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2인 100만원 여행 (굴국수, 에그타르트, 쇼핑)

저는 프리랜서다보니 항상 직장인들 여행가는 성수기는 피해서 저렴하게 여행할수 있는게 큰 장점이라 생각했습니다. 근데 마카오 호텔 1박에 11만 원. 처음 이 숫자를 봤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성수기 기준인데도 이 가격이 가능하다는 게 믿기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저도 드디어 북적북적한 한국인 많은 여행지를 경험해보려고 친구랑 100만 원 들고 떠나봤습니다.


굴국수 한 그릇에 마카오를 이해했습니다

마카오를 처음 검색하면 카지노와 베네치안 호텔 사진이 쏟아집니다. 근데 막상 도착해서 첫 끼니로 선택한 건 세나도 광장 근처 골목 안에 있는 굴국수집이었습니다. 들어갔을 때는 저희 둘밖에 없었어요. 나올 때는 자리가 꽉 찼습니다. 여기서 굴국수란, 베트남 쌀국수처럼 맑은 국물 베이스에 통통한 생굴을 얹어 내는 마카오식 면 요리입니다. 국물 자체가 해장국 느낌이라 아침에 먹기 딱 좋았어요. 면은 특별할 게 없는 일반 국수인데, 국물이 그걸 커버하고도 남았습니다. 고춧가루를 듬뿍 넣어 먹으니까 완전히 한국식 굴국밥 느낌이 났어요.

튀김도 같이 시켰는데, 가격을 확인하지도 않고 시켰습니다. 그만큼 여기 가격대를 이미 믿었던 거죠. 굴국수에 튀김까지 2인 기준으로 15,000원 정도 나왔습니다. 동남아만큼 싸지는 않지만 한국과 비교하면 충분히 가성비가 있는 편이에요. 저는 원래 굴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대만에서 처음 반하고 마카오에서 다시 확인했습니다. 역시 유명한데는 다 이유가 있는법이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 위치: 세나도 광장 인근, 마카오 반도
  • 추천 이유: 2인 기준 약 15,000원, 국물 맛이 핵심
  • 팁: 고춧가루를 같이 달라고 하면 줍니다. 한국인 입맛엔 그게 훨씬 낫습니다

다음 날 아침은 구글 리뷰 4.7점짜리 로컬 국수집으로 갔습니다. 50년 전통 마카오 국수집인데, 여기서는 카레 쌀국수와 토마토 소스 양지 소고기 덮밥을 시켰습니다. 카레 쌀국수란 코코넛 계열의 동남아식 카레 국물에 마카오 특유의 면을 넣은 요리로, 베트남 쌀국수랑은 결이 다릅니다. 마카오 현지에서만 먹을 수 있는 조합이었어요. 참고로 마카오 식당은 휴지를 잘 안 줍니다. 주는 곳 자체가 귀한 편이라, 휴지는 꼭 챙겨다니셔야 합니다. (출처: 마카오 관광청)

요약: 마카오 첫 끼니는 고급 레스토랑보다 골목 국수집이 정답입니다. 가격도 맛도 로컬도, 다 여기서 해결됩니다.

에그타르트 줄은 괜히 서는 게 아니었습니다

타이파 빌리지로 넘어오면 분위기가 확 바뀝니다. 마카오 반도가 시끌벅적한 광장과 육포 거리라면, 타이파는 형형색색 벽화가 가득한 골목이에요. 약간 오래된 영화 세트장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타이파가 더 좋았습니다.

여기서 모드 스토어 베이커리라는 에그타르트 집에 줄이 장난 아니게 서 있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지나치려다가, 줄을 서는 이유가 분명히 있겠다 싶어서 들어갔어요. 에그타르트란 포르투갈 식민지 시절부터 이어진 마카오 대표 디저트로, 페이스트리 반죽 위에 커스터드 크림을 얹어 구운 과자입니다. 포르투갈 원조 파스텔 드 나타와 계보가 같습니다.

한 입 먹었는데, 달지가 않아요. 설탕을 거의 안 쓴 것 같은데 계란 풍미가 엄청 진했습니다. 크리미하면서도 가볍고, 비린 맛이 전혀 없었어요. 제가 포르투갈을 세 번이나 다녀온 사람인데, 거기 에그타르트랑 비교해도 충분히 통하는 맛이었습니다. 마카오에서 먹는 게 가성비로도 훨씬 낫다고 생각했어요. 포르투갈까지 날아가서 먹기엔 너무 먼거리이니까요.

