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2박3일 (굴국수, 야경버스, 포르투갈)
저는 마카오를 그냥 카지노 도시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15년 전에 한 번 와서 카지노만 하다 간 기억이 전부였거든요. 그때는 거리도 공사판이었고, 실제로 오토바이 탄 사람이 아줌마 머리를 헬멧으로 풀스윙으로 내리치는 뻑치기 장면을 목격할 만큼 거리가 좀 무서웠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2박3일로 다시 와 보니, 제가 알던 마카오가 아니었습니다.
아침부터 줄 선다는 굴국수, 진짜 가야 할까?
인스타그램에 마카오 맛집을 찾아봤더니 가장 많이 등장한 곳이 어느 호텔 바로 앞 굴국수집이었습니다. 여기서 굴국수란, 마카오 현지식 쌀국수에 굴을 올려낸 아침 식사 메뉴로, 마카오 로컬들도 즐겨 먹는 서민 음식입니다. 저는 쌀면을 선택했고, 동행은 밀면 국수를 골랐습니다. 솔직히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막상 가 보니 한산해서 살짝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 입 먹고 나서 그 불안이 싹 사라졌습니다.
굴이 잔뜩 들어간 국물이 정말 개운했고, 굴 특유의 향이 국수에 자연스럽게 배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국수 두 개에 음료 두 개를 시켜서 나온 계산서가 17,000원이었습니다. 여기에 테이블에 놓인 유료 휴지가 포함된 금액인데, 동행이 "휴지가 제일 비쌌던 것 같다"는 말을 했을 정도로 가성비가 말이 안 되게 좋았습니다. 마카오 여행을 오시는 분들이 굴국수에 대해 "그냥 아시아 쌀국수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저는 이 한 그릇이 여행 내내 기준점이 됐다고 느꼈습니다. 나중에 공항에서도 같은 브랜드가 있다는 걸 알고 귀국 전에 한 번 더 먹으러 갔을 정도니까요.
- 위치: 세나도 광장 인근, 호텔 도보권
- 가격: 국수 2개 + 음료 2개 약 17,000원
- 면 선택: 쌀면과 일반 국수 중 선택 가능
- 공항점: 마카오 국제공항 내에도 동일 메뉴 판매 확인
야경버스 타고 마카오 호텔 구경, 인당 24,000원의 값어치
제가 뭔가를 타면서 구경하는 걸 굉장히 좋아합니다. 크루즈도 좋고, 시티투어 버스도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번 마카오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야경 버스투어를 미리 예약해 뒀습니다. 여기서 야경버스란, 마카오의 대형 호텔들과 야경 명소를 따라 약 1시간 동안 순환하는 오픈형 또는 2층 버스 투어를 말합니다. 인당 약 23,000~24,000원 선에 사전 예약이 가능했습니다.
타기 전에는 "그냥 버스 타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텐데, 저는 전혀 돈이 아깝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마카오의 호텔들은 라스베이거스의 베네치아호텔처럼 규모가 크면서도 훨씬 깔끔하게 정돈된 느낌이었습니다. 실제로 저희가 라스베이거스 베네치아호텔에서 묵은 적이 있는데, 호텔 건물 자체만 놓고 보면 마카오가 더 좋다고 느꼈습니다. 다만 분위기, 즉 바이브는 다르긴 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다보는 야경은 호텔 로비 안으로 직접 들어갔을 때와는 또 다른 전경을 보여줬습니다.
투어를 마치고 나서 바로 북경식당으로 이동했는데, 대기가 30분 정도 있었습니다. 배가 너무 고픈 상태에서 기다리면서 메뉴를 미리 다 정해 놨습니다. 가지튀김, 마파두부, 북경국수, 공깃밥, 그리고 마카오 맥주 두 잔. 가지튀김은 블로거들이 꼭 먹으라고 추천해준 메뉴였는데, 실제로 먹어 보니 고구마맛탕처럼 생긴 모양에 고소한 참깨 향이 나는 전혀 다른 음식이었습니다. 평소에 가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도 손이 계속 갔습니다. 마카오 맥주는 수제 페일에일 계열의 맛으로, 카스나 카프리 같은 라거 스타일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안 맞을 수 있지만 저희처럼 페일에일을 즐기는 분들은 정말 취향에 딱 맞을 겁니다. (출처: 마카오 관광청 공식 사이트)
포르투갈 식민지 흔적이 남긴 마카오만의 분위기
마카오가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걸어다니면서 느끼는 건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여기서 세나도 광장이란, 마카오 반도 중심부에 위치한 포르투갈풍 물결 무늬 타일 광장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마카오 역사 지구의 핵심입니다. 거리를 걷다 보면 포르투갈 스타일의 건축물과 타일 벽면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는데, 마치 홍콩과 포르투갈을 섞어 놓은 도시처럼 느껴졌습니다.
세나도 광장 위쪽으로 올라가면 성바울 성당 유적이 나옵니다. 처음에는 성당 정면 파사드만 덩그러니 남아 있어서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태풍과 화재로 뒤편이 모두 소실되어 지금은 정면 벽만 서 있는 상태였습니다. 여기서 파사드란, 건물의 정면 외벽을 의미하는 건축 용어입니다. 뒤에 아무것도 없는 정면 벽 하나가 혼자 서 있는 장면이 신기하면서도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관광객들이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 동안 저는 "뒤가 없다는 걸 알고 찍는 건지 모르고 찍는 건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걷다가 우연히 예쁜 문을 발견해서 밀고 들어갔더니 포르투갈풍 인테리어로 꾸며진 카페가 나왔습니다. 일부러 찾아간 게 아니라 그냥 문이 예뻐서 밀어봤더니 이런 공간이 나온 겁니다. 마카오가 좋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오밀조밀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뉴욕이 LA보다 좋은 이유가 한 군데 모여 있어서 걸어다닐 수 있기 때문이듯, 마카오도 주요 명소들이 걸어서 닿는 거리에 모여 있어서 차 없이도 충분히 여행이 됩니다. (출처: UNESCO 세계문화유산 마카오 역사 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