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마카오 48시간 (에그타르트, 쏸라펀, 코타이)
솔직히 저는 마카오를 과소평가했습니다. 출발 전에 검색하면서 "이틀이면 다 보는 거 아냐?"라고 생각했거든요. 카지노 말고 뭐가 있겠나 싶기도 했고요. 근데 막상 다녀오고 나니까 이틀이 빠듯할 정도로 챙겨볼 것들이 있더라고요. 비도 맞고, 방에서 물도 새고, 야경 투어도 비 때문에 결국 못 했지만 —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먹고, 잘 걷고, 잘 돌아왔습니다. 2박 3일 마카오 혼자 여행, 48시간 안에 뭘 할 수 있는지 실제로 다녀온 후기를 풀어볼게요.
마카오 에그타르트, 어디서 먹어야 할까요?
이번 여행의 공식 테마는 에그타르트 투어였습니다. 여행 전부터 마카오 하면 에그타르트라는 말을 워낙 많이 들어서, 아예 일정의 축으로 삼아버렸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 총 세 군데를 먹어봤고, 각각 확실히 달랐습니다.
첫 번째는 숙소인 하버뷰 호텔 근처에 있던 에그타르트집이었어요. 1개에 14파타카, 우리 돈으로 약 2,800원이었는데 여기서 파타카란 마카오의 공식 화폐로, 1파타카가 대략 200원 안팎입니다. 포르투갈식 에그타르트의 특징이라는 바삭한 껍질이 딱 그 느낌이었어요. 필링은 몽글몽글하면서 달지 않고, 계속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 제 마음속 1등은 결국 여기였습니다. 호텔에서 먹었다는 게 좀 아이러니하긴 한데, 그만큼 첫인상이 강렬했어요.
두 번째는 성 바울 성당 유적 바로 옆 베이커리 하우스에서 먹었습니다. 여기는 관광지 한가운데 있다 보니 아무래도 첫 번째보다는 감동이 덜했어요. 조금 계란찜스럽고, 비 맞으면서 먹다 보니 눅눅해지기도 했고. 제 평가는 "맛없진 않은데 감동적이진 않다"였습니다.
세 번째는 카페 이나타와 그 바로 근처 가게 두 곳을 연달아 먹어봤는데요. 이나타는 1개에 12파타카, 약 2,400원. 이나타보다 옆 가게가 저는 훨씬 맛있었습니다. 버터 껍질이 굉장히 바삭하고, 필링이 계란찜보다는 슈크림에 더 가까운 몽글몽글한 질감이었어요. 하버뷰 호텔까지 일부러 찾아가기 번거로우신 분들은 여기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 하버뷰 호텔 근처 에그타르트: 14파타카(약 2,800원). 바삭한 껍질에 달지 않은 필링. 개인적으로 전체 1위.
- 베이커리 하우스 (성 바울 성당 인근): 관광지 한복판. 계란찜 느낌. 비 오면 빨리 먹어야 함.
- 카페 이나타 인근: 12파타카(약 2,400원). 슈크림 같은 몽글함, 껍질 바삭. 접근성 좋음.
쏸라펀으로 점심을 때운다는 것
마카오 반도를 돌아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세나도 광장과 성 바울 성당 유적지 쪽으로 흐르게 됩니다. 여기서 여기서 세나도 광장이란 포르투갈 식민지 시절 양식의 유럽풍 건물들이 모여 있는 마카오 역사 지구의 중심지를 말합니다.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늘어선 거리인데, 관광객도 많고 에그타르트 노점도 많아요.
저는 이 일대를 한참 걷다가 점심으로 쏸라펀을 먹으러 갔습니다. 여기서 쏸라펀이란 중국식 매콤한 당면 국물 요리로,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 얼큰한 국물 요리입니다. 세나도 광장에서 걸어서 약 20분 거리에 있는 가게였는데, 내부 테이블이 딱 세 개밖에 없고 합석은 무조건이에요. 관광객보다 현지인들이 훨씬 많았고, 줄도 서야 했습니다.
맛은 한국인이라면 좋아할 맛이라고 느꼈어요. 매콤하고 얼큰한 게 당길 때 딱 맞는 한 그릇. 통풍이 잘 안 되는 작은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서 먹는 그 느낌이 오히려 더 현지스러웠습니다. 관광지 한복판에서 벗어나서 골목 안쪽으로 20분을 더 걸어간 보람이 있는 식당이었어요.
마카오 물가는 솔직히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커피 한 잔이 거의 만 원 수준이고, 전체적으로 우리나라보다 비싼 느낌이었어요. 그러니까 쏸라펀처럼 현지인들이 주로 먹는 소박한 식당을 중간중간 끼워 넣는 것이 여행 경비 관리에도 도움이 됩니다. (출처: 마카오 관광청)
코타이 지역 호텔 투어, 실제로 어떻게 돌아다니나요?
