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비아 슬리핑기차,1등석,빅토리아폭포 실전기

밥을 먹다가 기차가 멈췄습니다. 처음엔 또 그냥 정차하는 줄 알았습니다. 이 기차가 하도 자주 서는 통에 감각이 무뎌진 탓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바퀴 하나가 밖으로 빠졌다는 겁니다. 탄자니아에서 잠비아까지 달리는 슬리핑 기차 위에서 실제로 겪은 일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기차, TAZARA에 오르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탑승 전까지만 해도 '아프리카 침대 기차'라는 낭만적인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다르에스살람의 TAZARA 기차역에 도착하고 보니 현실은 달랐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출발 시각이 3시 반으로 나와 있었는데, 실제 티켓 아래에는 수기로 2시 반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두 시간 일찍 허겁지겁 역으로 달려갔더니 기차는 당연히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짐이 산더미처럼 쌓인 것만 봐도 절대로 먼저 출발하지 않을 기차였습니다.

여기서 TAZARA란 Tanzania-Zambia Railway Authority의 약자로, 탄자니아와 잠비아 두 나라가 공동 운영하는 철도입니다. 1970년대 중국이 건설 지원을 하여 지금도 중국산 객차가 운행됩니다. 탄자니아 수도 다르에스살람에서 잠비아 수도 루사카 인근까지 약 1,860km 구간을 달리는데, 최고 시속이 30~40km에 불과합니다. 통상 60시간, 즉 꼬박 사흘이 걸립니다. 1등석 요금은 약 5만 원 수준입니다.

등급은 세 가지입니다.

  • 1등석(First Class): 4인 침대칸. 외국인 여행자가 주로 이용하며 충전 콘센트가 각 1층 침대마다 하나씩 있습니다.
  • 2등석(Second Class): 6인 침대칸. 중간 침대가 하나 더 있어 앉아서 등을 제대로 펴기 어렵습니다. 현지인 다수가 이용합니다.
  • 3등석(Third Class): 일반 좌석. 이번에 바퀴가 빠진 것도 3등석 칸이었습니다.

칸은 성별로 나뉘어 배정됩니다. 가족이라면 4칸을 통째로 구매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여자끼리 남자끼리 분리됩니다. 제가 배정된 칸에는 유럽에서 온 여성 여행자와 스위스 친구가 함께였고, 결국 셋이 4인칸을 썼습니다. 그나마 여유가 있는 편이었지만 사흘을 이 공간에서 지낸다는 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티켓을 오프라인으로만 구매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출발 일주일 전에 역에 직접 가서 샀습니다.

기차 안에는 레스토랑이 있는데, 생각보다 꽤 쾌적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려면 꼭 기억해야 합니다. 기차 안 레스토랑에서는 탄자니아 실링과 잠비아 콰차만 사용 가능하고, 달러는 쓸 수 없습니다. 치킨라이스를 시켰더니 밥 두 덩이에 치킨 한 덩이, 시금치가 나왔는데 가격이 놀랍도록 저렴했습니다. 현지인도 먹어야 하는 식당이라 가격을 올릴 수 없는 구조입니다. 스위스 친구와 맥주 한 잔도 곁들였습니다.

요약: TAZARA는 탄자니아-잠비아 1,860km 구간을 60시간에 달리는 기차로, 티켓은 오프라인 구매만 가능하고 기내 식당은 달러 결제가 불가합니다.

사고가 나도 1등석이 호화칸인 이유

직접 겪어보니, 이 기차에 대해 "느리고 자주 멈춘다"는 사전 정보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느리고 고장이 잦다는 말을 들으면 '그래도 설마 크게 위험하겠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 생각이 바뀐 건 탑승 이틀째 점심 무렵이었습니다.

밥을 먹다가 기차가 또 멈췄습니다. 이미 24시간째 탑승 중이었고, 큰 마을마다 기본 1~2시간씩 정차를 반복하던 터라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이유가 달랐습니다. 바퀴 하나가 바깥으로 빠졌다는 겁니다. 정확히는 탈선에 가까운 상황이었습니다. 피해를 입은 칸은 3등석이었습니다. 가서 보니 이미 상황이 꽤 심각했고, 딱히 대책 없이 수리를 기다리는 분위기였습니다.

