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무비자 여행 (알리페이, 자기부상열차, 게 내장)

중국 여행이 어렵다고 하면 보통 비자 얘기를 먼저 꺼냅니다. 그런데 비자보다 훨씬 더 무서운 게 있다는 걸, 직접 겪어보니 그제야 알았습니다. 구글 지도도 안 되고, 카카오톡도 안 되고, 현금도 거의 안 받습니다. 상하이는 그냥 앱 하나 없으면 공항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가는 도시였습니다. 저희는 무비자 경유 입국으로 상하이에 5일을 머물렀습니다. 여기서 무비자 경유 입국이란, 제3국으로 이동하는 경로 중간에 중국을 경유하면서 별도 비자 없이 일정 기간 체류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저희는 상하이에서 5일을 보낸 뒤 마카오로 빠지는 일정으로 입국했는데, 비자 걱정보다 앱 걱정이 훨씬 컸습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자기부상열차의 진실

공항에 내리자마자 선택지가 두 개였습니다. 담배 냄새가 진하게 배어 있다는 택시, 아니면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자기부상열차. 여기서 자기부상열차란, 자석의 반발력을 이용해 선로 위에 차체를 띄운 채로 달리는 열차로, 마찰이 없어 이론상 엄청난 속도를 낼 수 있는 교통수단입니다. 최고 속도 300km/h 이상이라는 숫자에 혹해서 당연히 열차를 골랐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가속감은 정말 롤러코스터를 직선으로 타는 느낌이었습니다. 8분 만에 시내 역에 도착하는 건 사실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시내 역에서 내리면 다시 지하철로 갈아타야 하는데, 갈아타려면 알리페이 QR코드가 있어야 하고, 지하철 타기 전에 짐 검사가 있고, 또 검사가 있고, 또 검사가 있었습니다. 짐을 다 꺼내서 검사대를 통과할 때마다 더위와 긴장감에 땀이 쏟아졌습니다. 저는 동남아 여행보다 땀을 더 많이 흘린 것 같다고 느꼈을 정도였습니다.

두 명 기준으로 자기부상열차 요금은 약 2만 원이었습니다. 지하철 환승까지 합산하면, 택시를 탔을 때와 요금 차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지하철은 편도 800원으로 한국보다 저렴했지만, 공항에서 시내까지 열차 환승 비용을 더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러고 나서 내린 결론은 단 하나였습니다. 다음번엔 무조건 택시입니다. 한 번 경험으로 충분합니다.

  • 자기부상열차 속도: 최고 300km/h 이상, 실제 평균 약 150km/h로 운행
  • 소요 시간: 공항에서 시내까지 약 8분
  • 실제 비용(2인): 약 2만 원 수준으로 택시와 큰 차이 없음
  • 주의사항: 시내에서 지하철 환승 필수, 매 탑승마다 짐 검사 진행
요약: 자기부상열차는 짜릿하지만, 환승 번거로움과 비용을 따지면 택시가 훨씬 낫습니다.

알리페이 없으면 밥도 못 먹는 도시

상하이는 현금을 거의 안 씁니다. 실물 신용카드도 받지 않는 곳이 많습니다. 여기서 알리페이란, 중국 알리바바 그룹이 만든 모바일 간편결제 앱으로, QR코드 하나로 식당·교통·편의점 결제를 모두 처리하는 중국의 사실상 표준 결제 수단입니다. 택시 호출은 디디추싱이라는 앱을 씁니다. 여기서 디디추싱이란, 중국판 카카오택시라고 보면 됩니다. 앱에서 호출하고 결제도 알리페이로 자동으로 됩니다.

문제는 이 두 앱 모두 설정 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겁니다. 저는 집에서 미리 알리페이를 세팅하고 갔는데도, 막상 결제할 때마다 한 단계씩 추가 인증이 떴습니다. 지하철 QR 생성이 안 되고, 버스 결제가 안 되고, 식당에서 QR 스캔이 튕기고. 처음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몰라서 그림만 보고 아무것도 못 읽겠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루 이틀 지나면서 조금씩 요령이 생겼습니다. 식당에서는 테이블 QR코드를 스캔하면 메뉴가 뜨고, 고르고, 결제까지 직원과 한마디 안 해도 됩니다. 말이 전혀 안 통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이 시스템이 편했습니다. 반대로 말이 통하지 않아서 생긴 웃픈 상황도 있었습니다. 식당 직원에게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직원이 중국어로 친절하게 설명해줬는데, 하나도 못 알아들었습니다. 결국 구글 번역기 화면을 들이밀고 가장 친절해 보이는 직원을 골라서 보여줬습니다.

