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바칼라르 여행기 (가는 방법, 스노클링, 향수병)

해외여행 가서 현지 음식이 입에 안 맞아 편의점 라면을 끓여 먹은 적 있으신가요? 저는 멕시코 바칼라르에서 딱 그 상황을 겪었습니다.  '풍경이 아무리 예뻐도 밥이 맛있어야 여행이 행복하다'는 걸 온몸으로 배웠습니다. 예쁜 사진보다 솔직한 후기가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있는 그대로 적어봤습니다.


바칼라르 가는 방법과 첫인상 — 생각보다 훨씬 멀었습니다

저는 플라야 델 카르멘에서 버스를 타고 바칼라르로 이동했습니다. 이동 시간만 약 4시간, 칸쿤 기준으로는 차로 5시간 정도 되는 거리입니다. 여행 앱에서 '아름다운 청록색 호수 마을'이라는 소개를 보고 큰 기대를 품고 갔는데, 막상 도착하니 분위기가 조금 달랐습니다. 조용하고 작은 시골 마을이었고, 주변에는 동양인이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저희가 유일한 동양인이었고, 대부분은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북쪽의 추운 겨울을 피해 내려온 백인 여행객들이었습니다.

여기서 바칼라르란, 멕시코 킨타나루 주에 위치한 소규모 호수 마을로, '7가지 색의 호수'라고도 불리는 라군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관광지입니다. 성수기나 유명 리조트가 즐비한 칸쿤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고, 소위 '느리게 살기'에 최적화된 동네입니다. 그 느림이 저와는 영 맞지 않았다는 게 문제였지만요. 도착하자마자 든 생각은 "여기서 4박을 버텨야 하는구나"였습니다.

숙박비는 1박에 약 15만 원이었는데, 고급 호텔이 아니라 그냥 깨끗한 수준의 숙소였습니다. 버스비도 왕복으로 따지면 약 88,000원 선으로, 멕시코 물가가 전반적으로 뉴욕에 가깝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멕시코에 사시는 분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멕시코의 3대 의문 중 하나가 '물가 대비 집 렌트비가 너무 비싸다'는 것이고, 또 하나가 '고속버스비가 너무 비싸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는 그 두 번째 의문을 직접 몸으로 체험한 셈입니다.

요약: 바칼라르는 플라야 델 카르멘에서 버스 4시간, 숙박·교통 등 물가는 뉴욕 수준이라 예산 계획이 필수입니다.

호수 스노클링 도전기 — '큰 수영장'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바칼라르의 가장 큰 매력은 호수입니다. 여기서 독특한 점은, 호수에 직접 들어가려면 호숫가를 점령하고 있는 레스토랑에 들어가야 한다는 겁니다. 레스토랑 안에서 식사나 음료를 주문하면, 그 레스토랑에 딸린 수영 구역에서 호수를 이용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야외 수영장처럼 단독으로 수영장을 찾아가는 개념이 아니라, 반드시 레스토랑을 경유해야 한다는 점이 처음에는 낯설었습니다.

스노클링에 대한 기대가 꽤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시야가 바로 눈앞에 있는 것도 보일까 말까 할 정도였습니다. 물고기를 보러 이쪽저쪽 이동해봤지만, 결국 눈에 들어온 건 그냥 땅바닥뿐이었습니다. 물은 따뜻하고 수위가 낮아 수영하기에는 편했지만, 스노클링을 목적으로 왔다면 실망할 수 있습니다. 저희 결론은 한마디였습니다. "그냥 큰 수영장이네."

바칼라르의 라군은 분명 사진으로 보면 환상적입니다. 청록색 물빛이 영화 배경처럼 아름답고, 범죄자가 돈 벌고 도피한 은신처 같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아름다움을 온전히 즐기려면, 저처럼 눈 돌아가는 걸 좋아하는 성격보다는, 그냥 호수 앞에 앉아 술 한 잔 하며 시간이 흘러가는 걸 즐길 수 있는 사람이어야 맞는 곳입니다. 바칼라르는 '은퇴하고 와야 하는 동네'라는 결론을 걸어오는 길에 내렸습니다 (출처: Visit Mexico 바칼라르 소개).

  • 수영: 호수 수위가 낮고 물이 따뜻해 수영하기는 좋음. 단, 입장은 호숫가 레스토랑을 통해야 함.
  • 스노클링: 시야 확보가 거의 안 됨. 물고기 관찰 목적이라면 추천하기 어려움.
  • 풍경: 사진으로 보는 청록색 호수는 실제로도 아름다움. 단, 즐기는 방식이 '정적인 여유'에 가까움.
  • 음식·칵테일: 호숫가 레스토랑 칵테일 한 잔 약 만 원 선. 멕시코 로컬 음식 중심으로, 한식을 기대하면 안 됨.
요약: 바칼라르 호수 스노클링은 시야 확보가 어렵고, 활동적인 여행자보다 여유로운 힐링 여행을 원하는 분께 맞는 곳입니다.

향수병의 정점 — 편의점 소주와 라면으로 버텼습니다

바칼라르 체류 3일 차쯤 되자, 저는 완전히 한식에 굶주린 상태가 됐습니다. 여행 전날 밤 내내 먹방 유튜브를 보다 잠들었고, 기안84가 나오는 예능에서 김치 하나만 안주로 삼아 술을 마시는 장면을 보고는 '저 김치가 왜 이렇게 먹고 싶냐'며 한참을 괴로워했습니다. '비싸서 안 먹는 것'과 '아예 없어서 못 먹는 것'은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 이때처럼 절실하게 실감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시내 편의점에서 소주를 발견했습니다. 그 순간의 기쁨은 말로 설명이 안 됩니다. 핫도그 하나에 소주를 사들고 숙소로 돌아와 라면을 끓였는데, 그게 멕시코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습니다. 라면 한 젓가락에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이 오지에서 한국의 매운맛을 이렇게라도 만나다니'라는 감격이었는데, 돌이켜보면 그 감정 자체가 이번 여행이 저한테 어떤 여행이었는지를 정확히 설명해주는 것 같습니다.

한식 향수병이 이만큼 심하게 왔던 건, 멕시코에서 6주를 지내면서 음식이 입에 계속 맞지 않았던 탓이기도 합니다. 결국 저희는 "나는 멕시코가 싫어"라며 다음 주에 바로 떠나기로 결정했습니다. 향할 곳은 칸쿤에서 뉴욕 — 바칼라르 현지인들이 '추운 겨울을 피해 도망온 곳'인 바로 그 북쪽입니다. 이 아이러니가 저희 여행을 꽤 잘 설명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요약: 한식에 굶주린 멕시코 바칼라르에서 편의점 소주와 라면이 최고의 만찬이 됐습니다 — 음식이 곧 여행의 질입니다.

바칼라르는 분명 아름다운 곳입니다. 윈도우 바탕화면이 따로 없다 싶을 만큼 하늘이 청량하고, 호수는 영화 속 장면처럼 고요합니다. 하지만 저처럼 먹는 것이 여행의 중심인 사람, 그리고 뭔가 눈 돌아가는 게 있어야 흥이 나는 사람에게는 솔직히 잘 맞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천천히 호수를 보며 책 한 권 읽고, 칵테일 한 잔으로 오후를 보낼 수 있는 분이라면 분명 다른 경험이 될 겁니다. 그러니 가시기 전에, 먼저 스스로에게 한 가지만 물어보세요. 나는 풍경으로 행복해지는 사람인가, 아니면 밥으로 행복해지는 사람인가. 그 답이 바칼라르와 맞는지를 알려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