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자카르타에서 발리까지 버스이동 (스위트클래스, 배환승, 솔직후기)

발리 가는 비행기를 알아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 가격이면 그냥 버스 타고 가면 안 되나?" 저도 정확히 그 생각을 했습니다. 근데 막상 검색해보면 정보가 없어서 그냥 비행기를 예매하게 되는 경우가 많죠. 저희는 족자카르타에서 발리까지 버스로 갔습니다. 18시간짜리 여정이었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 다시 할 수 있냐고 물으면 저는 "응, 재밌었어"라고 답할 것 같습니다. 밥도 맛있었고, 구름도 예뻤고, 뭔가 진짜 여행 같았거든요.


족자카르타→발리 버스, 실제로 얼마나 걸리나요

비행기로 가면 1시간 15분이면 도착하는 거리입니다. 저희는 버스로 18시간을 갔습니다. 여기서 "18시간"이란 단순히 도로 위를 달리는 시간이 아닙니다. 버스가 통째로 배에 실려 발리 섬으로 건너가는 시간까지 포함된 수치입니다. 목포에서 차를 실어 제주도로 가는 카페리를 생각하시면 거의 정확합니다. 한국으로 치면 개성에서 제주도까지 이동하는 느낌이랄까요, 시간으로 따지면 그 정도 스케일입니다.

저희가 족자카르타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서 버스에 탑승했을 때가 낮 12시쯤이었는데, 버스 기사분이 담배를 피우러 나가셔서 출발이 30분 가까이 밀렸습니다. 그래서 "18시간이 거리 때문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버스 안에서 들었습니다. 막히거나 기사분 쉬시는 시간까지 더하면 19~20시간까지도 늘어날 수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실제로 저희는 새벽 5시 반에 꾸따에 내렸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알아두셔야 할 점이 있습니다. 배에서 내리는 항구가 발리 북서쪽 끄닷 근처입니다. 여기서 꾸따나 우붓 같은 주요 여행지까지 버스로 한 시간을 더 달려야 합니다. 발리가 제주도 세 배에서 네 배 크기이다 보니, 섬에 들어왔다고 끝이 아닌 거죠.

  • 총 이동 시간: 약 18~20시간 (정류장 대기, 배 환승, 발리 섬 내 이동 포함)
  • 비행기 대비: 비행 1시간 15분 → 버스 18시간, 약 15배 차이
  • 항구 위치: 발리 북서쪽 도착 → 꾸따까지 버스로 추가 약 1시간
요약: 족자카르타→발리 버스는 배 환승 포함 18~20시간, 발리 북서쪽 항구 도착 후 목적지까지 1시간 추가 이동 필요합니다.

스위트 클래스 버스, 1인 54,000원에 이게 됩니까

18시간을 가야 하는데 좌석 등급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희는 탈 수 있는 가장 높은 등급인 스위트 클래스로 예약했습니다. 여기서 스위트 클래스란 일반 버스 좌석이 아니라 1~2층 구조에 개인 침대형 좌석이 배치된 프리미엄 등급을 말합니다. 1인당 가격이 54,000원 정도였습니다.

솔직히 처음 버스를 봤을 때 "괜찮네"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신발을 벗고 올라가는 구조였는데, 처음에 제가 쓰레기통에 신발을 넣는 실수를 했습니다. 쓰레기통이 신발장처럼 생겨서요. 버스 안에는 소변만 볼 수 있는 화장실이 있었고, 키 큰 분들은 누웠을 때 좀 답답하실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190cm 이상이면 꽤 불편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가장 놀라웠던 건 식사였습니다. 저희는 중간 휴게소에서 저녁을 받았는데, 에어컨이 나오는 식당 안에서 직접 차려진 현지식을 먹었습니다. 오이처럼 생긴 과일에 바나나까지 나왔습니다. 같은 테이블에 합석하신 분이 "인도네시아에서 먹은 음식 중 탑 3"라고 표현했을 만큼 맛이 좋았습니다. 저도 "이게 기사식당 느낌인데 왜 이렇게 맛있지"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새벽에 배를 타는 시점에 다시 한 번 치킨과 미고랭이 담긴 도시락이 나왔습니다. 합쳐서 식사가 두 끼 제공된 셈입니다.

