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다시 방문한 치앙마이 (님만, 어묵국수, 버스킹)
유튜브에서 치앙마이가 많이 변했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 때, 저는 반쯤 의심했습니다. 여행 콘텐츠들이 으레 그러듯 "변했다"는 말로 클릭을 유도하는 거 아닐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3년 만에 다시 와서 택시 안에서 창밖을 내다보는 순간, 그 의심이 슬그머니 거둬졌습니다. 길을 걷는 사람들부터 달랐습니다. 옷을 엄청 잘 입은 힙스터들이 활보하고 있었고, 상점들은 하나같이 예뻐져 있었습니다. 저는 더위에 취약해서 빨래하기 편한 반팔 티셔츠만 다섯 장 가지고 온 사람인데, 괜히 주눅이 들더라고요.
님만이 성수동이 됐다
치앙마이에서 가장 번화한 동네 님만(Nimmanhaemin)은 예전에도 카페와 식당이 많긴 했습니다. 여기서 님만이란, 치앙마이 최대 번화가로 카페·편집샵·레스토랑이 밀집한 거리를 말합니다. 그런데 제가 기억하는 님만은 그냥 "잔잔히 쉬어가는 동네"였어요. 편안한 옷차림으로 느릿느릿 걷고, 감성 한스푼 얹은 카페에 앉아 책 읽는 사람들의 동네요. 근데 3년 만에 돌아오니까 그게 아니었습니다. 중심 쪽 맛집들은 웨이팅이 심했고, 새로운 브랜드 상점들이 줄줄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동행이 "성수동 됐다"고 했는데, 저는 처음엔 과장이라고 생각했다가 두 블록만 걷고 나서 인정했습니다.
그렇다고 님만 전체가 변한 건 아니었습니다. 중심에서 한 골목만 들어가면 여전히 한적한 가게들이 그대로 있었어요. 저희가 처음 저녁을 먹으러 간 대만식 식당도 그런 숨은 골목에 있는 곳이었는데, 양철 지붕에 비가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싱하 맥주를 마시는 그 감성은 3년 전과 완전히 똑같았습니다. 여기서 싱하란, 태국을 대표하는 라거 맥주 브랜드로 코끼리 마크가 상징입니다. 짜장면, 군만두, 찐만두, 오이 무침에 싱하 두 병까지 해서 두 사람이 32,000원 정도 나왔습니다. 태국 바트 환율이 많이 올라서 예전보다는 비싸졌지만, 그래도 이 가격에 이 분위기면 충분히 납득이 됩니다.
개인적으로 그 집 원픽 메뉴는 단연 짜장면입니다. 검은 짜장이 아니라 하얀 짜장면인데, 마제소바랑 짜장면의 중간 어딘가 같은 맛이라고 해야 할까요. 말로 표현이 잘 안 되는데 자꾸 생각나는 맛입니다. 군만두도 찐만두보다 확실히 나았고요. 아주머니도 3년 전 그대로셨는데, 오히려 더 젊어 보이셔서 동생분인가 했습니다.
- 메뉴 구성: 짜장면, 군만두, 찐만두, 오이 무침, 싱하 맥주 2병
- 총 금액: 약 32,000원 (2인 기준, 환율 상승 반영)
- 추천 메뉴: 짜장면(원픽), 군만두 > 찐만두 순
- 분위기: 양철 지붕, 선풍기, 골목 안쪽 한적한 자리
치앙마이 여행 정보는 출처: 태국관광청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98년부터 운영 중인 어묵국수집
저희가 치앙마이에 올 때마다 무조건 들르는 집이 있습니다. 어묵국수집인데, 1998년부터 시작됐다고 하고, 원래는 수키야키라는 태국식 샤브샤브로 시작해서 지금의 어묵국수 형태로 발전했다고 합니다.
맛은 딱 이렇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자극적인 맛을 기대하고 오시면 실망합니다. 대신 삼삼한 잔치국수 느낌, 혹은 맑은 생선 육수 스타일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 그릇 다 비우고 나서 한참 후에 그 맛이 생각납니다. 처음 먹을 때는 "그냥 이런 맛이네"라고 할 수 있는데, 나중에 생각이 나서 다시 오게 되는 집입니다. 실제로 저희도 딱 그 패턴으로 세 번째 방문이 됐습니다.
그날 배가 너무 고팠던 탓에 메뉴를 다섯 가지나 시켰습니다. 어묵국수, 생선 스프, 똠양꿍, 밀크 요거, 그리고 음료까지 해서 두 사람에 18,000원 나왔습니다. 가게 안을 보니 주변 사람들은 다들 두 사람이서 세 개만 시켜 먹던데, 그러면 만 원이면 끝납니다. 그래도 양이 한국 1인분보다 좀 작은 편이라 다섯 개 시켜서 둘이 먹기에 딱 맞았습니다.
치앙마이 로컬 식당 정보는 출처: 태국 최대 맛집 리뷰 플랫폼 Wongnai에서도 검색해볼 수 있습니다.
추억의 버스킹
저희가 치앙마이를 처음 온 건 약 5년 전입니다. 그때 한 달 살기를 했는데, 님만 근처 야시장 골목에서 버스킹을 하는 아저씨를 자주 봤습니다. 3년 전에 다시 왔을 때도 그 자리에 그 아저씨가 계셨습니다. 솔직히 그때는 기력이 좀 없어 보이시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번에 3년 만에 다시 왔을 때, 은근히 "아저씨 아직도 계실까"를 궁금해하면서 돌아다녔습니다.
한참 돌아다녀도 안 보이길래 이제 안 하시나 보다 했는데, 야시장 구석에서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정정하셨습니다. 하모니카를 불고 계셨는데, 저는 팁을 드리고 아저씨랑 눈이 마주쳤습니다. 아저씨가 고맙다고 하시는 순간 뭔가 감정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하모니카 소리를 듣는 순간 눈물이 터져버렸습니다. 치앙마이가 이렇게 많이 변하는 동안 그 자리에서 최소 5년째 버스킹을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이 뭔가 감동이었습니다. 10년 후에도 계셨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했습니다.
치앙마이의 야시장 버스킹 문화는 이 도시 특유의 분위기를 만드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야시장 버스킹이란, 치앙마이 님만 및 올드시티 주변 야외 시장에서 매일 밤 열리는 거리 공연 문화를 말합니다. 관광지화가 많이 됐다고 해도, 이런 풍경만큼은 여전히 살아있는 게 이 도시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아직 한 달 치 숙소를 다 못 구한 상태입니다. 4박짜리 숙소에 들어와서 나머지를 알아봐야 하는데, 한 달 결제를 하고 마음이 안 맞으면 어떡하지 싶은 불안감이 잠깐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버스킹 아저씨를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좀 정리됐습니다. 어쨌든 내일 생각하면 됩니다. 오늘 하루는 32,000원짜리 저녁에, 18,000원짜리 점심에, 입장료 80바트짜리 말차 카페에서 뷰값을 제대로 지불했으니 충분합니다. 치앙마이는 많이 변했지만, 변하지 않은 것들이 오히려 더 마음에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