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끄라비 여행 총정리 (맛집, 라일레이, 아오낭야시장)
저는 이번 방콕 행 비행기 티켓을 구매할 때 만해도 끄라비 여행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같이 여행가기로 한 친구가 "방콕은 여러번 가봤으니 이번엔 근교 여행을 해보면어때?"라고 화두를 던지면서 갑자기 시작된 끄라비 여행인데 문제는 일정이 너무 짧다는 것이었습니다. "다 좋은데 너무 빡세게 짠 거 아닐까?" 저도 그랬습니다. 끄라비에 가면서 "이왕 왔으니 뽑을 수 있는 건 다 뽑아야지"는 마음으로 일정을 빼곡하게 채웠거든요.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친구랑 나눈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언제야?"였는데, 돌아온 대답이 "에어컨 나오는 호텔 들어갈 때"였습니다. 웃겼지만 솔직한 고백이었어요. 그래도 이 여행이 남긴 건 분명했습니다. 끄라비는 정말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곳이었고, 몰라서 손해 봤던 것들도 꽤 있었습니다. 그 전부를 여기 담아봤습니다.
끄라비 맛집, 어디서 뭘 먹어야 하나요?
끄라비 음식 중에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는 말, 저도 여행 내내 느꼈습니다. 특히 아오낭 삼거리 쪽에는 구글 평점 4.7에 리뷰가 5,000개가 넘는 커리 레스토랑이 있는데, 직접 먹어보니 왜 평점이 그렇게 높은지 단번에 느껴졌어요. 끄라비를 걷다 보면 유난히 인도 음식점이 많다는 걸 눈치채실 텐데, 여기서 인도 음식점이 많은 이유란 인도에서 끄라비로 직항이 연결되어 있어 인도 관광객이 많이 몰리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현지 인도 음식 퀄리티가 상당히 높았어요. 커리는 향신료 향이 강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크리미하고 부드러워서, 인도 음식이 처음이신 분도 부담 없이 즐기실 수 있는 맛이었습니다.
한국인들 사이에서 이미 입소문이 자자한 타이푸드 레스토랑도 직접 가봤습니다. 구글 평점 4.7에 리뷰가 1,000개를 훌쩍 넘는 곳인데, 저희는 근처 리조트에 머무는 동안 무려 두 번이나 방문했어요. 팟타이 면발이 탱글탱글하고 달콤하면서 짭조름한 소스가 입안에 착 감기는 맛이 예술이었고, 그린 커리와 레드 커리 둘 다 코코넛 밀크의 부드러움이 사르르 녹아드는 맛이었습니다.
- 커리 레스토랑 (아오낭 삼거리): 구글 평점 4.7, 리뷰 5,000개 이상. 크리미한 커리와 갈릭나안 추천.
- 마냐냐 멕시칸: 아보카도 새우 샐러드 280바트, 스파게티 240바트, 맥주 150바트. 태국 음식이 질릴 때 리프레시용으로 제격.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끄라비에서 가장 많이 찾아간 곳은 레스토랑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바로 다음 섹션에서 말씀드릴게요.
아오낭 야시장, 왜 아홉 번이나 갔을까요?
"오늘 먹으면서 내일 먹을 걸 미리 찜해두는" 행복한 상황을 경험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아오낭 야시장에서 딱 그랬습니다. 끄라비에 머무는 동안 무려 아홉 번이나 갔고, 심지어 마지막에 예약해둔 숙소를 취소하고 야시장 근처로 숙소를 바꿔버렸습니다. 그만큼 좋았습니다.
야시장은 규모가 그렇게 크진 않지만 생각보다 깔끔하고 알찬 곳이었어요. 음식 위생이 잘 관리되어 있어서 배탈 걱정 없이 편하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주스는 80바트 정도로 가격도 합리적이었고요. 특히 커다란 아보카도를 구워서 여러 재료와 토핑을 얹어 주는 요리가 고소함의 극치였고, 버터를 발라 노릇하게 구워낸 뒤 소금을 살짝 뿌려주는 옥수수는 한국 돌아와서도 제일 먼저 생각날 정도로 맛있었습니다. 옥수수 한 개가 어찌나 실하고 탱탱했는지, 입안에서 터지는 식감이 진짜 예술이었어요. 야시장 오시면 이건 무조건 드셔야 합니다.
야시장 꿀팁을 몇 가지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야시장 안에서 파는 맥주는 큰 캔이 120바트인데, 바로 옆 편의점에서는 절반 가격에 살 수 있습니다. 저희는 편의점에서 시원한 맥주를 사온 뒤 야시장 음식과 함께 즐겼는데 아주 알뜰하게 즐길 수 있었어요. 다만 테이블 중에 술을 꼭 주문해야 하는 구역이 따로 있으니 잘 구분하고 앉으셔야 합니다. 그리고 야시장에서는 매일 밤 불쇼가 펼쳐지는데,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는지 팁과 박수가 절로 나오는 수준이었어요. 아오낭 삼거리 바닷가에서도 불쇼를 하니 두 곳 모두 챙겨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무료 주차장이 넓게 마련되어 있고, 화장실도 무료에 깔끔합니다. 해변 쪽 화장실은 50바트를 받는 유료였던 것과 비교하면 꽤 큰 장점이에요. (출처: Google Maps)
라일레이, 가기 힘든 만큼 와야 할 이유가 있나요?
