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현실 여행기 (물가, 나리분지, 스쿠버다이빙)
4년전 제가 울릉도에 갔을 때 홍합밥 한 그릇에 15,000원이었습니다. 요즘은 서울에서도 흔한 가격이지만 그때는 처음 메뉴판을 봤을 때 잠깐 눈을 의심했습니다. 그게 울릉도였습니다.
울릉도행을 결심한 이유,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맞닥뜨린 물가 현실
저는 솔직히 울릉도에 큰 기대를 품고 떠난 편이었습니다. 독도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섬, 나리분지라는 신비로운 평지, 맑은 바다에서의 스쿠버다이빙. 머릿속에서 그린 그림은 꽤 근사했습니다. 그런데 배에서 내리자마자 첫인상은 "공사장"이었습니다. 여기저기 공사가 너무 많아서, 제가 울릉도를 보러 온 건지 공사 현장을 보러 온 건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이 여행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날씨도 문제였습니다. 5일 내내 단 하루도 맑은 날이 없었습니다. 여행 내내 흐리거나 비가 내렸고, 텐트를 치고 야영하겠다는 계획은 계속 무너졌습니다. 비가 그칠 때를 기다리다가, 결국 "이동 후 설치 장소를 다시 생각하자"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여기서 야영이란, 지정된 야영지에 텐트를 직접 설치하고 숙박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울릉도처럼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가 잦은 섬에서는 이 계획이 얼마나 허술한지 몸으로 배웠습니다.
그리고 물가. 저는 제주도도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울릉도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섬 특성상 모든 것을 배로 들여와야 하니 어느 정도는 이해하지만, 밥 한 끼에 1인분 15,000원~20,000원은 5일 내내 지갑을 긴장시켰습니다. 제 여행 동반자와 "이 섬, 제주도한테 압승 당하는 것 같다"는 말을 몇 번이나 나눴습니다.
나리분지에서 산채비빔밥을 먹고 눈이 맑다는 소리를 들은 날
울릉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를 하나만 꼽으라면 저는 나리분지를 택하겠습니다. 여기서 나리분지란, 울릉도 북쪽에 위치한 섬 내 유일한 평지를 말합니다. 화산 활동으로 생긴 분화구가 오랜 세월 침식되면서 이렇게 넓은 평지가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 안에 들어서면 "섬 안에 또 다른 세계가 있구나" 싶은 느낌이 납니다. 저는 그 날씨에도, 흐리고 바람이 불었는데도, 뭔가 되게 통화로 보기엔 약간 상승돼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나리분지에서 산채비빔밥을 먹었습니다. 사장님께서 저한테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눈이 맑은 사람은 처음 봤다"고. 그러면서 "이런 눈을 가진 사람과 등산하면 꼭 맑은 전경을 보게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 말이 그냥 덕담인 줄 알면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여행 중에 누군가 건네는 칭찬 한마디가 며칠 동안의 피로를 싹 없애주기도 한다는 걸 그날 처음 실감했습니다.
나리분지에서 메밀밭까지만 걷고 돌아오는 코스는, 등산이 부담스러운 분들께 충분히 추천할 만합니다. 저도 등산을 무리해서 올라갔다가 중간에 포기한 적이 있었는데, 메밀밭 주변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보람이 있었습니다.
- 나리분지 가는 법: 울릉도 시내에서 버스 또는 택시 이용. 거리가 있으니 이동 시간을 넉넉히 잡는 것이 좋습니다.
- 추천 코스: 등산이 싫으시면 메밀밭까지만 걸어도 충분합니다.
- 음식: 나리분지 내 식당에서 산채비빔밥이 유명합니다. 나물 반찬이 상다리 휘어지게 나옵니다.
- 주의: 날씨가 좋을 때 방문하는 것이 경치 면에서 훨씬 유리합니다.
울릉도 관광 정보는 출처: 울릉군청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스쿠버다이빙, 교육받고 들어갔더니 진짜로 죽을 뻔했습니다
이번 울릉도 여행에서 가장 강렬하게 남은 경험은 스쿠버다이빙이었습니다. 여기서 스쿠버다이빙이란, 공기통을 등에 메고 수중 호흡 장비를 착용한 채 바닷속을 탐험하는 레저 활동을 말합니다. 저는 사전에 교육을 받았고, 방법도 머릿속에 다 들어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물에 들어가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울 것 같은 느낌이 먼저 왔고, 생명의 위협을 여러 번 느꼈습니다. 제 주변을 확인하고 싶었는데 정신이 없었고, 다행히 움직임 하나하나를 천천히 의식하면서 버텼습니다. 강사가 옆에 있긴 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진짜로 "내가 어디 있지"를 반복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수영을 잘 한다고 스쿠버다이빙이 쉬운 게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알았습니다. 교육과 실전 사이의 간격은 생각보다 훨씬 큽니다. 하지만 그 경험을 마치고 나서 느낀 감각은 확실히 달랐습니다. 고생하고 나면 살아있다는 생각이 아주 선명하게 찾아옵니다. 그게 제가 이번 여행에서 얻은 가장 큰 것이었습니다.
울릉도 해양 레저 체험에 관한 안전 수칙은 출처: 해양경찰청 공식 홈페이지에서 미리 확인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울릉도, 불편하지만 떠날 때 아쉬웠던 이유
여행 마지막 날, 저는 묘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날씨는 내내 흐렸고, 야영 계획은 번번이 실패했으며, 물가에 매일 당황했습니다. 게스트하우스 공용 화장실에 적응하고, 텐트 없이 하루를 버텼습니다. 몸은 만신창이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배를 타고 섬을 떠나는 순간, 아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저는 그게 신기했습니다. 그때 느낀 건, 인간은 정말 적응의 동물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공용 화장실도 익숙해지고, 비바람도 일상이 되고, 결국 불편함 속에서 작은 것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울릉도 마가목 막걸리 한 잔, 현지에서만 먹을 수 있는 오징어 요리, 관음도 다리에서 바라본 바다.
제가 이 여행에서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고급 리조트에서 편하게 쉬어도 행복하겠지만, 이렇게 고생하고 나서 찾아오는 살아있다는 감각은 그 어디서도 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울릉도는 불편합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 오히려 여행을 진짜로 만들어 줬습니다.
이 여행 내내 저는 어디서 살아야 할지,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봉우리에 오르는 그 순간에도, 다리 위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는 그 순간에도, 머릿속에는 그런 걱정들이 가득했습니다. 그게 지겹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울릉도는 그 걱정들을 완전히 지워주지는 않았지만, 잠깐씩 내려놓게 해줬습니다. 다음번에 간다면 날씨가 좋을 때, 텐트 없이, 그냥 먹고 걷는 것만 계획하고 떠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