그 순간 저는 1등석이 불편하다고 투덜댔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1등석도 안 좋다고 불평을 하고 있었는데, 수리가 될 때까지 수 시간을 기차 안에서 기다려야한다고 생각하니 1등석이 엄청 좋은 것이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도착시간은 하염없이 지체되고 있었고 이후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할수 있을지 걱정됐는데, 실제로 다음 날 안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은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황당했던 건 이것만이 아닙니다. 자다 깼더니 기차가 분명히 통과했던 역으로 다시 돌아와 있었습니다. 세 시간 전에 지나쳤던 역입니다. 뭔가 문제가 생겨 후진을 한 건지, 아니면 방향을 잘못 잡은 건지. 돌아버리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이 기차가 최대 3~7시간씩 이유 불명으로 정차하기도 한다는 사전 정보는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충분히 현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여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기차가 마을을 지나면 동네 꼬마들이 우르르 몰려와 손을 흔들었습니다. 아침에 창밖으로 펼쳐지는 아프리카 초원의 풍경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데 아름다운,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같은 칸을 쓰던 아주머니께 뿌셔뿌셔를 하나 드렸더니 맛있다며 또 달라고 하셨습니다. 아프리카 사람들도 매운맛에 길들여져 있어서인지 익숙하게 잘 드셨습니다. 이런 장면들이 60시간을 버티게 해주는 원동력이었습니다.

TAZARA에 대한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출처: TAZARA 공식 홈페이지)에서 일부 확인할 수 있으나, 실제 운행 시간표와 요금은 현지에서 직접 확인하는 것이 훨씬 정확합니다.

요약: 탑승 이틀째 3등석 칸에서 바퀴가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기차가 이미 지나친 역으로 되돌아오는 황당한 상황도 있었습니다. 1등석과 3등석의 체감 차이는 사고 현장을 보고 나서야 실감했습니다.

빅토리아폭포, 잠비아와 짐바브웨 중 어디서 봐야 할까

루사카에 도착한 뒤 리빙스톤으로 이동했습니다. 버스는 예상 소요 시간 6시간 반을 훌쩍 넘겨 10시간 만에 도착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이 정도는 양반입니다. 리빙스톤이라는 마을 이름은 이 지역을 처음 탐험한 영국 탐험가 리빙스톤의 이름에서 왔고, 그가 영국 여왕 이름을 따서 빅토리아 폭포라고 명명했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빅토리아 폭포 하면 잠비아 쪽에서 보는 것을 많이 떠올립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양쪽을 다 돌아본 결과는 달랐습니다. 짐바브웨 쪽이 뷰 기준으로 잠비아 쪽보다 다섯 배는 예쁩니다. 쌍무지개가 떴고, 폭포 물이 분사기처럼 얼굴에 쏟아져 레인코트 없이는 흠뻑 젖습니다. 단체 관광객이 많아서 뷰포인트 경쟁이 치열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짐바브웨 쪽이 압도적입니다.

입장료는 잠비아 쪽이 20달러, 짐바브웨 쪽이 50달러입니다. 여기서 유니 비자란 빅토리아 폭포 인근 국가들을 오가기 위해 만들어진 통합 비자로, 50달러에 발급되는데 짐바브웨 단독 비자 비용과 동일합니다. 빅토리아 폭포 인근 공항에서만 발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짐바브웨까지 건너갈 계획이라면 미리 발급해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제가 원래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은 악마의 수영장이었습니다. 악마의 수영장이란 빅토리아 폭포 절벽 바로 끝에 형성된 천연 암반 풀로, 폭포 가장자리에서 수영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통상 8~10월에 수위가 낮아지면 오픈하는데, 제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물이 너무 많아 아직 열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 아래 등급인 언더더레인 투어도 같은 이유로 닫혀 있었습니다. 시기를 맞추지 못하면 못 들어가는 곳이니 방문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3대 폭포를 모두 본 입장에서 순위를 매기자면, 이과수가 1위, 빅토리아가 2위, 나이아가라가 3위입니다. 이과수가 1위인 이유는 둥글게 펼쳐진 물줄기가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쏟아지는 압도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빅토리아는 직선으로 길게 뻗은 구조라 다른 감동입니다. 나이아가라는 20년 전 방문이라 기억이 흐릿하지만, 세 개 중 인상이 가장 약했습니다. 세 개를 다 보실 계획이라면 나이아가라를 가장 먼저, 빅토리아를 나중에 보는 순서를 추천합니다. 나중에 봐야 기준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빅토리아 폭포 방문 전 기본 정보는 잠비아 관광청 공식 사이트(출처: Zambia Tourism Agency)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요약: 빅토리아 폭포는 잠비아(20달러)보다 짐바브웨(50달러) 쪽 뷰가 훨씬 좋고, 악마의 수영장은 8~10월 이후 오픈하니 시기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TAZARA 기차를 타고 싶다면, 낭만은 절반, 나머지 절반은 마음의 준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바퀴가 빠질 수도 있고, 이미 지나온 역으로 다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창밖을 흐르는 아프리카의 풍경, 뿌셔뿌셔를 맛있게 드시는 아주머니, 기차가 마을을 지날 때마다 달려 나오는 아이들. 이 장면들은 돈 주고도 살 수 없습니다. 60시간을 버티면 빅토리아 폭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폭포 끝에서 얼굴에 쏟아지는 물을 맞으면, 그 사흘이 아깝지 않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