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여행 현실 (호객, 쿠샤리, 사막)

이집트 하면 피라미드만 떠올리시는 분들, 혹시 피라미드 앞에서 감동의 눈물을 흘릴 거라고 기대하고 계신가요? 저는 막상 도착하고 나서 "그냥 큰 돌" 같은 느낌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배경지식 없이 가면 4천 년의 역사가 그냥 커다란 돌덩이로 보일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이집트 여행에서 실제로 제가 겪은 것들, 아름다운 순간만큼이나 멘탈이 탈탈 털렸던 순간들을 함께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잘 준비된 여행자에게도 이집트는 꽤 다이나믹한 곳이었으니까요.


악명 높은 호객 행위, 카이로에서 살아남는 법

카이로 국제공항에 내리자마자 첫 번째 미션은 도착 비자 구매였습니다. 여기서 도착 비자란, 사전에 별도 신청 없이 입국 시 현장에서 바로 구매하는 비자를 말합니다. 비용은 25달러였고, 창구에서 직접 스티커 형태의 비자를 붙여 심사를 통과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 다음은 심카드. 새벽임에도 공항 내에서 바로 구매가 가능했습니다.

이동은 처음부터 우버를 선택했습니다. 공항 앞은 우버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기 때문에 파킹 구역까지 걸어가야 한다는 점, 미리 알고 가시면 당황하지 않습니다. 차 번호판이 달라 보여서 순간 당황하기도 했는데, 결국 무사히 탑승해서 새벽 1시에 카이로 도심으로 들어갔습니다. 택시 기사 아저씨는 처음 느낌부터 착한 분 같았고, 창밖으로 보이는 이집트 특유의 문양과 고대 유적 느낌이 물씬 풍기는 도시의 모습이 첫인상으로 남았습니다. 인도와 비슷한 에너지인데, 거기에 이집트만의 색깔이 더해진 느낌이랄까요.

피라미드로 가는 길은 예상보다 훨씬 험난했습니다. 저는 현지 버스를 타는 루트를 선택했는데, 이 루트는 인터넷에도 잘 나오지 않는 완전 현지인 노선이었습니다. 창문이 거의 깨진 버스에 차선 구분도 없는 도로를 달리다 보면 이게 바로 이집트 여행이구나 싶은 순간이 옵니다. 그리고 피라미드 입구에 가까워질수록 호객 행위의 밀도도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관광지 주변에서 티켓 판매나 가이드를 강매하려는 사람들은, 이집트 유명 관광지에서는 거의 피할 수 없는 존재들입니다.

제가 현장에서 체득한 꿀팁이 하나 있습니다. 누군가 강하게 말을 걸며 방향을 알려주면, 그 말을 바로 믿기보다 지나가는 행인에게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게 훨씬 정확합니다. 제가 실제로 한 호객꾼이 알려준 방향이 반대 방향이었던 걸 행인에게 물어서 알게 됐거든요. 강압적으로 "안 돼, 그쪽으로 가면 문 닫혔어"라고 소리치면 더 긴장하게 되고 그 말을 믿으려 하는데, 그게 바로 이들의 전략입니다.

  • 도착 비자: 공항 현장 구매, 25달러, 스티커 형태로 여권에 직접 부착
  • 공항 이동: 우버 추천, 단 파킹 구역까지 도보 이동 필요
  • 현금: 카드 거부 사례 많음, ATM 카드 2장 이상 지참 권장
  • 잔돈 주의: 카페, 식당 등 어디서든 잔돈을 빼고 주는 경우가 있으니 반드시 확인

말 타기 호객도 있었는데, 한 시간에 200 이집트 파운드(약 15,000원)를 부르길래 그냥 거절했습니다. 이집트 피라미드 구역의 분위기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관광객 반 호객꾼 반 이라는 말이 딱 입니다.

쿠샤리 1,500원의 행복, 이집트 음식 이야기

멘탈이 탈탈 털린 날, 저를 살린 건 쿠샤리였습니다. 여기서 쿠샤리란, 콩과 스파게티 면, 고기 등을 섞은 이집트의 대표 서민 음식으로 한국 돈으로 약 1,500원이면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는 가성비 최강 음식입니다. 피라미드에서 호객꾼들에게 시달리고 돌아오는 길에 처음 먹었는데, "하루에 한 번은 꼭 먹어야겠다"고 바로 결심할 정도로 맛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비슷한 음식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니까요.

