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이탈리아 혼자 여행 (터키경유, 한인민박, 트러플파스타)
유럽 여행, 준비 잘 하면 아무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저도 여행을 시작할때까지만해도 그럴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로마에 내리자마자 짐도 없이 혈혈단신이 되어버렸습니다. 화장품도 없고, 갈아입을 옷도 없고, 지갑만 달랑 있는 채로 로마 첫날을 맞았습니다. 돈 아끼려고 직항이 아닌 경유 항공권을 구매하여 탑승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이탈리아 여행 열흘, 처음부터 끝까지 순탄한 날이 단 하루도 없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터키 경유하면서 생긴 일(수하물 미도착)
인천에서 터키 이스탄불을 경유해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왕복 항공권은 터키항공으로 100만 원 초반대였는데, 유럽 노선 치고는 나쁘지 않은 가격이었습니다. 문제는 이스탄불 환승이었습니다. 환승 시간이 너무 빠듯해서 공항 안을 그야말로 전력 질주했고, 파이널 콜 직전에 겨우 탑승했습니다. 그리고 로마에 내리니 짐이 없었습니다.
여기서 수하물 미탑재, 흔히 짐 분실이라고 부르는 상황이란, 환승 시간이 촉박할 경우 승객은 탑승에 성공해도 수하물이 환승 항공편에 실리지 못하고 이전 공항에 남겨지는 것을 말합니다. 직접 겪어보니 이게 생각보다 꽤 흔한 일이었습니다. 로스트 앤드 파운드 카운터에서 직원과 대화하니 짐은 이스탄불에 있고, 100% 확인됐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때 제가 선택한 건 기다리는 게 아니라 움직이는 것이었습니다. 짐이 이미 로마 공항에 도착했다는 이메일을 받고, 다음 날 기차를 타고 직접 공항으로 다시 찾아갔습니다. 왕복 기차비가 28유로였는데, 이탈리아 시스템 속도를 믿고 숙소에서 배달을 기다렸다면 아마 여행 내내 짐을 못 찾았을 겁니다. 움직이는 사람이 유리하다는 걸 그날 배웠습니다.
- 환승 시간 여유 확보: 환승 시간이 1시간 이내면 짐 누락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처럼 파이널 콜 탑승은 거의 확실하게 짐이 따라오지 못합니다.
- 로스트 앤드 파운드 카운터 위치 확인: 피우미치노 공항 기준, 수하물 벨트 구역 안쪽에 있습니다. 직원이 없어도 뒤쪽 문을 두드려야 합니다.
- 배달 믿지 말 것: 이탈리아 공항 측이 숙소 배달을 제안해도 직접 찾아가는 편이 훨씬 빠릅니다. 행정 처리가 한국과 차원이 다르게 느립니다.
로마 한인민박이 생각보다 괜찮았던 이유
로마 숙소를 구하면서 가장 놀란 건 가격이었습니다. 로마 시내 호텔은 30~40만 원을 훌쩍 넘겼습니다. 그러다 발견한 게 한인민박이었고, 저는 인스테이션 한인민박을 7만 원대에 예약했습니다. 여성 도미토리 5인실 구조였는데, 직접 겪어보니 예상보다 훨씬 만족스러웠습니다.
여기서 도미토리란, 호스텔이나 민박에서 여러 명이 한 방을 함께 사용하는 형태로, 개인 침대를 배정받고 짐 보관 공간이 제공되는 숙박 방식입니다. 혼자 여행하는 분들이 비용 절감과 동시에 다른 여행자와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어 많이 선택합니다.
제가 한인민박에서 특히 좋았던 건 정보였습니다. 짐이 없어서 멘붕 상태였던 첫날 밤, 같이 묵던 한국인 여행자들이 맛집도 알려주고, 공항 다시 가는 방법도 같이 고민해줬습니다. 그 덕에 멘탈이 어느 정도 수습됐습니다. 사장님도 이탈리아어를 하셔서 짐 배달 관련해서 현지 통화까지 도와주셨습니다.
한 가지 더, 유럽에서 한인민박이 활성화된 이유를 직접 느꼈습니다. 한국인들끼리 기본 매너를 지키면서 약간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게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됩니다. 혼자 여행이 외로울 수도 있는 순간들을 자연스럽게 채워줍니다. 비용도, 정서적 지원도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선택이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먹어야 하는 것들 (트러플파스타·젤라또 솔직 평가)
솔직히 말하면, 이탈리아 여행을 결심한 이유의 절반은 음식이었습니다. 에스프레소가 그리웠고, 파스타를 원 없이 먹고 싶었습니다. 한국의 에스프레소와는 향 자체가 다릅니다. 비교가 안 됩니다. 로마에서 마신 에스프레소 한 잔이 2유로였는데, 그걸 마시러 이탈리아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맛있었습니다.
로마에서 먹은 까르보나라는 22유로짜리였는데, 면이 두껍고 꾸덕한 게 한국 까르보나라와 완전히 달랐습니다. 이탈리아 파스타의 특징은 기본적으로 짜다는 겁니다. 이탈리아 현지인 기준으로 괜찮다는 짠맛이 한국인 입맛엔 조금 강할 수 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첫입에 적응이 필요했지만, 먹다 보면 그 짠맛이 오히려 와인이랑 잘 맞았습니다.
피렌체에서 먹은 트러플 파스타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여기서 트러플이란, 이탈리아·프랑스 등 일부 지역 땅속에서 채취하는 고급 식용 균류로, 강렬한 흙 향과 감칠맛이 특징입니다. 오스테리아 파스텔라라는 곳이었는데, 치즈 그릇에 파스타를 넣어 섞고 화이트 트러플 오일을 뿌린 다음 블랙페퍼를 올려줬습니다. 55유로였는데, 전채·디저트까지 포함된 가격이었고 솔직히 돈값 했습니다.
젤라또는 꼭 지올리티를 가보시길 권합니다. 흔하게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쫀득하고 진한 게 완전히 다릅니다. 파인애플맛과 리조 맛을 먹었는데, 리조는 쌀알 같은 게 씹히는 독특한 맛입니다. 피렌체에서 먹은 민트 젤라또도 그 쫀득함은 똑같았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이탈리아 파스타가 생각보다 한국 파스타와 큰 차이가 없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한국도 이탈리아만큼 파스타를 잘하는 것 같다는 게 현지에서 든 솔직한 생각이었습니다. 단, 트러플 파스타만큼은 예외였습니다. 피렌체 맛집은 확실히 로마나 밀라노보다 밀도가 높으니, 음식에 진심이라면 피렌체 일정을 넉넉하게 잡으시길 권합니다.
열흘짜리 이탈리아 여행이었는데,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한 번도 순탄하게 흘러간 날이 없었습니다. 짐은 첫날부터 없어졌고, 피렌체에선 지갑을 숙소에 두고 식당에서 계산을 못 할 뻔했습니다. 로마 트레비 분수도 스페인 계단 야경도 좋았지만, 솔직히 가장 오래 남는 건 캐리어를 찾아온 그 28유로짜리 공항 기차 왕복과 카르푸에서 사 먹은 납작복숭아 맛입니다. 그게 이탈리아 여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