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차횡단여행 (암트랙레일패스,뉴욕출발, 나이아가라버팔로윙)
솔직히 저는 미국 기차가 이 정도일 줄 몰랐습니다. 출발 전까지만 해도 "낡고 느리고 불편하다"는 막연한 선입견이 있었고, 정보도 충분히 찾지 못한 채 그냥 타버렸거든요. 그런데 기차 문이 열리는 순간, 제가 비즈니스 칸에 잘못 들어온 줄 알았습니다. 뉴욕에서 나이아가라까지 이동한 첫 암트랙 경험과, 도착 후 먹은 버팔로윙 한 접시까지. 제가 겪은 순서대로 써보겠습니다.
암트랙 레일패스, 어떻게 끊었나요?
저희가 선택한 건 USA 레일패스 10회권, 300달러짜리 프로모션 상품이었습니다. 여기서 레일패스란, 정해진 기간 내에 일정 횟수만큼 암트랙 노선을 자유롭게 탈 수 있는 정액권을 말합니다. 한 달 동안 10번 탈 수 있으니, 미국 횡단처럼 여러 구간을 이동해야 하는 여행자에게는 꽤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날 뉴욕에서 나이아가라로 가는 구간이 그 첫 번째 사용이었고요.
사실 예약 전에 걱정이 많았습니다. 미국 기차가 갈 만한 상태인지, 컨디션이 어떤지 후기를 제대로 못 찾았거든요. 그냥 탄 거였습니다. 그래서 기차에 올랐을 때 눈앞에 펼쳐진 좌석 간격을 보고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어요. 비즈니스 칸인가 싶어서 티켓을 다시 확인했는데, 그냥 일반석이었습니다. (출처: Amtrak 공식 레일패스 안내)
- 가격: 10회권 기준 300달러 프로모션 (한 달 유효)
- 좌석: 일반석임에도 앞뒤 간격이 매우 넓고 발받침 기능 있음
- 충전 단자: 좌석마다 콘센트 제공
- 와이파이: 끊김 거의 없이 9시간 내내 사용 가능
- 화장실: 출발 초반엔 깨끗하나, 7시간 이후부터 상태 나빠짐 — 가능하면 초반에 이용 권장
한 가지 재밌는 시스템도 있었는데, 승무원이 승객 하차역을 노란 포스트잇에 직접 써서 좌석 위에 붙여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정거장마다 복도를 돌며 포스트잇을 확인하고 "다음 역에서 내려야 해요" 하고 챙겨주더라고요. 굉장히 아날로그적인데 오히려 더 친절하게 느껴졌습니다.
뉴욕출발에서 나이아가라까지, 9시간이 어떻게 지나갔을까요?
지루할까봐 유튜브 영상을 오프라인으로 잔뜩 다운받아 뒀는데, 결국 한 번도 열지 않았습니다. 처음 4시간은 그냥 잠들어버렸고, 나머지 시간은 창밖을 보거나 인터넷을 하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가 가까워져 있었어요. 제가 뉴욕에서 49일을 살다 보니, 나무 한 그루 지나가는 것만 봐도 괜히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콘크리트 정글에서 너무 오래 살았나봅니다.
창밖으로는 강이 통째로 얼어붙은 풍경이 지나갔습니다. 뉴욕에서는 눈 쌓인 걸 한 번도 못 봤는데, 기차가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풍경이 확 달라지는 게 느껴졌어요. 기차가 멈출 때마다 "여기는 어딜까" 하고 창문에 얼굴을 붙이게 되더라고요. 절대 지나칠 일 없었을 미국의 작은 동네들을 눈에 담는 것, 그게 기차여행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가지 미리 알아두면 좋을 점은, 식당 칸에서는 뭔가를 주문한 사람만 앉을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식당 칸이란, 암트랙 열차 중간에 있는 카페테리아 형식의 칸으로, 간단한 식음료를 판매하는 공간을 말합니다. 저는 "미래 식량 수준으로 맛이 없다"는 후기를 미리 읽어둔 덕분에 쉽게 포기하고 자리로 돌아왔는데,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배가 고프면 뭐든 맛있어지니까요. (출처: Amtrak 열차 내 식음료 안내)
결국 1시간 연착이 생겨 총 10시간 반을 탔는데, 솔직히 짧은 편이라는 말이 이해가 됐습니다. 그만큼 좌석이 편하고 외부 풍경이 볼 만했다는 뜻이었어요.