아침 식사는 숙소 조식으로 해결했는데, 첫날 조식에서 황토색의 정체 모를 걸쭉한 음식이 나왔습니다. 빵, 계란, 요플레, 커피가 기본 구성이었고, 특이하게 망고도 나왔는데 조금 오래된 망고였습니다. 이집트에 와서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서 다이어트를 결심했다가, 아침 숙소에서 주는 조식만이라도 제대로 먹자며 스스로 타협하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룩소르에서는 현지인들만 오는 식당에서 생선 요리를 먹었습니다. 맵에도 잘 안 나오는 이런 현지인 식당의 장점은 가격이 관광지 식당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저렴하다는 점입니다. 저는 여행 중 해산물을 고를 기회가 생기면 항상 생선을 선택하는 편인데, 여기서도 고등어 느낌의 생선 요리를 선택했고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반면 쿠샤리 식당에서는 50 이집트 파운드를 내고 잔돈을 받지 못한 적도 있었는데, 조금 기다리니 결국 주더라고요. 이집트에서 잔돈을 안 주는 문화, 미리 알고 가시면 덜 당황합니다.

시장에서 사 먹은 따끈따끈한 빵 한 조각은 70원이었습니다. 빵 냄새가 너무 좋아서 멈춰서 하나 샀는데, 갓 구운 따뜻한 빵이 손에 전해지는 그 온기가 여행 중 작은 행복이었습니다. 음식을 통해 기분을 회복하는 일이 이집트에서는 자주 있었습니다. 인생의 행복은 별 거 없다는 생각, 맛있는 것 먹고 좋은 풍경 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여행 내내 반복됐습니다.

요약: 쿠샤리 1,500원은 이집트 여행 최고의 가성비 음식, 현지인 식당은 저렴하고 맛있지만 잔돈은 꼭 확인해야 합니다.

사막에서 맞은 이집트의 마지막 밤

이집트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한 건 바하리야 사막 투어였습니다. 2주 내내 한국인을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했는데, 이 투어에서 처음으로 한국인들과 합류했습니다. 평소 혼자 다니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한국인이 생기니 말수가 갑자기 줄어들고 소심해지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평소 저의 여행스타일로 봤을 때 저는 한국인이 많이 가지 않는 여행이 저한테 잘 맞는거 같다고 느끼게 된 부분입니다.

흑사막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여기서 흑사막이란, 화산 활동으로 인해 검은 현무암 파편이 모래 위에 흩뿌려져 있는 사막으로, 일반적으로 우리가 상상하는 황금빛 모래사막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을 보여줍니다. 검은 돌들이 사막 위에 가득 박혀 있는 모습이 어딘가 인터스텔라 촬영지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인생샷을 건지려면 나름의 깡도 필요하다는 걸 몸소 느꼈습니다.

밤에는 모닥불 옆에서 즉석으로 구워주는 삼겹살과 함께, 처음처럼 소주가 등장했습니다. 이집트 사막 한복판에서 한국 소주와 삼겹살을 먹게 될 줄은 진짜 몰랐습니다. 하늘에는 별이 쏟아질 듯이 가득했고, 별똥별도 여러 개 봤습니다. 침낭 속에 쏙 들어가 잠을 청하는 그 느낌, 초등학생 때 스카우트 야영하던 때 생각도 나고 뭔가 따뜻했습니다.

이집트 여행 내내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별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어떤 분은 무료로 차를 태워주셨고, 어떤 분은 잔돈을 빼고 주거나 길을 반대로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나쁜 사람이 친절하게 접근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여행을 계속 다니면서 사람을 읽는 눈이 조금씩 생기는 것 같다고,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2월의 이집트는 생각보다 꽤 춥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집트를 뜨거운 사막의 나라로만 생각하시는데, 2월에는 패딩 없이 돌아다니면 꽤 힘듭니다. 저도 패딩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실제로 느꼈거든요. 반대로 여름에 홍해 다이빙이나 스노쿨링을 목적으로 방문하신다면 그때가 더 적합한 계절입니다. 저는 이번에 후르가다 홍해까지 갔지만 수온이 너무 낮아서 수영은 포기해야 했습니다.

  • 2월 이집트 날씨: 가을 날씨이지만 추위를 많이 탄다면 패딩 필수
  • 홍해 수영: 2월에는 수온이 낮아 수영 어려움, 스노쿨링·다이빙은 여름 방문 권장
  • 사막 투어: 바하리야 흑사막은 카이로에서 약 1시간 거리, 한국인 투어 상품 이용 가능
요약: 사막 투어는 이집트 여행의 하이라이트, 2월에는 방한 준비를 강력히 권장합니다.

2주간의 이집트 여행을 돌아보면, 위기의 순간마다 착한 사람이 있었고 찝찝한 순간마다 맛있는 음식이 기분을 회복시켜 줬습니다. 피라미드 앞에서 감동보다 피로감이 먼저 왔던 것도 사실이고, 사막 하늘 아래서 별똥별을 보며 정말 잘 왔다고 느낀 것도 사실입니다. 이집트를 완벽하게 계획된 여행지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저처럼 아무 계획 없이 뛰어드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어느 쪽이든 이집트는 꽤 많은 것을 돌려줍니다. 단, 잔돈은 꼭 직접 확인하면서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