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이호아 여행 (기차이동, 5성급리조트, 반깐)
베트남 여행을 계획할 때 다들 다낭, 나트랑, 호치민부터 검색하시죠. 저도 그랬습니다. 근데 막상 다녀오면 "여기가 한국인가?" 싶을 정도로 한국 관광객이 넘쳐나고, 맛집은 이미 웨이팅이고, 호텔 가격은 성수기에 치솟아 있고. 휴양지 느낌보다 인파에 치이는 느낌이 더 강하게 남을 때가 있습니다. 저도 이번에 베트남 최대 명절인 설날 당일에 나트랑에 있었는데, 거기서 기차로 딱 2시간만 올라가면 완전히 다른 세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뚜이호아라는 도시입니다. 여기, 한국인은커녕 서양인도 단 한 명도 못 봤습니다.
나트랑에서 기차 2시간 — 뚜이호아로 가는 길
나트랑역은 신기하게도 시내 한복판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오히려 역보다 주변 건물이 더 크고 눈에 띄어서 설마 여기가 기차역인가 싶은데, 네 거기가 바로 기차역이 맞았습니다. 나트랑에서 뚜이호아(Tuy Hòa)까지는 기차로 약 2시간 거리입니다. 여기서 뚜이호아란, 베트남 중남부 푸옌성의 성도로, 나트랑과 다낭 사이에 위치한 소도시입니다. 일단 기차역 주변에도 나트랑 근교로 여행가려는 여행자가 없을 뿐만아니라,여행자 커뮤니티에도 거의 언급이 없는 곳이라 이름 자체가 생소할 수 있습니다. 나는 여행갈땐 일부러 한국인 여행객이 없는 곳을 선호하는데, 나트랑 공항에 내렸을땐 아직 한국인 기분이었는데 기차역에 오고 나니 이제 진짜 베트남 여행이 시작된것같아서 흥미가 생기고 활기가 돌았습니다.
베트남에서도 설날은 큰 명절이다 보니 현지인들 이동수단인 기차는 일반 좌석은 이미 매진이었고, 저는 4인실 침대칸을 평소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예약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현지인과 섞여 탈수있다는게 더 재밌으니 웃돈을 주고서라도 탔습니다. 기차칸을 잘못 찾아서 짐을 풀었다가 다시 싸들고 이동했는데 현지인들이 친절하게 내 자리를 찾아서 알려주어서 재밌었습니다., 나말고도 다른 여행객들도, 또는 현지인들도 많이들 자리를 헷갈려하는것 같아서 대거 이동하는게 웃기기도 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고 누웠더니 아래 침대에 있던 사람이 과자를 나눠주시기도 했습니다. 이런 정겨운 나눠먹는 문화가 외국인인 저에게도 공유할 수 있다니 마음 속 깊이부터 여유로움이 전해져 차오르는 기분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차창 밖으로는 도심이 사라지고 점점 자연이 펼쳐졌는데 침대칸에서 엎드려 창문을 바라보고 가니 펼쳐진 모든 장면이 뇌리에 박힐정도로 진하게 다가왔습니다.,
뚜이호아역에 내리자마자 보이는 풍경은 기차역이 왜 이렇게 예쁘냐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아담하고 조용하고, 역 바로 옆으로 한산한 해변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소도시라 하면 인프라가 부족할 거라 예상하기 마련인데, 막상 도착해 보니 5성급 리조트가 버티고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여기가 베트남사람들 한테도 휴양지인 동네라고 하더라고요, 제대로 잘 찾아왔다는 직감에 뿌듯하기까지했습니다.
6만 원짜리 5성급 리조트
아무리 베트남물가가 저렴하더라도 일반적으로 5성급 리조트는 비수기에도 1박에 20~30만 원 이상이라고 알고있었습니다. 제가 최근에 다녀온 푸꾸옥 인터컨티넨탈이 딱 1박에 30만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예약한 Rosa Alba Resort Tuy Hòa는 설날 당일 기준 1박에 6만 원이었습니다. 인터컨티넨탈과 거의 같은 느낌인데, 가격은 20% 수준입니다. 이게 과장이 아닌 게, 바다가 바로 보이는 테라스, 넓고 층고 높은 객실, 수영장, 복도까지 식물로 꾸며진 공간이 실제로 거의 동급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가격에 이런 시설이 가능한지 그냥 여기 살고싶은 생각이 바로 들었습니다. 물론 여기 살게되어 이런게 일상이된다면 이런 감흥은 더이상 느끼지 못할테니 실천에 옮기지는 않았습니다. 투숙객 대부분은 현지인이었습니다. 주차장에 차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는데, 다 베트남 번호판이었습니다. 여기서 현지인 휴양지란, 외국 관광객이 아닌 자국민이 주로 찾는 여행지를 뜻하는데, 뚜이호아는 딱 그런 곳이었습니다. 현지인의 제주도 같은 느낌이라는 표현이 맞았습니다. 아무래도 나트랑, 다낭 같은 곳이 베트남 기준으로 물가가 비싼 이유도 전부 외국인관광객을 주로 맞이하다보니 리조트가격이나 음식가격이 높게 형성되어있는것 같다는 불편한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역시 여행은 인프라가 전부 구축되어있어서 편하면 그만큼 수요가 많으니 그에 맞는 값을 지불해야하고 , 조금만 떨어져서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면 현지인이 다니는 동네를 찾아가 현지인처럼 누릴 수 있는 것들이 꽤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나의 여행스타일은 현지인동네에 스며들어 여행하는게 좋다보니 만족도 역시 현지인 스타일이 훨씬 높다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판단입니다.