나이아가라 도착 후 버팔로윙 원조 집, 진짜 맛있었을까요?
나이아가라역에서 내리자마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뉴욕은 고층 빌딩이 빽빽해서 하늘이 좁은데, 여기는 시야가 사방으로 뻥 뚫려 있었어요. 제일 높은 건물이 2층짜리인 것 같았습니다. 그 허허벌판 미국 느낌이 오히려 이국적으로 다가왔고, 우버 비용도 숙소까지 10달러 정도여서 뉴욕에서 매번 20~30달러씩 썼던 것과 비교하면 그냥 공짜처럼 느껴졌습니다.
숙소는 1박에 10만 원 초반이었는데, 들어가보니 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퀄리티였습니다. 겨울이 비수기인 나이아가라 특성상 호텔들이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었고,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수준의 방을 잡게 됐습니다. 저는 체크인하자마자 "여기 한 달 살기 문의해볼까"라는 생각이 진지하게 들었습니다.
그날 저녁에 버팔로윙 원조라는 식당을 찾아갔습니다. 여기서 버팔로윙이란, 뉴욕주 버팔로 지역에서 유래한 닭날개 요리로, 얇은 튀김옷에 핫소스 계열의 양념을 입힌 것이 특징입니다. 나이아가라와 버팔로는 차로 30분 거리라 그냥 같은 생활권이나 다름없었고, 그 원조 집의 분점이 나이아가라에 있었던 거예요. 평점이 생각보다 낮아서 기대를 많이 접었는데, 정작 먹어보니 제가 미국에서 먹은 것 중에 가장 맛있었습니다.
버팔로윙은 교촌치킨보다 훨씬 얇은 튀김옷에 새콤한 핫소스가 묻혀 있는 스타일이었고, 피자는 한 토막 먹으니까 배가 불러서 더 못 먹을 정도였습니다. 맥주까지 곁들여서 둘이서 먹었는데 최종 금액은 약 85,000원. 뉴욕에서라면 같은 메뉴에 훨씬 더 나왔을 텐데, 이 정도면 확실히 저렴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날 얼마나 맛있었는지가 여행 전체의 감정 상태와도 무관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오전 5시에 일어나 짐 싸고 10시간 기차 타고 낯선 도시에 내렸을 때의 그 허기와 해방감이 음식 맛을 두 배로 올려줬을 거예요.
한 달 기차 횡단,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으냐고요?
이번 첫 구간을 타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걱정이 무색했다는 것입니다. 암트랙이 낡고 불편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웬만한 더러운 숙소보다 기차 안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긴 이동 시간이 고역이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이동 자체가 여행이 됐습니다. 앞으로 대부분의 구간은 밤 기차를 타며 하루 이상을 기차 안에서 보내게 될 텐데, 이제는 그게 전혀 두렵지 않습니다.
반면에 숙박비는 계속 신경을 써야 할 부분입니다. 미국은 전체적으로 숙박비가 높아서, 10만 원 초반대 숙소를 찾는 게 도시마다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번 나이아가라처럼 비수기나 프로모션을 잘 활용하는 것이 한 달 예산을 지키는 핵심이 될 것 같습니다. 레일패스 10회권으로 10개 구간을 연결하면서, 이동 비용은 고정시키고 숙박비에서 최대한 아끼는 전략이 지금으로선 가장 현실적입니다.
다음은 나이아가라 폭포를 직접 눈으로 보고, 밤 기차를 타고 시카고로 이동합니다. 꿈에서 이미 한 번 봤는데 실제로는 어떨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 모르는 느낌이, 지금 이 여행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