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9끼 먹방 (미슐랭, 비리아타코, 코치니타피빌)

내가 예상했던 멕시코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멕시코 하면 타코, 부리토 정도만 떠올렸는데, 일주일을 멕시코에 머물면서 먹어본 9끼는 제 편견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습니다. 길거리 노점부터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까지, 가격도 스타일도 전혀 다른 음식들을 직접 먹어보며 느낀 것들을 있는 그대로 써보겠습니다.


미슐랭 레스토랑, 기대만큼이었을까

직접 겪어보니, 고급 레스토랑에서 느끼는 감정은 음식 맛 이전에 '내가 여기서 뭘 먹고 있는지 알아야 더 즐길 수 있겠다'는 아쉬움이었습니다. 동행이 과달라하라 맛집 리스트를 뽑아온 덕분에 산타 로사 데 리마와 엘갈데 두 곳을 연달아 경험했는데, 두 곳 다 분위기부터 압도적이었습니다.

산타 로사 데 리마에서 나온 케사디아는 제가 알던 케사디아와 완전히 달랐습니다. 여기서 케사디아란, 원래 또르띠아에 치즈를 넣고 구운 멕시코 일상 음식인데, 이 레스토랑에서는 그걸 동그란 형태로 빚고 위에 장미꽃잎을 올린 시그니처 메뉴로 재해석해 냈습니다. 처음엔 "둥그런 만주처럼 나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치즈가 녹아 흐르면서 시나몬 향이 확 올라왔습니다. 달콤하고 향긋한데 치즈가 느끼하지 않았고, 위에 얹힌 꽃잎이 인위적인 장식이 아니라 실제로 향을 더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음식이라기보다 작은 예술품 같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습니다.

엘갈데는 2026년에 미슐랭 1스타로 선정된 레스토랑으로, 과달라하라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중에서도 손꼽히는 곳입니다. 여기서 미슐랭이란,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쉐린이 발행하는 레스토랑 평가 가이드로 1~3스타로 등급을 매기는 세계적인 기준입니다. 저녁 예약은 이미 꽉 찼고 점심도 차서, 겨우 오후 2시 자리를 예약할 수 있었습니다. 들어서는 순간 매니저가 양복 차림으로 자리를 안내하고, 가방걸이를 가져다 주고, 접시를 직접 세팅해 주는 방식이 여느 고급 식당과 달리 자연스럽고 과하지 않았습니다. 음식은 문어 요리, 돼지고기 메인, 디저트 순으로 나왔는데, 밑에 깔린 황토색 몰레 소스에서 향이 너무 좋아서 먹기 전부터 기대가 올라갔습니다. 여기서 몰레란, 고추·초콜릿·향신료 등을 오래 끓여 만든 멕시코 전통 소스입니다. 디저트로 나온 라이스 푸딩은 평소 쌀과 우유 조합을 별로 안 좋아했는데, 아이스크림이 들어가 차갑고 달달하게 완성된 버전은 꽤 맛있었습니다.

두 레스토랑을 다녀오고 나서 든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음식에 대한 배경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입 한 입을 훨씬 깊이 즐겼을 텐데, 그 지식이 없는 채로 오면 뭔가 멍청이가 된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역시 아는것이 힘이라고 그건 미식의 세계에서도 통하는 진리였습니다.

요약: 미슐랭 레스토랑은 음식 자체보다 '배경 지식이 있을수록 더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걸 몸으로 느꼈습니다.

비리아타코, 국물 찍어먹는 타코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일반적으로 타코는 손으로 들고 먹는 음식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현지인 카페 사장님 덕분에 전혀 다른 방식의 타코를 경험했습니다. 사장님이 직접 차를 몰고 데려간 곳은 시내 중심에서 거리가 좀 있는 진짜 현지인 맛집이었는데, 도착해 보니 줄이 어마어마했습니다.

여기서 비리아타코란, 염소고기를 향신료와 함께 오랫동안 끓여서 만든 고기를 또르띠아에 올린 타코를 말합니다. 핵심은 고기보다 '콘소메'라는 국물인데, 비리아를 끓이고 나서 나오는 육수입니다. 이 콘소메를 타코 먹기 전에 마시거나, 먹는 도중에 같이 마시거나, 아니면 타코를 그대로 찍어서 먹는 방식으로 활용합니다. 한 모금 마셨더니 진한 갈비탕에 매운맛이 더해진 느낌이었는데, 이게 타코 국물이라는 사실이 신기했습니다.

