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에서 족자카르타까지 기차이동 (스위트 클래스, 비행기 vs 기차, 족자카르타)

자카르타에서 족자카르타로 이동할 때, 다들 당연하다는 듯 비행기를 탑니다. 한국인 교민들도, 장기 여행자들도, 검색하면 나오는 블로그 글들도 거의 예외 없이 "비행기 타세요"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반대로 했습니다. 새벽 6시 기차를 타기 위해 새벽 4시 50분에 일어났고, 7시간짜리 기차 여행을 선택했습니다. 후회했냐고요? 그 대답이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비행기 vs 기차, 가격이 같다면 당신은 무엇을 고르겠습니까

자카르타에서 족자카르타까지 비행기로는 약 1시간입니다. 기차로는 6~7시간이 걸립니다. 시간만 보면 비교가 안 됩니다. 그런데 가격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비행기 요금이 약 13만 원, 그리고 제가 탄 기차 스위트 클래스 요금도 약 13만 원이었습니다. 여기서 스위트 클래스란 인도네시아 국영철도 KAI(Kereta Api Indonesia)가 운영하는 최상위 등급 좌석으로, 일반 퍼스트 클래스와 구별되는 개인 칸 형태의 프리미엄 객실을 말합니다.

저는 인도네시아에 오기 전부터 기차 여행이 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작년에 미국에서 기차 횡단 여행을 했을 때, 구간 1등석이 두 명 기준으로 200만 원이 넘어서 결국 못 탔던 한이 있었습니다. 그 미련이 아직 남아 있었던 거죠. 가격이 같다면 6시간짜리 기차 여행을 선택하는 게 당연했습니다. 비행기 1시간은 언제든 탈 수 있지만, 스위트 클래스 칸에서 창밖을 보며 아침을 먹는 경험은 아무 때나 오지 않으니까요.

참고로 자카르타에서 족자카르타 구간의 기차 예매는 출처: KAI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며, 스위트 클래스는 좌석 수가 차마다 약 16석 내외로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미리 예매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요약: 비행기와 기차 스위트 클래스의 요금이 약 13만 원으로 동일하다면, 6시간짜리 기차 여행이 훨씬 남는 장사입니다.

스위트 클래스 실제 시설 — 기대 이상이었던 것과 딱 하나의 단점

기차역에 도착해서 객차를 처음 봤을 때, 생각보다 훨씬 깔끔하고 잘 관리된 느낌이었습니다. 복도 양쪽으로 개인 방이 배치된 구조였고, 문을 닫으면 완전히 독립된 공간이 됩니다. 비행기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내리기 싫은 그 느낌, 딱 그 느낌이었습니다. 실제로 탑승하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지금까지 타본 교통수단 중에 가장 좋다"였습니다.

스위트 클래스 칸에서 제가 직접 확인한 시설은 다음과 같습니다.

  • 터치스크린 좌석 제어: 좌석 각도와 발판을 터치스크린으로 조절합니다. 비즈니스 클래스에서도 보기 드문 방식이라 처음에는 진짜 당황했습니다.
  • 전동 블라인드: 터치스크린에서 버튼 하나로 창문 블라인드가 올라가고 내려갑니다. 이걸 보고 "대박이다"라는 말이 저도 모르게 나왔습니다.
  • 개별 에어컨 리모콘: 리모콘 전원 버튼으로 개인 에어컨을 독립적으로 켜고 끌 수 있습니다. 칸마다 온도가 다를 수 있는 구조입니다.
  • 승무원 호출 벨 및 헤드셋 어메니티: 벨을 누르면 승무원이 직접 방으로 옵니다. 기내에서처럼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헤드셋도 제공됩니다.
  • 기내식 수준의 식사: 탑승 후 조식으로 크루아상, 샐러드, 브라운 빵이 나왔고, 파인애플·오렌지·샐러리·시금치가 들어간 생과일주스도 따로 주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딱 하나,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습니다. 승차감이 정말 좋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승차감이란 기차가 주행 중 흔들리는 정도를 말하는데, 출발한 지 30분도 안 돼서 멀미 증세가 올 만큼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빈속이어서 더 심했던 것도 있지만, 밥을 먹고 나서도 핸드폰을 보기 불편할 정도였습니다. 7시간이 아니라 12시간 구간이었다면 꽤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인도네시아 철도 노선의 선로 상태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출처: KAI 공식 뉴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요약: 터치스크린, 전동 블라인드, 개별 에어컨, 기내식 수준의 식사까지 시설은 완벽합니다. 단, 승차감은 기대하지 마십시오.

족자카르타 도착 후 — 삼겹살에 눈물이 핑 돌았던 이유

족자카르타는 자카르타와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자카르타가 비즈니스를 하러 오는 도시라면, 족자카르타는 진짜 여행지 냄새가 나는 곳이었습니다. 역에 내리자마자 그 번잡스러움이 오히려 반가웠습니다. 자카르타에서 17일을 보냈는데, 솔직히 말하면 여행지로서는 부족함이 많은 도시였습니다. 그래서 떠나는 것이 아쉽지 않았고, 이제 다른 동네로 갈 때가 됐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호텔은 1박에 약 6만 5천 원짜리 트윈룸을 잡았습니다. 깨끗했고, 뷰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체크인을 마치고 바로 한식당으로 향했는데, 그게 백종원 본가 족자카르타점이었습니다. 여기서 본가란 한국의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인도네시아에도 체인점이 있으며 현지 교민들 사이에서 그나마 퀄리티가 검증된 한식당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삼겹살과 된장찌개가 나왔을 때, 저도 몰랐는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인도네시아에 오고 나서 제대로 못 먹은 것 같다는 기분이 쌓여 있었던 모양입니다. 가지고 있을 때는 그게 행복인지 모릅니다. 없어져 봐야 그게 행복이었구나 싶어지는 것처럼, 한국에서는 당연했던 삼겹살 한 점이 족자카르타에서는 그렇게 감격스러울 수 없었습니다. 기차에서 쇼펜하우어를 읽으며 가짜 행복과 진짜 행복을 생각했는데, 정작 그날 가장 진짜 같았던 행복은 삼겹살 앞에서였습니다.

요약: 족자카르타는 자카르타보다 훨씬 여행지다운 분위기입니다. 현지 한식이 그리울 때는 백종원 본가 족자카르타점이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이런 결론이 나왔습니다. 자카르타→족자카르타 구간은 가격이 같다면 기차 스위트 클래스가 훨씬 낫습니다. 비행기 1시간에 공항 이동 시간과 수속 시간을 더하면 실제 체감 시간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고, 스위트 클래스에서 7시간을 보내는 경험은 그 자체로 여행의 일부가 됩니다. 단, 승차감에 예민하신 분이라면 멀미약을 꼭 챙기십시오. 저는 빈속에 탄 것도 있었지만, 밥을 먹고 나서도 흔들림은 상당했습니다. 그 한 가지만 감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기대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