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닐라 여자들끼리 여행 (공항ATM, 졸리비, 현지분위기)
여자들끼리 동남아 여행을 결심하고 나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거기는 좀 위험하지 않아?"였습니다. 저도 솔직히 말하면 출국 당일까지 그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어요. 인천공항에서 마닐라행 게이트 앞에 서 있을 때, 속으로 '아, 내가 지금 뭘 하는 건가' 싶었거든요. 근데 정작 가보니까 제가 상상하던 것과는 꽤 달랐습니다. 좋은 의미로도, 또 예상보다 더 정신없는 의미로도요.
마닐라 공항 도착 후 ATM 인출과 택시
비행 시간이 딱 네 시간이었습니다. 출발 전부터 '네 시간이면 금방이지' 했는데, 직접 겪어보니 세 시간과 네 시간 사이에 미묘한 경계선이 있더라고요. 세 시간은 견딜 만한데, 네 시간부터는 슬슬 지치기 시작합니다.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은 그 느낌이요. 어쨌든 캐리어 찾고 나서 제일 먼저 한 건 현금 인출이었어요.
여기서 BPI란 Bank of the Philippine Islands의 약자로, 필리핀 현지 은행 중 외국인 카드 수수료가 비교적 낮은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항 안에 ATM이 여럿 있는데, 그중에서도 BPI를 찾아서 인출하는 게 수수료 면에서 낫다는 걸 미리 알고 갔습니다. 실제로 써보니 생각보다 편하게 빠지더라고요.
심카드는 공항에서 바로 샀는데, 1,000페소짜리 언리미티드 데이터 플랜이었습니다. 시내에서 사면 더 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도착하자마자 지도부터 켜야 하니까 그냥 공항에서 질렀어요. 사실 그 판단이 맞았습니다. 공항 밖을 나오자마자 사방이 낯설거든요.
택시는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보통 동남아 공항에서 나오면 기사분들이 먼저 달려오잖아요. 그런데 마닐라는 호객 행위가 생각보다 없었어요. 줄 서서 순서대로 미터 택시를 타는 방식이었는데, 택시에 한국어가 적혀 있는 걸 보고 살짝 웃었습니다. 마카티에 있는 호텔까지 약 300페소 정도 나왔고, 운전하시는 분께 건넨 과자를 드시더니 리액션이 너무 좋으셔서 기분이 좋았어요. 짐도 미리 빼주셨고요.
나중에 알게 됐는데, 미터 택시 대신 그랩을 쓰는 게 훨씬 안전합니다. 여기서 그랩이란 동남아시아에서 주로 사용되는 차량 호출 앱으로, 한국의 카카오택시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귀국 전날 어떤 기사분이 300페소 거리를 400페소에 부르는 걸 보고 나서야 그랩의 소중함을 깨달았습니다. 처음부터 그랩 쓰세요. 진심으로.
- BPI ATM: 공항 내 위치, 외국 카드 수수료 비교적 낮음
- 심카드: 공항 내 구매, 1,000페소 언리미티드 데이터 플랜
- 미터 택시: 공항→마카티 기준 약 300페소
- 그랩 앱: 바가지 방지에 필수, 가격 흥정 불필요
졸리비부터 스모키마운틴까지
호텔 체크인하고 나서 너무 늦기 전에 밥을 먹으러 나가야겠다 싶었는데, 솔직히 첫날은 멀리 가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근처에 있는 졸리비에 들어갔습니다. 여기서 졸리비란 필리핀 토종 패스트푸드 브랜드로, 맥도날드보다 현지에서 더 인기 있다는 평을 받는 체인점입니다. 특이하게도 스파게티를 메뉴로 팔아요.
치킨 샌드위치랑 스파게티를 주문했는데 약 260페소였습니다. 스파게티 맛이 뭔가 낯익더라고요. 먹다 보니까 생각났어요. 어릴 때 학교급식에서 먹던 그 단맛 나는 케첩 스파게티 있잖아요. 딱 그 맛이었어요. 신기한 조합이었는데 의외로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는 치킨 버거를 '치킨 샌드위치'라고 부르더라고요. 같은 음식인데 이름이 달라서 살짝 헷갈렸어요.