- 숙소 가격: 설날 당일 기준 Rosa Alba Resort 1박 약 6만 원
- 비교 기준: 푸꾸옥 인터컨티넨탈 동급 시설, 1박 30만 원 — 가격은 5분의 1
- 투숙객 구성: 거의 전원 베트남 현지인, 외국인 관광객 전무
- 부대시설: 해변 뷰 테라스, 수영장, 풀빌라 구역, 지하 클럽
반깐 1,500원과 설날 대가족 초대 — 로컬 뚜이호아 제대로 맛보기
비싸면 맛있을 거라는 건 여행지 음식에서 특히 자주 깨집니다.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호텔에서 추천받아 간 레스토랑에서 삼겹살 튀긴 요리와 오징어볶음을 먹었는데, 기존 베트남 쌀국수보다 6배 비싼 가격이었습니다. 맛은 무난했습니다. 에어컨 나오고 깔끔하게 꾸며진 식당이라는 것 빼면 특별한 게 없었습니다. 베트남현지인이 간다는관광지에서도 시설에 따른 가격 차별이 살벌하다는걸 몸소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다음에 찾아가서 먹은 게 진짜였습니다. 거리 노점에서 반미 하나에 1,000원, 팔뚝 길이만 한 옥수수 650원, 주먹 세 개 크기 군고구마 600원. 총 2,200원 썼는데 레스토랑보다 훨씬 맛있고 만족스러웠습니다. 여기서 반미(Bánh Mì)란, 바게트 빵에 다양한 재료를 넣은 베트남식 샌드위치인데, 뚜이호아에서 먹은 건 고수가 가득 들어간 로컬 스타일이라 개인적으로 최고였습니다. 깔끔한 식당밥보다 길거리 음식이 입맛에 맞다니요. 나는 현지 길거리음식이 역시 체질이라는걸 알수 있었습니다.
다음 날 시내 구경하다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인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여기서 먹은 게 반깐(Bánh Canh)이었습니다. 여기서 반깐이란, 굵고 쫄깃한 쌀국수 면에 어묵과 국물을 넣은 베트남 중남부 향토 음식입니다. 떡을 얇게 저민정도의 두께인 면이 들어가 있는데 찰랑찰랑한 식감과, 혀에 닿으면 호로록 호로록 먹는 느낌이 미묘한듯 혀에 착감기는게 좋더라구요. 가격은 1,500원. 명절 기간에 가격 인상된 가격이 그 정도입니다. 이런건 다른 여행 후기에서는 찾기힘든 곳이고, 직접 발 닿는데로 현지인을 따라가다 보면 만날 수 있는 행운입니다.
밥 먹다 갑자기 옆 테이블에서 차력쇼가 시작됐습니다. 칼을 눈으로 집어넣고 불쇼를 하는 공연이었는데, 밥 먹다 본 가장 당황스러운 장면이었습니다. 아마도 설날이라 공연을 하는건가 싶었는데 나말고 그자리에 있는 다른사람들은 그냥 자연스럽게 그 장면을 받아들이는게 너무 이질적이었습니다. 역시 이방인은 저 혼자뿐이라는 뜻입니다. 그 이방인이라는 느낌이 전혀 싫지 않고 오히려 너무 재밌고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설날 거리를 걷다가 대가족이 모인 자리에 불쑥 초대받았습니다. 멧돼지 구이, 새콤달콤한 햄, 새우전 같은 음식들을 내어주셨습니다. 멧돼지는 털이 그대로 박혀있을 만큼 로컬 방식이었고, 기름기 하나 없이 맛있었습니다. 술을 원래 안 마시는데 베트남 어른들이 연신 잔을 들어주셔서 결국 좀 취했습니다. 평소 한국에서라면 하지 않았을 나의 새로운 모습을 누구의 눈치없이 자연스럽게 주저없이 할 수 있다는게 내가 생각하는 여행의 묘미입니다.
뚜이호아 사람들은 걷다 보면 다들 쳐다봅니다. 근데 그게 경계하는 시선이 아니라 따뜻한 시선입니다. 옆 테이블 가족이 아무 이유 없이 매실 음료를 건네주고, 기차 안에서는 과자을 나눠주고, 설날 대가족 자리에 불쑥 낀 외국인을 따뜻하게 받아줍니다. 뚜이호아는 완전히 다른 결로 마음에 남았습니다.
뚜이호아 관련 여행 정보는 출처: TripAdvisor 뚜이호아 페이지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으며, 베트남 기차 예약은 출처: 베트남 철도청(DSVN) 공식 사이트에서 직접 진행하실 수 있습니다.
뚜이호아는 아직 개발 중인 곳입니다. 거리에 빈 건물이 많고, 공사가 멈춰있는 곳도 있습니다. 설날이라 더 한산했겠지만, 평소에도 관광객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집값을 찾아봤더니 11억에서 15억 사이라 물가 대비 꽤 비쌌습니다. 그래도 지금이 타이밍인 건 확실합니다. 한국인 한 명도 없고 서양인도 없는 베트남 본연의 모습을 원하신다면, 나트랑에서 기차표 하나 끊으시면 됩니다. 2시간이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