어려운 구간을 버스와 푸르공(러시아식 지프)으로 이동합니다. 비용은 14,000텡게로 약 40,000원 수준이었습니다. 투어 내 가이드는 러시아어로만 진행했지만, 동행한 카자흐스탄-독일 국제 커플이 영어로 통역을 전부 해줬습니다.

카인디 호수에서 비가 오다가 갑자기 하늘이 개면서 보인 풍경은 제가 가본 어떤 여행지와도 달랐습니다. 콜사이 호수는 카인디보다 더 압도적이었습니다. 카메라로 담기 어려운 수준의 풍경이었고, "직접 와서 봐야 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보트를 타고 호수 위에서 올려다보는 각도는 육지에서 보는 것과 또 다른 느낌이었고, 보트 1대에 만 원 정도라 부담도 없었습니다.

알마티 시내도 생각보다 볼 것이 있습니다. 팜필로브 공원의 쟁코브 성당은 구소련 양식의 러시아 정교회 성당으로, 이슬람 인구가 70% 이상인 카자흐스탄에 이런 성당이 당당히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롭습니다. 성당 안에서 여성은 스카프를 써야 입장할 수 있으며, 무료로 빌려줍니다. 폭토벨 전망대는 케이블카로 오를 수 있고, 6~7월이 날씨 면에서 가장 좋은 시기입니다. 아르바트 거리에는 버스킹도 있고, 도스틱 플라자 백화점에는 나이키, K뷰티 제품(달바, 코스렉스, 홀리카홀리카)이 입점해 있습니다.

알마티의 실질적인 단점은 두 가지입니다. 러시아어 없이는 영어가 거의 통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인터넷 속도가 느리다는 것입니다. 한국과 물가가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 경우도 있어서(컵라면 하나가 2,000원 이상) 무작정 저렴하다고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습니다. 택시는 예외로, 어디를 가도 만 원 안쪽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주일 동안 버스나 지하철을 한 번도 타지 않았습니다.

요약: 알마티는 시내 볼거리가 적은 대신 1일 자연 투어가 핵심입니다. KK투어 기준 약 40,000원, 새벽 6시 출발 16시간짜리가 가성비 최고입니다.

일주일을 지내고 나서 느낀 것은 카자흐스탄이 중앙아시아의 선진국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이렇게까지 쾌적하고 잘 사는 나라일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국내에 고려인이 10만 명 이상 거주하고, K뷰티가 백화점 한 층을 차지하고, 편의점에서 불닭볶음면과 카르보불닭을 외국인들이 줄 서서 삽니다. 낯설 것 같았지만 어딘가 익숙한 나라였다는게 이번 여행의 매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