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48시간 (세인트로렌스마켓, 시티패스, 푸틴)
솔직히 저는 캐나다에 아무런 흥미가 없었습니다. 머릿속에 캐나다는 그냥 "살기 좋다는 노잼 도시"로만 박혀 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발을 들여놓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딱 48시간이 주어졌는데, 그 시간이 끝날 무렵 저는 맥주 한 캔을 손에 쥐고 "캐나다 너무 좋아"를 연발하고 있었습니다. 이 글은 그 48시간을 아주 촘촘하게 채운 실전 기록입니다.
세인트 로렌스 마켓에서 시작한 첫날 — 베이컨 샌드위치와 12,000원 재킷
숙소는 16인실 도미토리였습니다. 1박에 약 8만 원. 토론토처럼 번쩍번쩍한 대도시에서 이 가격이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침대 하나에 짐을 풀고, 재정비를 한 뒤 밖으로 나왔습니다. 날씨가 쌀쌀하더라고요. 어떤 날은 10도, 어떤 날은 30도를 오가는 이상한 시즌이라 옷을 여러 겹 껴입는 게 최선이었습니다.
첫 목적지는 세인트 로렌스 마켓이었습니다. 여기서 세인트 로렌스 마켓이란 1800년대에 지어진 토론토에서 가장 오래된 현지 시장으로, 원래는 시청 건물이었다고 합니다. 200년이 넘은 공간인데 지금도 현역으로 관광객과 현지인이 섞여서 붐빕니다. 2층 정육점 쪽에 케어셀 베이커리라는 가게가 있는데, 여기 베이컨 샌드위치가 유명합니다. 두툼한 베이컨 여러 조각을 빵 사이에 넣고 소스를 직접 골라 뿌리는 방식인데, 저는 메이플 머스타드를 선택했습니다.
먹고 나서 왜 유명한지 찾아봤더니 이유가 있더군요. 돼지고기가 상하지 않게 보존하려고 노란 완두콩 가루를 베이컨에 얹던 방식에서 유래했고, 그게 세인트 로렌스 마켓의 명물로 자리 잡은 겁니다. 맛 자체는 특별히 자극적이지 않았습니다. 전 세계 사람이 다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맛이라는 표현이 딱 맞았어요.
마켓을 나오니 체감 온도가 15도쯤 되는데 챙겨온 겉옷이 없어서 너무 추운 겁니다. 그래서 근처 세컨드 샵에 들어갔는데, 거기서 완전히 마음에 드는 재킷을 발견했습니다. 가격이 12,000원이었습니다. 제가 경험한 토론토 최고의 쇼핑이었어요. 그 재킷을 입고 나오는데 기분이 너무 좋아서 발걸음이 달라지더라고요.
이날 교통은 한국 카드로 바로 해결했습니다. 대부분의 한국 카드가 교통 카드로 사용 가능하다는 정보를 미리 봤는데, 실제로 트램 태그 패드에 카드를 대자 바로 결제됐습니다. 트램 노선도 구글 맵에서 실시간 위치까지 확인이 되니까, 처음 와도 길 잃을 걱정이 없었습니다.
- 숙박: 16인실 도미토리 1박 약 8만 원 — 토론토 중심부 기준 현실적인 최저가 선택지
- 아침 식사: 팀 홀튼스에서 커피+랩+도넛 세 개 합산 약 11,000~12,000원 — 캐나다 국민 카페답게 줄이 길었고, 스타벅스는 상대적으로 한산했습니다
- 쇼핑 꿀팁: 세컨드 샵 적극 활용 — 브랜드 재킷 12,000원에 구매 성공
- 교통: 한국 카드 교통 카드 호환 가능 — 별도 교통 카드 구매 불필요
CN타워 시티패스로 5만 원을 아낀 방법 — 노을 타이밍의 중요성
CN타워는 저도 당연히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입장료를 검색해보니 약 5만 원이더라고요. 혼자 여행하는 입장에서 망설여지는 금액이었습니다. 그래서 싸게 갈 방법이 없는지 찾아봤고, 토론토 시티 패스를 발견했습니다.
여기서 시티 패스란 CN타워, 아쿠아리움, 박물관, 미술관 등 주요 입장권을 묶음으로 할인 판매하는 패키지 상품입니다. 각 입장료를 따로 다 합치면 약 23만 원인데, 시티 패스로 구매하면 약 15만 원으로 해결됩니다. 8만 원을 아끼는 셈이죠. 저는 CN타워에서 노을을 보고 싶어서 저녁 7시 입장으로 예약했습니다. 이게 정말 잘한 선택이었어요.
직접 가보니 성수기에는 현장 줄이 엄청나게 길다고 하는데, 제가 방문한 날은 비성수기라 그나마 한산했습니다. 그래도 사전 예약을 해두니 입장이 훨씬 수월했습니다. 타워에 올라서 두 가지가 기억에 남습니다. 하나는 유리 바닥 구간인데, 바닥이 통유리로 돼 있어서 아래가 그대로 뻥 뚫려 보입니다. 다른 하나는 야외 테라스입니다. 시원하다 못해 좀 추웠는데, 노을이 지면서 하늘 색이 변하는 걸 보니 그 추위가 아무 문제가 안 됐습니다.
