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 하이퐁 3박4일 (챌린지, 하이퐁, 분짜)

항공권을 끊는 순간부터 50만 원으로 두 도시를 다 다녀온다는 점이 예상 밖이라 놀랐습니다. 이번 여행 컨셉은 100만 원도 아니고 딱 절반 단돈 50만원으로 다녀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뭔가 잘못될 것 같은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근데 막상 다녀오고 나서 정산해보니 수중에 남은 돈은 약 1만원으로 딱 알맞게 성공했습니다. 이런 맛으로 여행하다보니 매번 가는 여행도 새롭고 짜릿합니다.


50만원 예산 챌린지

여행 예산을 짤 때 가장 먼저 건드려야 하는 건 항공권입니다. 여기서 LCC(저비용항공사)란 기내 서비스를 최소화하는 대신 운임을 낮춘 항공사를 말합니다. 이번에 이용한 비엣젯은 베트남 국적 LCC로, 인천-하이퐁 직항 노선을 왕복 24만 원에 예약했습니다. 총 예산 50만 원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항공권에 쓴 셈이라 처음엔 좀 불안했습니다.

그런데 생각을 바꿔보면, 이 가격에 수화물 분실이나 항공편 지연, 갑작스러운 질병에 대비한 스카이케어 보험 패키지까지 무료로 포함된다는 게 꽤 의미 있었습니다. 저렴하다고 무조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느꼈습니다. 숙소는 하이퐁에서 2~3만 원대, 하노이에서 4만 원대로 잡았고요. 테라스까지 딸린 하노이 숙소가 4만 원대라는 사실이 처음엔 믿기지 않았습니다. 직접 체크인해보고서야 "이게 진짜구나" 싶었습니다.

  • 항공권: 비엣젯 인천-하이퐁 왕복 약 25만원
  • 하이퐁 숙소: 1박 2~3만 원대, 찐 열쇠 키가 나오는 로컬 게스트하우스
  • 하노이 숙소: 1박 4만 원대, 시내 중심, 테라스 있음
  • 하이퐁→하노이 이동: 슬리핑버스 13만 동(약 6,500원), 1시간 거리

하이퐁은 한국에서 비엣젯이 직항을 제공하는 몇 안 되는 노선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슬리핑버스란 좌석이 아닌 침대 형태로 된 버스를 말하는데, 1시간짜리 단거리인데도 눕고 가는 게 베트남 문화입니다. 직접 타보니 황당하면서도 편하더라고요. (출처: 비엣젯항공 공식 홈페이지)

요약: 항공권 25만 원 + 숙소 2~4만 원대로 고정비를 최소화하는 것이 50만 원 챌린지 성공의 핵심이었습니다.

하이퐁에서 발견한 것들 — 반다꾸어, 코코넛 커피, 그리고 까바 섬

하이퐁을 "베트남의 숨은 보석"이라고 부르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면 볼 게 없는 거 아닐까 싶었거든요. 직접 겪어보니 완전히 달랐습니다. 하이퐁 시내에서 그랩을 타고 500원을 내고 도착한 로컬 식당에서 반다꾸어(Banh Da Cua)를 처음 먹었는데, 이게 베트남을 대여섯 번 다녀온 저도 처음 보는 생김새의 면 요리였습니다.

여기서 반다꾸어란 하이퐁 지역 특산 면 요리로, 붉은빛이 도는 두툼한 쌀면에 해산물과 각종 채소를 넣어 끓인 국물 요리입니다. 약간 해물탕에 면을 넣은 느낌이랄까요. 가격은 2,500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로컬 식당에서 저 같은 외국인이 돌아다니면 동네 분들이 신기하게 쳐다보는데, 저는 그 분위기가 오히려 좋았습니다. 너무 관광지화된 곳에 질렸던 분이라면 하이퐁이 딱 맞는 기분 전환지가 될 것 같습니다.

코코넛 커피도 2,500원이었습니다. 식사 금액이랑 커피 금액이 같으니까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구조입니다. 물론 한국 카페 아메리카노 한 잔 값도 안 된다는 걸 생각하면 둘 다 싼 거지만요. 커피 안에는 코코넛 칩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젤리 같은 것이 올라와 있었는데, 코코넛 향이 확 올라오면서 달지 않아서 제 취향이었습니다.