이틀째는 코타이 지역을 집중적으로 돌았습니다. 여기서 코타이 지역이란 원래 바다였던 구역을 매립해서 만든 인공 지구로, 베네시안, 갤럭시, 스튜디오 시티 같은 대형 리조트 호텔들이 밀집된 마카오의 핵심 관광 구역입니다. 마카오에서 제일 큰 베네시안 호텔은 건축비만 우리 돈으로 약 3조 원이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이 호텔들을 돌아다니는 방법이 생각보다 간단한데, 각 호텔마다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어요. 저는 샌즈 호텔 근처 정류장에서 셔틀을 타고 시작했고, 베네시안까지 이동했습니다. 카지노를 통과해서 이동해야 하는 구간이 있는데, 이때 여권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성인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베네시안 내부는 솔직히 처음엔 가짜 모형 세트장 느낌이 날 거라고 예상했는데, 막상 들어가니까 꽤 그럴싸했습니다. 천장이 굉장히 높아서 개방감이 있고, 실내인 게 티가 나긴 해도 디즈니랜드처럼 컨셉을 잘 구현해 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이 흐르고 그 위로 곤돌라가 다니는 구조인데, 쇼핑 매장들 사이를 걷다 보면 시간이 어디로 갔는지 모를 정도로 훅 지나갑니다. 들어간 게 오후 12시였는데 시계 보니 2시 반이었거든요.
베네시안 안에서 현금을 뽑아야 할 때는 메인 로비로 나오면 ATM이 세 개 있는데, 맨 왼쪽 기계에서 홍콩달러로 100단위 출금이 가능합니다. 마카오에서는 현금이 정말 자주 필요해요. 버스는 잔돈 거스름돈을 주지 않고, 일부 카페는 현금 또는 알리페이만 받고, 택시도 카드가 안 됩니다. 트래블로그 같은 해외 결제 카드와 현금을 동시에 챙겨가는 것이 필수입니다. (출처: 트립어드바이저 마카오)
갤럭시 호텔에서는 다이아몬드쇼도 봤는데, 엄청 화려할 거라고 기대했다가 조금 싱거웠어요. 큰 다이아몬드 조형물이 음악에 맞춰 왔다 갔다 하는 수준이었고, 아이들이랑 같이 보기엔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저처럼 혼자 가서 "와" 하는 감동을 기대하시면 살짝 아쉬울 수 있어요.
- 무료 셔틀 활용: 각 호텔 간 이동은 셔틀버스로 가능. 웨스트 로비, 페리터미널 등 주요 정류장 위치 미리 확인 필수.
- 카지노 통과 구간: 여권 지참 필수. 성인 확인 절차 있음.
- 현금 필수 지참: 버스(6파타카, 약 1,200원), 일부 카페, 택시 모두 현금 또는 알리페이.
- 베네시안 ATM: 메인 로비 맨 왼쪽 기계, 홍콩달러 100 단위 출금 가능.
취소된 야경 투어 — 계획대로 안 될 때 어떻게 하나요?
3월 초 마카오 날씨는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이 많다고 합니다. 저도 이 부분을 간과하고 일정을 짰다가 꽤 고생했어요. 가장 기대했던 야경 투어는 결국 폭우 때문에 첫날엔 못 갔고, 이튿날 도전했다가 우비를 챙겨줬음에도 양말까지 다 젖은 채로 돌아왔습니다. 에그타르트를 싸왔던 종이가 다 찢어지고 에그타르트 하나만 겨우 건져낼 수 있었어요. 그것도 눅눅해진 상태로요.
그런데 그 투어 중에 옆에 모르는 분과 우산을 같이 쓰게 됐는데, 우산 하나에 두 사람이 기대서 비를 피하다가 마지막에 인사하고 헤어진 그 장면이 이상하게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어렸을는 잘안풀리는 상황에 감정이 앞서서 눈물부터 나왔는데, 지금은 마음이 먼저 차가워지면서 "당장 안 되는 거 붙잡는 대신 되는 거 하자"로 이성적이게 되더라고요. 나이가 든 건지, 여행을 많이 한 건지 모르겠지만 그게 어른이 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카오 교통 관련해서 하나 더 얘기하고싶은건 마카오에는 우버나 그랩이 없고 무조건 택시입니다. 택시는 카드 결제가 안 되고 현금만 받으며, 잔돈을 돌려주지 않는 기사도 있었어요. 공항에서 하버뷰 호텔까지는 약 8분, 96파타카가 나왔습니다. 귀국 전 공항 이동은 80~100파타카 안으로 잡으시면 됩니다. 그리고 마카오 버스는 6파타카이고, 동전이 없으면 알리페이 교통탭으로 결제가 됩니다. 옆에 앉은 현지분이 알려주셔서 알게 됐어요.
48시간 마카오 여행을 마치고 새벽 1시 반 비행기를 기다리며 공항에 앉아 있으니까 여러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계획대로 다 된 것도 아니고, 비도 맞고, 야경도 제대로 못 봤지만 이상하게 불만족스럽지는 않았어요. 마카오는 쇼핑 목적으로 오면 살 것이 많지 않고, 명품 말고는 소품으로 담아올 것도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다른 여행지에서 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어요. 에그타르트 하나하나 비교해 가며 먹는 투어, 호텔 자체가 하나의 세계관인 코타이 지역, 그리고 골목 하나하나가 사탕마을처럼 알록달록한 타이파 빌리지 같은 것들이요.
다음에 마카오를 다시 온다면 코타이 지역 대형 호텔에 묵으면서 비가 와도 호텔 안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계획을 짤 것 같아요. 날씨가 변수인 여행지이다 보니, 호텔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되는 곳에 묵는 게 훨씬 현명한 선택이라는 걸 이번에 몸으로 배웠습니다. 이틀이면 충분하지만, 날씨 변수까지 고려하면 하루 여유를 두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