제가 CN타워에서 배운 팁을 하나 말씀드리면, 노을 타이밍보다 약 30분~1시간 앞서 입장하는 게 좋습니다. 저는 일찍 들어가서 사람이 적을 때 사진을 여유 있게 찍었고, 노을이 질 무렵에는 관람객이 갑자기 몰려들었습니다. 그때 저는 이미 사진을 다 찍어뒀으니, 그냥 느긋하게 노을 감상만 하면 됐어요. 순서가 중요합니다.
CN타워 주변으로는 블루제이즈 홈구장 스타디움이 바로 붙어 있고, 마리나와 공항도 내려다보입니다. 타워 아래에는 하키 명예 전당도 있는데, 시티 패스로 함께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하키를 잘 모르지만, 선수 유니폼과 방호 장비를 직접 입어볼 수 있는 드레스룸이 있어서 꽤 재미있었습니다. 바지 두께가 어마어마하더라고요. 그게 상당히 위험한 스포츠라는 게 느껴졌습니다. (출처: Sportsnet)
- CN타워 단독 입장: 약 5만 원
- 토론토 시티 패스: 약 15만 원 — CN타워+아쿠아리움+박물관+미술관 포함, 정가 대비 약 8만 원 절약
- 입장 팁: 노을 시간보다 최소 30분 일찍 입장 — 사진 먼저 찍고 인파 몰리기 전에 여유 확보
이틀째 토론토 아일랜드와 푸틴
이틀째 아침은 토론토 아일랜드로 시작했습니다. 왕복 페리 티켓이 약 만 원이었습니다. 배를 탈 때 꿀팁이 있는데, 반드시 배의 오른쪽에 자리를 잡으세요. 왼쪽은 건물이 거의 없는 방향이고, 오른쪽에서 봐야 CN타워와 토론토 스카이라인이 보입니다. 저도 왼쪽을 잠깐 가봤다가 확실히 덜 예뻐서 오른쪽으로 다시 자리를 옮겼습니다.
아일랜드에서는 자전거를 빌리려고 했는데, 공유 자전거 앱이 계속 오류가 났습니다. 접근 불가 메시지만 뜨더라고요. 결국 앱은 포기하고 현장 자전거 렌탈 샵에서 빌렸는데 카드 결제 포함 약 11달러가 나왔습니다. 공유 자전거보다는 조금 비싸겠지만 그 상황에서는 선택지가 없었어요.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5월은 토론토 아일랜드를 가기에 좋은 시기가 아닙니다. 직접 겪어보니 바람이 너무 셌고, 코랑 손발이 얼어붙을 정도로 추웠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10월 말에서 11월 초 정도의 체감이었어요. 스카이라인 뷰포인트에 닿긴 했는데, 뷰는 예뻤지만 "이걸 위해 이 추위를 견딘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름, 적어도 7월 이후에 오시는 걸 강력하게 권합니다. 모래사장에서 수영도 된다고 하니까요.
오후에는 켄싱턴 마켓 근처에서 푸틴을 먹었습니다. 여기서 푸틴이란 감자튀김 위에 치즈 커드와 고기 육수 소스를 얹어 먹는 캐나다 퀘벡 지방 음식으로, 1950년대에 서민 음식으로 시작된 요리입니다. 치즈 커드라는 게 일반 치즈가 아니라, 체다 치즈를 만들기 전 단계에서 나오는 신선한 치즈인데 식감이 꾸덕꾸덕합니다. 러시아 대통령 이름과 같아서 처음엔 좀 웃겼는데, 누군가 꼭 가봐야 한다고 추천해준 가게에서 먹었습니다. (출처: Destination Canada)
처음에는 그냥 감자 튀김에 뭘 올린 거지 하며 반신반의했는데, 실제로 먹어보니 따뜻한 소스가 감자에 베어들면서 맛이 달라졌습니다. 바삭바삭할 때는 튀김, 소스, 치즈가 따로 놀더니, 조금 눅눅해지고 나서야 비로소 한 음식처럼 어우러지는 겁니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기본 푸틴보다는 치킨이나 고기가 올라간 버전으로 시키세요. 감자만으로는 중간에 물릴 수 있습니다.
- 토론토 아일랜드 페리: 왕복 약 만 원 — 반드시 오른쪽 자리 선점
- 자전거 렌탈: 현장 샵 기준 약 11달러 — 공유 자전거 앱 오류 시 대안
- 방문 시기: 5월은 체감 온도가 낮고 바람이 강함 — 7월 이상 권장
- 푸틴 주문 팁: 치킨 또는 고기 토핑 추가 — 감자만으로는 단조로움
48시간이 끝날 무렵, 저는 숙소 근처에서 캐나다 맥주를 한 캔 열었습니다. 축구 경기가 있던 날이라 동네 펍은 자리가 없었고, 결국 편의점 맥주로 마무리했지만 오히려 그게 더 토론토스러웠습니다. 총 이틀 동안 2만 보가 넘게 걸었고, 세인트 로렌스 마켓, CN타워, 하키 명예 전당, 브루필드 플레이스, 토론토 대학교, 토론토 아일랜드, 켄싱턴 마켓까지 전부 돌았습니다. 오기 전에는 아무 기대도 없었는데, 떠나면서는 "다음엔 훨씬 오래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캐나다는 생각보다 훨씬 사람 냄새가 나는 도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