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여행 현실 (교통패스, 알프스 트레킹, 비용)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교통패스 한 장 끊었을 뿐인데, 그 자리에서 73만원이 빠져나갔습니다. 여행 시작한 지 채 한 시간도 안 됐는데 이미 지갑이 비명을 질렀고, 그날 하루가 끝날 무렵엔 100만원이라는 숫자가 현실로 찍혀 있었습니다. 스위스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이 글을 먼저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제가 직접 몸으로 때운 경험입니다.


스위스 교통패스 73만원 — 첫날부터 100만원이 사라졌다

제가 구입한 건 스위스 트래블 패스 4일권이었습니다. 여기서 스위스 트래블 패스란, 기차·버스·트램·유람선 등 스위스 대중교통 전반을 기간 내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통합 교통권입니다. 가격이 730,000원. 손에 쥐고 나서도 한참을 멍하니 쳐다봤습니다. 종이 한 장인데 이게 70만원이 넘는다는 사실이 눈으로 봐도 잘 믿기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동하면서 음식을 먹었는데, 바게트 빵 하나에 30,000원이 훌쩍 넘었습니다. 메뉴판을 봤을 때 순간 잘못 읽은 줄 알았습니다. 한국이랑 크게 다르지 않겠거니 막연하게 기대했던 제 안일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결국 하루가 끝날 때 계산해보니 첫날 지출이 딱 100만원이었습니다. 여행 전 아무리 '스위스 물가 비싸다'는 말을 들었어도, 직접 겪어보니 그 말이 얼마나 절제된 표현이었는지 알게 됐습니다.

  • 스위스 트래블 패스 4일권: 약 730,000원 (기차·버스·트램 등 무제한 이용)
  • 식비: 바게트 등 간단한 빵류도 30,000원 이상
  • 첫날 총 지출: 약 100만원

스위스 여행 비용에 대한 공식 정보는 출처: 스위스 관광청 공식 사이트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공식 안내보다 현장이 항상 더 냉정합니다.

요약: 스위스 교통패스 4일권 73만원 + 식비로 첫날에만 100만원 지출. 물가 충격은 예고편이 아니라 첫 장면부터 시작된다.

알프스 트레킹 15km, 6시간 — 구름에 가린 정상과 걸어야만 보이는 것

다음 날은 알프스 트레킹에 나섰습니다. 코스는 정상 부근 호수 5개를 순서대로 돌고 내려오는 루트로, 총 거리 약 15킬로미터에 소요 시간 6시간짜리였습니다. 여기서 이 코스란, 케이블카나 등산열차로 중간 지점까지 올라간 뒤 도보로 호수들을 연결해 걷는 방식입니다. 출발 전에는 '그래도 걸을 만하겠지' 싶었는데, 실제로 걷기 시작하자마자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았습니다.

제일 먼저 맞닥뜨린 건 날씨였습니다. 구름에 가려서 산 정상이 아무것도 안 보이는 상황이 됐습니다. 기대했던 설산 뷰는 온데간데없고 흰 구름 한 덩어리만 눈앞을 꽉 채우고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읽은 문장처럼, 껌을 흘릴 때 쭉 늘어나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뭔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비어 있는 그 묘한 황당함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계속 걸었습니다. 중간에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나 왜 이걸 걷고 있지?" 트레킹이 딱히 재미있는 활동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는 원래 자극적인 것에 익숙해서인지, 걷는 행위 자체만으로 만족하는 데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머릿속에는 걷는 내내 '고기를 어떻게 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가 맴돌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4번째 호수를 지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외국인들을 봤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사람들은 이 뷰를 못 보는 거구나. 자전거 속도로는 스쳐 지나가는 것들이, 두 발로 걷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장면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게 뭔지 딱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냥 걷는 사람만 가질 수 있는 무언가였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걸을 만합니다'라고 진심으로 생각했습니다.

참고로 구간 중 일부는 "여기서 떨어지면 최소 사망"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경사가 가팔랐습니다. 트레킹화 없이 일반 운동화로 갔다가는 체력보다 발이 먼저 항복할 수 있습니다. 알프스 트레킹 코스 정보는 출처: 스위스 모빌 공식 트레킹 안내에서 사전에 확인해보시는 걸 권합니다.

요약: 호수 5개를 도는 15km·6시간 코스, 구름에 가린 정상과 가파른 구간이 있지만 걸어야만 보이는 뷰가 존재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여행 비용 100만원, 그게 아깝지 않은 이유 — 실전에서 얻은 감각

스위스에서 4일을 보내고 나서 냉정하게 정리해봤습니다. 첫날 100만원, 그리고 그 이후로도 하루하루 비용이 한국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여기서 여행 비용을 단순히 돈으로만 환산하는 방식이란, 지출 금액을 체험 가치와 분리해서 보는 시각입니다. 그렇게 보면 스위스는 분명히 비쌉니다. 그런데 그렇게만 보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알프스 산 위에서 실제로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봤을 때, 솔직히 이게 실제인지 그림인지 구분이 안 됐습니다. 보고도 못 믿겠다는 감각, 그걸 처음 경험해봤습니다.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인상을 쓰게 됐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맛있으면 표정 관리가 안 된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고개를 돌릴 때마다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환경은 한국에서는 경험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아쉬운 것도 있었습니다. 트레킹 때 먹은 샌드위치는 소스가 하나도 없었고, 그 말인즉슨 별 맛이 없었습니다. 가격 대비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경우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스위스가 모든 면에서 돈값을 한다고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제가 내린 결론은 이겁니다. 스위스는 살면서 한 번쯤은 와봐야 하는 곳이라는 것. 이 여행이 17일 일정 중에 제가 가장 좋았다고 느낀 날이 됐습니다.

요약: 100만원짜리 첫날이었지만, 보고도 못 믿겠는 풍경과 감각적 경험은 단순 비용 계산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스위스는 한 번쯤 와볼 가치가 있는 여행지다.

스위스 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딱 두 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첫째, 첫날부터 통장 잔액을 확인할 각오를 하고 가야 합니다. 교통패스 73만원은 피할 수 없는 지출이고, 거기에 식비까지 더하면 하루 100만원은 현실입니다. 둘째, 그럼에도 알프스 트레킹은 해보시길 권합니다. 구름에 가려도, 다리가 무거워도, 먹은 샌드위치가 맛이 없어도, 걷는 사람만 볼 수 있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 장면 하나가 6시간을 합리화시켜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