54,000원에 이동 수단, 침대형 좌석, 식사 두 끼가 포함된 것입니다. 여행 경비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합리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출처: TripAdvisor 발리 여행 정보)

요약: 스위트 클래스 1인 54,000원으로 침대형 좌석과 식사 2끼가 포함됩니다. 가성비 면에서 충분히 고려할 만한 선택입니다.

버스가 배에 실린다는 것, 배환승 직접 경험해보니

밤 11시 반쯤 되었을 때 버스가 항구로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배 환승이란 버스 승객이 내려서 별도 여객선을 타는 방식이 아니라, 버스 자체가 화물처럼 배의 하부 갑판에 실리는 구조입니다. 버스가 통째로 배에 들어가면 승객은 버스에서 내려 배 위로 올라가야 합니다. 버스 안에 있으면 안 되는 방식이었습니다.

배 갑판에 올라가니 바깥은 완전히 어두웠습니다. "치육 같은 어둠"이라는 표현이 딱 맞을 만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멀리 보이는 불빛들은 전부 다른 배들이었습니다. 화장실은 있었는데 상태가 굉장히 날 것의 느낌이어서 들어가기 꺼려졌습니다.

저는 사실 그 시점에 다리가 심하게 부어 있었습니다. 저는 웃으면서 갑판을 돌아다니며 영상을 찍었는데, 속으로는 "나 지금 아프다고요"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아프면서도 여행자 본능이 이기는 순간이 있습니다.

배가 발리 섬에 접안하면 버스가 다시 배에서 내리고, 승객은 버스에 다시 탑승해서 최종 목적지까지 이동합니다. 이 전체 흐름이 인도네시아식 장거리 야간 버스의 구조입니다. (출처: Indonesia Tourism Official)

요약: 버스째 배에 실리는 방식이며, 승객은 갑판으로 올라가 대기 후 도착 시 다시 버스에 탑승합니다. 새벽 시간대라 갑판은 어둡고 바람이 셉니다.

18시간 버스, 탈 만한가요 — 솔직한 후기

꾸따에 도착해서 밥을 먹으면서 이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다음에 다시 와도 버스 타고 올래?" 저는 잠깐 생각하다가 "뭐, 기사 탈 래" 같은 식으로 얼버무렸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 버스 안에서의 시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제가 버스 창밖으로 본 장면이 세 가지 있습니다. 낮에 쫙 펼쳐진 논에서 밀레의 이삭줍기 그림처럼 일하는 농부의 모습, 몽글몽글한 구름, 그리고 노을. 그 세 가지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한국에서는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그냥 고속도로만 보이는데, 여기서는 창문을 볼 이유가 계속 생겼습니다.

다만 솔직히 드리는 주의사항도 있습니다. 한 자리에 오래 누워 있기 어려운 분들은 힘드실 수 있습니다. 저는 몸이 아팠던 것 빼고는 딱히 불편하지 않았지만, 수면 환경이 예민하신 분이라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 차내 화장실이 소변만 가능한 구조라 장거리 이동 중 불편함이 있을 수 있고, 물을 마시면 화장실이 가고 싶어지는 문제와 싸우게 됩니다. 저는 과자 사면서 "물 먹히는 과자는 사면 안 된다"고 진심으로 고민했습니다.

저희가 발리에 도착했을 때 새벽 5시 반이었습니다. 호텔 체크인이 안 되는 시간이라 로비 소파에 누워서 기다렸는데, 어디든 몸을 뉘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게 내 집 같았습니다. 그리고 발리 꾸따 첫 아침 공기를 마시면서 생각했습니다. 비행기로 왔으면 이 도착의 감동이 이만큼 컸을까. 발리는 사랑이었고, 18시간을 달려온 보람이 있었습니다.

요약: 수면에 예민하지 않고 창밖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분이라면 충분히 권할 만합니다. 비용 대비 경험의 밀도가 다릅니다.

족자카르타에서 발리까지 버스로 가는 건 분명히 비효율적인 이동 방법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 비효율 안에서 여행다운 장면들을 많이 봤습니다. 버스가 배에 실리는 장면, 새벽 갑판 위의 칠흑 같은 바다, 휴게소에서 합석한 낯선 분이 바나나를 건네주던 순간. 이런 것들은 1시간 15분짜리 비행기 안에서는 생기지 않는 장면들입니다. 이동 수단 자체가 여행이 되는 경험, 한 번쯤 해보셔도 후회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