다음 날은 좀 더 깊이 들어갔습니다. 스모키마운틴이라는 곳을 갔는데, 여기서 스모키마운틴이란 마닐라 외곽에 위치한 빈민 마을로, 오랫동안 쓰레기 매립지 인근에 형성된 공동체를 가리킵니다. 관광지라기보다는 실제 사람들이 사는 동네예요. 현지인 가족과 함께 들어갔는데, 골목마다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이웃끼리 다 아는 옛날 동네 같은 그 분위기가 낯설면서도 묘하게 정겨웠습니다.
그 직전에 들른 현지 시장에서는 로컬 바비큐 치킨이랑 망고 쉐이크를 먹었는데, 이게 진짜였어요. 외국인이 한 명도 없는 맛집이었고, 들어가기 전에 대기를 해야 할 만큼 사람이 많았습니다. 치킨이 부드럽고 양념이 깊게 배어 있었어요. 음식값도 시내 고급 레스토랑이랑 비교하면 말이 안 되게 저렴했고요. 저는 여행지에서 대기 줄이 있는 집은 일단 믿고 들어갑니다.
그리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필리핀 사람들이 사진 찍는 걸 정말 좋아한다는 거였어요. 택시 기사분이 같이 사진 찍자고 하셨는데, 처음엔 당황했다가 나중엔 그게 그냥 그분들의 자연스러운 인사 방식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여행 중에 배운 타갈로그어는 딱 세 단어입니다. 살라맛(감사합니다), 마간다(아름답다), 마사라(맛있다). 이 세 마디만 써도 반응이 달라지더라고요.
마닐라 여행 길거리 현지 분위기
출발 전에 걱정했던 것과 실제로 겪은 것 사이에 차이가 꽤 있었습니다. 위험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없었던 건 아닌데, 낮에 시장이나 마카티 부촌 쪽을 다닐 때는 딱히 불안하지 않았어요. 다만 해가 지고 나서는 빠르게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들어갔습니다. 그 감각이 중요합니다.
교통 신호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파란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차가 그냥 달려왔습니다. 처음엔 제가 빨간불인 줄 알았어요. 알고 보니 파란불이 맞는데, 마닐라에서는 보행자보다 차가 우선이라는 게 몸으로 느껴지는 도시입니다. 여기서 차량 흐름을 무시하고 한국처럼 건너면 진짜 위험합니다.
저녁은 하루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치킨 샐러드를 먹었는데 약 2만 원 후반대였어요. 그리고 발 마사지는 블루로터스 스파에서 받았습니다. 마닐라에서 마사지로 유명한 곳이고, 리클라이너 의자에서 받는 발 마사지가 하루 걷고 난 다리에 딱이었어요. 여행 마지막 날 몸 정리하기에 좋은 코스입니다.
이번 마닐라 여행 총 예산은 100만 원으로 잡았고, 항공권부터 숙박, 식비, 교통비까지 포함입니다. 마카티의 호텔 수영장에서 아침에 수영을 했는데, 그 뷰를 한국에서 경험하려면 10만 원 이상은 줘야 할 것 같았어요. 그 가성비만큼은 진짜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출처: 트립어드바이저 마닐라)
한 가지 더. 마닐라 시내를 다니다 보면 같은 블록 안에 초고층 아파트와 낡은 판자촌이 공존하는 걸 봅니다. 부자 동네와 스모키마운틴이 그렇게 가까이 있다는 게 처음엔 낯설었는데, 그게 마닐라를 이해하는 열쇠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빈부 격차가 이렇게 눈에 보이는 도시는 처음이었습니다. (출처: 필리핀 정부 관광청)
- 택시 흥정 주의: 미터 택시도 바가지 시도 있음, 그랩 앱 필수 설치
- 횡단보도: 파란불에도 차량 우선, 반드시 차 흐름 확인 후 건널 것
- 해 진 후 이동: 가급적 숙소 주변에서 마무리, 단독 야간 외출은 피하는 것이 낫습니다
- 물값 확인: 식당에서 물을 그냥 가져다 줄 때 무료 여부를 미리 확인할 것
- 타갈로그 세 마디: 살라맛, 마간다, 마사라 — 이것만으로도 현지인 반응이 달라집니다
마닐라를 떠나 세부행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출발 전에 제가 얼마나 쓸데없이 겁을 먹었나 싶었습니다. 물론 조심해야 할 부분은 분명히 있어요. 하지만 그게 마닐라의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졸리비 스파게티의 그 오묘한 단맛, 시장에서 받아 들고 뛰어가던 아이의 뒷모습, 택시 기사분이 과자 드시던 리액션 — 이런 것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총 예산 100만 원짜리 여행치고는 가져가는 게 꽤 많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