퇴근 시간이나 비 오는 날엔 디디 택시가 거의 안 잡혔습니다. 금액을 최고 단계까지 올려도 배차가 안 됐고, 결국 버스를 타거나 걸어야 했습니다. 상하이의 대중교통 시스템 자체는 잘 돼 있는데, 그걸 이용하는 앱에 적응하는 시간이 여행 첫날을 통째로 잡아먹었습니다. (출처: Alipay 공식사이트)

요약: 상하이 여행 전 알리페이·디디추싱 설정은 필수이며, 퇴근 시간대 택시 호출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게 내장 국수 한 그릇이 바꾼 상하이 인식

솔직히 말하면, 첫날 저는 상하이를 좀 낮게 봤습니다. 지하철 검사에 치이고, 택시 안 잡히고, 호텔 체크인에 30분이 걸리는 걸 보면서 태국 입국이 더 쾌적했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저녁에 먹은 게 내장 국수 한 그릇이 그 인식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습니다.

여기서 게 내장이란, 게의 내장과 알을 긁어 모아 만든 진한 소스를 말합니다. 중국에서는 이걸 면에 올려 비벼 먹거나 샤오롱바오 속에 넣는 방식으로 먹습니다. 가격은 170위안, 한화로 약 3만 원이었습니다. 두 마리에서 세 마리 분량의 게 내장이 들어간다는 걸 생각하면 오히려 납득이 됐습니다.

직접 먹어보니 짜지 않고, 게 특유의 비릿함 없이 깊은 감칠맛만 남았습니다. 제 인생에서 게 내장을 이렇게 진하게 먹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딤섬 속에 들어간 게살 샤오롱바오도 먹었는데, 이 두 가지만으로 상하이를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튿날엔 신천지라는 곳의 레스토랑에서 제대로 된 코스를 먹었습니다. 여기서 신천지란, 상하이의 고급 상업지구로 한국으로 치면 청담동과 비슷한 분위기의 거리입니다. 간장에 절인 새우, 두부 면으로 만든 국수, 구운 두리안까지. 구운 두리안은 파인애플을 구우면 당도가 올라가듯이 단맛과 크리미한 맛이 동시에 느껴지는 음식인데, 제가 먹어본 두리안 중 가장 맛있었습니다. 음식 하나하나가 새로운 세계의 눈을 뜨게 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출처: 트립어드바이저 상하이)

요약: 상하이 음식의 핵심은 게 내장 요리입니다. 번거로운 여행 첫날을 상쇄하고도 남을 맛이었습니다.

와이탄과 푸동, 100년의 간격이 한눈에 보이는 곳

상하이는 걷다 보면 갑자기 유럽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영국식 석조 건물 옆에 프랑스풍 골목이 나오고,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같은 번화가가 이어집니다. 여기에는 역사적인 배경이 있습니다. 아편전쟁 이후 상하이가 개방되면서 영국, 프랑스, 미국 등의 세력이 도시의 구역을 나눠 점유했는데, 이 구역을 조계지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조계지란, 외국 세력이 조약에 의해 자국민 거주와 자치를 허가받은 지역을 뜻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와이탄 지역을 걷다 보면 영국식 건축물이, 프랑스 조계지였던 구역을 걷다 보면 유럽풍 가로수길이 남아 있습니다. 도시 전체가 세트장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와이탄에서 황푸강 건너편을 바라보면 유리 고층빌딩이 빼곡한 푸동 지구가 보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 뒷이야기를 듣고 나서 풍경이 완전히 달리 보였습니다. 지금 저 빛나는 건물들이 서 있는 푸동 지역은, 불과 50년에서 100년 전만 해도 아무것도 개발되지 않은 황폐한 땅이었다고 합니다. 강 하나를 기준으로 이쪽 와이탄은 근대 역사를, 저쪽 푸동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보여주는 구조입니다.

야경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꼬마 버스에 탔습니다. 2위안, 한화로 약 400원짜리 작은 관광 버스였는데, 지나가다 보여서 그냥 탔습니다. 안에 있던 현지 분들이 웅성웅성 하길래 타면 안 되는 공간에 탄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알고 보니 그분들도 그냥 중국 관광객이었습니다. 서로 웃으면서 바이바이 하며 내렸는데, 이 짧은 버스 여행이 이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됐습니다. 상하이는 거창한 것보다 이런 소소한 순간이 더 오래 남는 도시였습니다.

요약: 와이탄의 야경은 기대 이상이고, 조계지의 역사를 알고 나면 도시 풍경이 완전히 다르게 읽힙니다.

이틀을 보내고 나서 든 생각은 이랬습니다. 상하이는 제가 알던 중국이 아니었습니다. 거리는 깨끗하고, 음식은 충격적으로 맛있고, 도시의 스케일은 서울의 15배 면적답게 압도적이었습니다. 다만 입국 당일에는 구글 지도가 안 되고, 앱이 안 되고, 말도 안 통하는 삼중고 속에서 그냥 혼돈 그 자체였습니다. 저는 첫날 저녁에 맥주를 사서 호텔로 들어가며 그냥 오늘은 맛보기로 돌아다녔다고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생일 아침을 맞이하면서 상하이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알리페이 하나 손에 익으면, 상하이는 꽤 살만한 도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