끄라비에서 가장 접근성이 나쁜 곳을 꼽으라면 단연 라일레이입니다. 여기서 라일레이란 육로로는 들어갈 수 없고 배를 타야만 닿을 수 있는, 절벽으로 둘러싸인 반도형 해변을 말합니다. 저는 솔직히 배를 타고 도착하면서 "난이도가 아주 높은 숙소네"라고 생각했어요. 가는 길이 쉽지 않았거든요. 아오낭 비치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데, 파도가 있을 때는 짐을 든 채 배에서 내리는 일 자체가 꽤 고됩니다. 사람도 엄청나게 많고요.
그럼에도 라일레이에 간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동굴 레스토랑 때문이었는데요, 끄라비 신혼여행이나 커플 여행으로 오시는 분들이 많이 예약하는 곳입니다. 동굴 안에 테이블이 세팅되어 있는 구조인데, 박쥐도 날아다니고 분위기 자체가 신비로워서 정말 특별한 식사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먹은 메뉴는 돼지고기 스테이크와 새우, 그리고 스파게티였는데 스파게티 양이 진짜 많아서 놀랐고, 고기가 엄청 연하고 부드러웠습니다. 마지막 디저트로 나온 소르베까지 먹고 나니 배가 터질 것 같았어요. 음식 맛 자체도 좋았지만, 그 공간에서 먹는다는 경험이 더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출처: TripAdvisor Railay Beach 레스토랑)
라일레이 숙소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여기서 묵었던 리조트는 약간 숲속에 있는 듯한 독특한 구조였는데, 욕조, 화장대, 침대가 모두 한 공간 안에 배치되어 있는 오픈 스타일이었어요. 미니바에 있는 음료와 스낵이 전부 무료라는 말에 맥주부터 꺼냈다는 건 비밀이 아닙니다. 다만 가는 길이 그만큼 쉽지 않기 때문에 "하루라도 젊을 때 와야 한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몸소 느꼈습니다.
끄라비에서 놓치면 아까운 것들, 실제 경험 후기
끄라비는 한국에서 직항이 없습니다. 이 말인즉슨, 오기까지의 과정이 번거로운 만큼 아는 만큼 더 잘 즐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제가 여행하면서 직접 겪고 알게 된 것들 몇 가지를 정리해드릴게요.
먼저 교통입니다. 끄라비 공항에서 각 지역까지 택시비 표가 공항에 게시되어 있는데, 저희는 아오낭까지 600바트를 내고 이동했습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약 40분 정도 걸렸어요. 시내에서 이동할 때는 그랩을 적극 활용하시길 추천드리는데, 여기서 그랩이란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사용 가능한 차량 호출 앱으로 한국의 카카오택시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단, 아오낭 스타벅스·맥도날드·세븐일레븐이 몰려 있는 메인 거리에서는 그랩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툭툭이나 썽태우 기사들이 그랩 차량을 막고 탑승을 방해하는 상황이 실제로 있었거든요. 저희도 이 상황을 직접 겪었고, 다행히 그랩 기사님이 기지를 발휘해 주셔서 무사히 이동했습니다. 팁을 두둑하게 드렸던 그 아저씨를 다음 날 또 만난 건 운명 같은 우연이었고요. 메인 거리보다는 골목 안쪽에서 그랩을 호출하면 훨씬 잘 잡힙니다.
섬 투어도 꼭 챙겨보셔야 합니다. 저희가 방문한 섬 중에 특히 물 색깔이 투명하고 맑았던 홍섬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가이드님이 직접 준비해주신 보트 위 프라이빗 런치도 잊을 수 없어요. 새우로 하트를 만들어 주셨는데, 그 디테일 하나에 여행의 온도가 달라지더라고요. 섬 투어 중에는 한국인을 한 명도 못 만났는데, 현지에서 만난 분 말씀으로는 직항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인지 더 프라이빗하고 여유로운 느낌이었어요.
마지막으로 석양 뷰를 보고 싶으시다면 더 힐을 꼭 가보세요. 탁 트인 야외 테이블에서 핑크빛으로 물드는 석양을 바라보면 "내가 정말 행복하려고 여행하는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납니다. 다만 음식값은 비싼 편이고 맛은 평범한 데다 양도 좀 적은 편이니, 저희처럼 눈으로 배를 채우고 진짜 식사는 야시장에서 하는 전략을 추천드립니다. 예약 없이 해질 무렵 가면 자리가 없으니, 최소 이틀 전에는 예약을 마쳐두셔야 합니다.
끄라비에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면서 창밖에 빨갛게 물든 하늘을 봤습니다. "안녕, 끄라비"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일정을 너무 빡세게 짠 탓에 몸은 지쳤지만, 끄라비는 분명히 인생 여행지라고 불릴 만한 이유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다음에 다시 온다면 일정을 절반으로 줄이고, 야시장 근처에 숙소를 잡고, 아무 계획 없이 하루를 통째로 보내보고 싶습니다. 그게 끄라비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라는 걸, 이미 다 끝나고 나서야 깨달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