다음 날은 까바 섬 라나 베이 카약 투어에 나섰습니다. 83만 동, 한화로 약 4만 원 초반대였습니다. 배를 타고 섬에 도착해 카약을 젓고, 수영해도 된다고 하길래 바다에 들어갔습니다. 발이 안 닿는 바다인데도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꼭 들어가 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해질 무렵, 선셋 포인트에서 현지 아저씨들이랑 나란히 앉아 노을을 보는 그 장면이 이번 여행에서 제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혼자인데 혼자가 아닌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요약: 반다꾸어 2,500원 + 카약 투어 약 4만 원대로, 하이퐁은 관광 인프라보다 로컬 감성으로 승부하는 도시였습니다.

하노이 분짜 — 왜 이걸 마지막에 먹었을까 후회한 이유

분짜에 대해 "하노이 가면 꼭 먹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저도 그 말을 듣고 또 들어서 이미 기대치가 높았는데, 솔직히 이건 기대를 충족한 수준이 아니라 초과했습니다. 하노이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다녀간 것으로 유명한 분짜 집을 찾았습니다. 줄이 얼마나 긴지 안에 들어가면 위생은 기대 안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로컬스러운 분위기입니다.

여기서 분짜(Bun Cha)란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 완자와 삼겹살을 달콤하고 새콤한 느억맘 소스에 담가, 쌀국수면과 함께 먹는 하노이 대표 음식입니다. 제가 여기다 마늘이랑 고수를 잔뜩 넣고 야채까지 함께 넣어서 비벼 먹었는데, 지금까지 하노이에서 먹어본 것 중 이것보다 맛있는 건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었습니다. 직접 먹어본 사람으로서 "하노이 왔으면 이건 무조건"이라는 말이 이해가 됐습니다.

그 외에도 하노이 야시장에서 반짱까까이, 즉 베트남식 피자를 먹었습니다. 얇은 쌀라이스 위에 계란, 옥수수, 고기를 올려 숯불에 구워주는 핸드메이드 음식인데, 가성비가 말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마무리는 포틴13이라는 쌀국수집이었습니다. 날계란이 들어간 쌀국수 한 그릇이 7만 동, 약 3,500원이었는데 고기도 넉넉하게 들어가 있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날 저녁은 예산이 촉박해 맥주 한 캔도 참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조금 아쉽지만, 그게 이번 챌린지의 규칙이었으니까요.

중간에 한 번 흔들린 순간이 있었습니다. 두 번이나 식당을 못 들어가고 헤매다가 결국 로컬 음식 대신 피자집에 들어간 날이었습니다. 예산보다 좀 더 쓴 날입니다. 여행 중 가장 취약한 순간이 배고프고 지쳤을 때거든요.

요약: 분짜는 하노이 여행의 핵심 콘텐츠이고, 야시장 반짱까까이와 포틴13 쌀국수로 식비를 최소화하면서도 충분히 풍성하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공항에서 잔액을 확인했을 때 남은 금액이 24,000동, 한화로 약 12,000원이었습니다. 3박 4일, 두 도시, 항공 왕복, 숙박, 카약 투어, 식사, 교통, 마사지(30분에 6,000원짜리 발 마사지)까지 모두 포함한 결과입니다. 예산 내에서 이 모든 걸 다 한 겁니다.

이 챌린지를 통해 다시 확인한 것 한 가지가 있습니다. 베트남은 "돈을 많이 써야 잘 즐기는 여행지"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무료 입장인 하이퐁 사원에서 본 석양이 유료 관광지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았고, 2,500원짜리 반다꾸어가 4만 원짜리 피자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물론 "비싼 걸 먹어야 진짜 여행이지"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고, 그 방식을 틀렸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저는 이번 경험에서 로컬 음식과 공짜 사원, 슬리핑버스 창문 밖 풍경만으로 충분히 충만했습니다. 짠내 여행이라고 해서 빈곤한 경험이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하나 선택에 의미가 생기고, 그래서 더 선명하게 남는 여행이 됩니다. 50만 원짜리 3박 4일, 한번 도전해보셔도 충분히 해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