같은 날 마켓 안에 있는 로컬 식당 스파시오레에서는 카르네 엔수 호칠라를 먹었는데, 이것도 돼지고기 스프에 또르띠아를 적셔 먹는 방식이었습니다. 국물에 고기 맛이 진하게 배어 있어서, 표현이 좀 투박하지만 "멕시코의 순대국 느낌"이라는 말이 딱 맞았습니다. 밥을 말아 먹고 싶을 정도로 국물이 좋았고, 가격은 90페소(우리 돈으로 약 7천 원 내외)에 양도 충분했습니다.

로컬 타코집으로는 7년 전 방문 이후 여전히 맛집으로 유명한 곳을 다시 찾았습니다. 영어가 전혀 안 통하고 현금 결제만 가능한 완전 로컬 집인데, 바카 타코와 까메론(새우) 타코를 시켰습니다. 새우가 엄청 통통했고, 마리아치 연주까지 생으로 들으며 먹으니 분위기 자체가 음식 맛에 더해졌습니다. 타코는 원래 질질 흘리면서 손으로 먹는 음식이고, 안 되면 숟가락으로 퍼먹기도 한다는 걸 현지에서 처음 배웠습니다.

요약: 타코는 손으로 먹는 음식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국물에 찍어 먹는 비리아타코와 스프에 적셔 먹는 방식까지, 먹는 방법만큼 맛의 폭도 넓었습니다.

코치니타피빌, 멕시코 마지막 끼니로 가장 기억에 남은 음식

멕시코 마지막 도시인 플라야 델 카르멘에서 유카탄 음식을 처음 제대로 먹었습니다. 여기서 코치니타피빌이란, 돼지고기를 아치오테라는 향신료와 오렌지 즙에 재운 뒤 바나나 잎에 싸서 땅속 화덕에 오랫동안 천천히 익혀내는 유카탄 반도의 전통 음식입니다. 멕시코가 워낙 큰 나라라 지역마다 음식이 완전히 다른데, 유카탄 지역의 코치니타피빌은 과달라하라 음식과는 또 다른 결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타코와 판초 두 가지 형태로 시켰는데, 판초는 또르띠아 안쪽에 검은 콩을 바른다는 점에서 타코와 달랐습니다. 고기는 오랫동안 재워진 덕분에 엄청 부드러웠고, 오렌지로 재운 덕에 살짝 새콤한 맛이 돌았는데 거슬리지 않고 오히려 고기 맛을 깔끔하게 잡아줬습니다. 위에 올린 절인 적양파가 새콤하게 잘 어우러졌고, 뭔가 익숙한 맛인데 처음 먹는 것 같은 그 묘한 감각이 있었습니다.

플라야 델 카르멘에서 진짜 마지막 끼니는 도냐 바울라 레스토랑이었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기사 식당 같은 분위기에, 에어컨도 없고 카드 결제도 안 되는 완전 현금 전용 식당인데, 안에서 일하는 분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요리하는 것이 보일 정도였습니다. 그 정도로 맛집이라는 표현이 정확했습니다. 여기서 뽀솔레를 시켰는데, 여기서 뽀솔레란 수수콩 알갱이와 돼지고기를 오랫동안 끓여내고 말린 고추를 넣어 만든 스프로, 표면에 고추 기름이 둥둥 떠 있어서 한국 국밥과 흡사한 구조입니다. 한 숟갈 먹었더니 진짜로 "속이 확 풀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해장국 같은 묵직함인데 국물이 너무 진해서 밥 말아 먹고 싶은 충동이 올라왔습니다.

멕시코 음식 문화에 대한 더 깊은 정보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멕시코 전통 음식은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바 있습니다. (출처: UNESCO 무형문화유산)

요약: 코치니타피빌은 멕시코 9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이었고, 도냐 바울라의 뽀솔레는 에어컨도 카드도 없는 환경임에도 진짜 맛집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한 국밥이었습니다.

한 달 넘게 멕시코에 있으면서 미슐랭 레스토랑부터 에어컨도 없는 로컬 기사 식당까지 참 다양한 식탁에 앉았습니다. 가격도 달랐고 분위기도 달랐지만, 맛 없는 곳이 거의 한 군데도 없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멕시코 음식은 타코라는 한 단어로 설명이 끝나지 않습니다. 지역마다 재료와 방식이 완전히 다르고, 먹는 법도 다 다릅니다. 멕시코에 가게 된다면 타코 한 가지만 먹다 오지 말고, 비리아타코 콘소메, 코치니타피빌의 부드러운 돼지고기, 뽀솔레 한 그릇 정도는 꼭 직접 경험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