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여행 (무시카키, 잔지바르, 실전후기)
생애 꼭 한 번은 탄자니아를 가보고 싶었는데, 솔직히 이렇게 빨리 여행가게 될줄은 예상못했습니다. 출발 전날까지 "탄자니아는 위험하다"는 인터넷 글만 읽다가, 막상 공항 밖을 나왔을 때 첫 번째로 든 생각은 "내가 너무 겁먹었던 거 아닐까"였습니다. 배낭 하나, 사전 준비 거의 제로, 에티오피아 항공 환승 한 번. 그렇게 탄자니아에 발을 디뎠고, 결국 이 여행은 제가 가진 편견을 하나씩 무너뜨리는 여정이 됐습니다.
무시카키로 시작한 첫날
탄자니아 도착 후 첫 관문은 유심이었습니다. 공항 안에 보다폰이라는 통신사 부스가 있어서 거기서 바로 해결했습니다. 여기서 보다폰이란 탄자니아 현지 통신사 브랜드로, 공항 내에서 즉시 개통이 가능한 유심을 판매하는 곳입니다. 인터넷이 연결되고 나면 두 번째 관문인 택시 흥정이 시작됩니다.
처음 택시 기사는 50달러를 불렀습니다. 저는 결국 15,000원 수준에서 합의했습니다. 현지에서 달라달라를 이용하면 훨씬 저렴하게 이동할 수 있다고 하는데, 여기서 달라달라란 탄자니아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합승 미니버스 형태의 대중교통입니다. 다만 직접 타보니 노선이 복잡하고 혼잡도가 심해서 짐이 많은 여행자에게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습니다.
첫날 저녁, 현지 10대 친구들을 따라 길거리 음식 골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처음 만난 음식이 무시카키였는데, 탄자니아식 케찹과 함께 먹으니 생각보다 훨씬 맛있었습니다. 감자튀김, 무시카키, 콜라까지 합쳐서 총 14,000원이 나왔고, 탄자니아 물가 기준으론 나쁘지 않은 가격이었습니다. 손으로 음식을 먹는 문화가 처음엔 낯설었지만, 손 씻는 비용이 식사 가격에 포함되어 있어서 금방 적응이 됐습니다.
- 공항 유심: 보다폰 부스에서 즉시 개통 가능, 입국 후 첫 번째로 처리하면 이후 이동이 훨씬 수월합니다.
- 택시 흥정: 50달러 제시 → 15,000원 수준 협상 성공. 처음 부르는 가격을 그대로 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 무시카키: 탄자니아 대표 길거리 꼬치 음식으로, 비프와 치킨 두 종류가 있으며 개당 약 1,000원 수준입니다.
잔지바르, 신혼여행지 사전답사
잔지바르는 원래 신혼여행으로 가고 싶었던 곳이었습니다. 결국 혼자 갔습니다. 페리 요금은 38달러였고, 비행기로도 갈 수 있지만 배 타는 경험 자체가 재밌을 것 같아서 선택했습니다. 여기서 잔지바르란 탄자니아 본토에서 페리로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인도양의 섬으로, 이슬람 문화와 아랍 건축이 섞인 독특한 분위기의 휴양지입니다. (출처: Tanzania Tourism Board)
일반적으로 잔지바르는 저렴한 여행지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섬 안에서는 물가가 꽤 셉니다. 쌀국수 한 그릇이 14,000원, 라면 한 그릇이 10,000원이었고, 숙소도 8달러짜리 도미토리를 선택했는데 바닥이 모래였습니다. 말 그대로 모래 위에 침대를 놓은 구조였습니다. 처음엔 당황했지만, 모기장에 선풍기, 와이파이까지 있었으니 잠은 잘 수 있었습니다.
프리즌 아일랜드 입장료는 약 7~8천 원이었습니다. 여기서 프리즌 아일랜드란 잔지바르 앞바다에 있는 작은 섬으로, 19세기 노예 수용소 터에 현재는 대형 갈라파고스 거북이 보호구역이 조성된 곳입니다. 거북이가 바로 눈앞에서 짝짓기를 하고 있었고, 바나나 껍질째 먹는 모습이 너무 신기해서 한참을 구경했습니다.
야시장에서는 처음에 꼬치를 먹으러 갔다가 케밥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맨 앞에서 소리치며 파는 꼬치보다 안쪽 케밥이 훨씬 실속 있었습니다. 바나나 누텔라도 잔지바르 야시장 명물인데, 바나나 판때기 위에 누텔라와 생망고를 얹어주는 방식이었고 예상보다 훨씬 맛있었습니다.
탄자니아, 소문을 경험해본 실전후기
출발 전 인터넷에서 읽은 탄자니아 관련 정보는 대부분 부정적인 것들이었습니다. 위험하다, 바가지 심하다, 안 가는 게 낫다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직접 가본 결과는 달랐습니다. 공항 첫인상은 조용하고 평화로웠고, 다르에스살람 시내도 긴장하며 걸을 정도의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아루샤 숙소 근처에서는 밤에 싸움 소리가 들렸고, 볼트 앱으로 이동을 서둘렀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무조건 안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인터넷에서 읽은 것처럼 무조건 위험한 곳도 아니었습니다.
식중독에 대한 이야기도 미리 알아두면 좋습니다. 여기서 콜레라란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통해 감염되는 수인성 전염병으로,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로컬 식당의 생야채 샐러드는 콜레라 감염 위험이 있다는 이야기를 현지에서 들었습니다. 저는 다행히 큰 탈은 없었지만, 가끔 배가 아픈 순간은 있었습니다. 위생이 불확실한 길거리 음식은 눈으로 직접 조리 과정을 보고 판단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었습니다.
팁 문화에 대해서도 미리 알아두는 게 좋습니다. 탄자니아에서는 짐을 들어주거나, 길을 안내해주거나, 뭔가를 조금이라도 해주면 돈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걸 모르고 있으면 당황스러운 상황이 반복됩니다. 프리즌 아일랜드에서도 요청하지 않은 가이드가 앞장서서 걷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가이드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탄자니아를 한 번 더 올 것 같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그렇습니다. 아루샤에서 마지막 날 먹은 아프리카 한식당의 치즈불닭을 먹으며 이번 여행을 돌아봤는데, 무섭다고만 생각했던 나라가 살면서 또 오고 싶은 나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준비 없이 가도 어떻게든 되는 나라라고는 못 하겠지만, 너무 겁먹고 안 가는 것보다는 일단 가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편이 훨씬 나은 선택이었습니다.
다르에스살람에서 잔지바르, 잔지바르에서 루소토, 루소토에서 아루샤까지. 구체적인 계획 없이 시작한 여행이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만났습니다. 무시카키 한 꼬치에 1,000원, 달라달라 9시간, 모래 바닥 숙소, 거북이 짝짓기, 저녁 노을. 어디서도 보지 못할 장면들이었습니다. 탄자니아는 결코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는 나라는 아니지만, 로컬 방식으로 파고들수록 비용은 낮아지고 경험의 밀도는 높아지는 여행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