타이파를 걷다 보면 밀크티 집도 줄이 서 있었습니다. 거기서도 하나 샀는데, 홍콩 신흥유엔에서 먹었던 동윤영 밀크티랑 맛이 거의 같았어요. 우유 풍미 가득하고 엄청 달지 않은, 그런 스타일입니다. 마카오에서 이순 밀크 컴퍼니도 꼭 들러보시길 권합니다. 티 푸딩을 주문하면 홍차 위에 우유 푸딩을 얹어주는 구조인데, 우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안 좋아할 수가 없는 맛이에요. (출처: 트립어드바이저 마카오)

요약: 타이파 에그타르트는 달지 않고 크리미한 게 핵심입니다. 줄이 길어도 서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버스 잔돈부터 치약 쇼핑까지, 마카오 이동·쇼핑 실전 주의점

마카오 여행에서 가장 먼저 막히는 부분이 이동입니다. 우버도 없고 그랩도 없어요. 버스 아니면 택시인데, 저희는 버스를 주로 이용했습니다.  버스 요금은 고정되어 있는데, 문제는 거스름돈을 전혀 안 줍니다. 딱 맞는 금액을 준비해서 타야 한다는 얘기예요. 괜히 큰 금액을 냈다가 잔돈을 돌려받지 못해 빈정상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합니다. 남은 여행일정이 소중하니까요.

참고로 ATM에서 홍콩 달러로도 출금이 가능합니다. 마카오 돈과 홍콩 돈을 같이 사용할 수 있어서 홍콩 여행을 이어서 하는 분들에게도 유용합니다. 퇴근 시간대 버스는 진짜 주의가 필요합니다. 구글 맵 기준 18분 거리가 30분을 훌쩍 넘겼어요. 교통정체가 심한 편이니, 야경 투어 일정을이 퇴근 시간과 겹치면 넉넉하게 시간을 잡으셔야 계획에 차질이 생기지 않습니다.

쇼핑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마카오에서 의외로 잘 사 오는 게 치약입니다. 마비스 치약이란 이탈리아산 프리미엄 치약으로, 한국에서 꽤 비싸게 팔리는 제품인데 마카오에서는 한국 가격의 절반 수준입니다. 저는 치약 장사꾼처럼 엄청 쟁여왔어요. 센소다인도 마찬가지로 가격이 쌉니다. 기념품으로는 럭키 쿠키(캐슈넛 맛 추천), 코베이커리 생강젤리, 아몬드 쿠키 순으로 챙겼는데 합산 30만 원 정도 썼습니다.

  • ATM: 홍콩 달러로도 출금 가능
  • 치약 쇼핑: 마비스, 센소다인이 한국 대비 절반 가격
  • 기념품: 럭키 쿠키(캐슈넛), 코베이커리 생강젤리, 아몬드 쿠키
  • 카지노: 슬롯은 10초에 20달러, 딜러 게임은 1,000달러 이상부터 가능
  • 날씨 주의: 반팔 챙겼다가 큰일 날 뻔했습니다. 쌀쌀한 날씨 대비 필수

카지노는 한번 경험 삼아 슬롯을 돌려봤는데, 10초 만에 20달러가 사라졌습니다. 딜러가 있는 테이블 게임은 1,000달러 이상부터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내 의지로 뭔가를 할 수 있는 게 아닌, 그냥 돈을 운에 맡기는 느낌이라 바로 나왔습니다. 마카오에 카지노 있다는 건 알고 가되, 거기서 시간과 돈을 쓰는 것보다는 타이파 야경이나 맛집 투어가 훨씬 낫습니다.

요약: 버스는 잔돈 미리 준비, 치약은 마비스·센소다인 쟁기기, 카지노는 구경만으로 충분합니다.

마카오는 강남보다 작습니다. 그게 오히려 장점입니다. 마카오 반도와 타이파, 이 두 구역만 제대로 돌아도 여행이 꽉 찹니다. 100만 원으로 친구랑 밤도깨비 여행으로 2박4일을 다녀왔고, 숙소(하버뷰 호텔, 1박 11만 원)·음식·쇼핑을 다 챙겼습니다. 많이 붐비지 않으면서도 먹을 것은 있고, 야경은 화려하고, 치안도 괜찮습니다. 홍콩을 붙이지 않고 마카오만 단독으로 짧게 다녀오기에 딱 맞는 여행지입니다. 다음에 또 가게 된다면 그때는 야경 투어를 첫날 일정에 바로 넣을 겁니다. 어제 일찍 숙소에서 뻗어버린 게 지금도 조금 아쉽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