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삼척 여름 여행 (장호항, 스노클링, 쏠비치)
동해바다 여행이라고하면 강원도 강릉이나 양양부터 떠올리는 분들이 많은데, 삼척 장호항을 다녀온 뒤로 저는 그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수심 얕고 물 맑고 물고기까지 보이는 곳이 강원도에 있다니,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과장을 좀 보태서 더 이상 해외로 호핑투어를 갈필요가 있나싶을 정도였습니다. 이번 여행은 삼척 장호항과 용화해변에서 스노클링을 즐기고, 쏠비치 삼척에서 하룻밤을 묵은 여정입니다.
장호항, 국내에서 스노클링이 가능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국내에서 자연 스노클링이 가능한 해변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스노클과 마스크를 이용해 수면 가까이에서 바닷속을 관찰하려면 조건이 맞아야 합니다. 투명도가 높은 수질, 얕은 수심, 그리고 파도가 세지 않은 환경입니다. 장호항은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충족합니다. 삼척 시내에서 남쪽으로 약 25km 거리에 위치한 장호해변은 항구를 끼고 있어 파도가 방파제 안쪽에서 상당히 잠잠해집니다. 제가 직접 들어가 봤는데, 발 아래 바닥이 훤히 보일 만큼 투명도가 높았습니다. 수중 가시거리는 맑은 날 기준으로 꽤 깊이까지 확보됩니다. 쉽게 말해, 마스크 없이 눈을 뜨고 들어가도 바닥 바위와 물고기가 보일 정도입니다. 다만 한 가지 반드시 짚고 넘어갈 점이 있습니다. 장호항 해저는 모래가 아닌 바위와 돌이 많은 구조입니다. 맨발로 들어갔다가는 발이 쓸립니다. 아쿠아슈즈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습니다. 제가 처음 갔을 때 그냥 슬리퍼 차고 들어갔다가 발바닥에 꽤 신경을 썼던 기억이 납니다. 장비를 현장에서 대여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구명조끼와 스노클 세트는 미리 챙겨가시는 걸 권장합니다. 장호항이 '한국의 나폴리'라는 별명으로 불린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솔직히 과장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실물을 보니 납득이 됩니다. 항구 주변 언덕, 청록색 바다, 그리고 잔잔한 파도의 조합이 어딘가 이국적입니다. 2004년부터 장호어촌체험마을로 지정되어 체험 활동도 운영되고 있으며, 주차장·야영장·샤워장 등 기본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어 당일치기나 캠핑 여행자 모두에게 적합합니다.
용화해변, 장호항과 또 다른 스노클링 포인트
장호항 스노클링을 마치고 바로 옆 용화해변으로 이동했습니다. 두 해변이 걸어서 이동 가능한 거리에 있어서, 같은 날 두 곳을 비교해보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분위기가 꽤 다릅니다. 용화해변은 반달형 해안선을 가진 아담한 해수욕장입니다. 백사장 길이가 약 1km 정도로 큰 편은 아니지만, 뒤쪽으로 송림이 우거져 있고 옆으로 용화천이 흘러 담수욕도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짠 바닷물에 지쳤을 때 개운하게 헹굴 수 있어서 아이 동반 가족에게 특히 반응이 좋습니다. 장호항과 비교했을 때 용화해변은 수심이 1~1.5m로 얕고, 파도도 낮아 아이들이 뛰놀기 훨씬 편한 구조입니다. 반면 스노클링 관점에서는 장호항이 우위입니다. 용화해변은 모래 바닥과 암반이 섞여 있어 바위 근처에서는 물고기가 제법 보이지만, 항구의 방파제가 없어 물살이 세다보니 수중 투명도가 장호항보다 조금 낮게 느껴졌습니다. 아무래도 파도와 모래 입자가 섞이면서 자연히 시야가 좁아진것같습니다. 용화해변에서 주목할 만한 액티비티는 스노클링 외에도 있습니다. 삼척해양레일바이크가 이곳 용화역에서 출발하며, 삼척해상케이블카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제가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다본 용화해변은 지상에서 볼 때와는 완전히 다른 그림이었습니다. 반달 모양이라는 표현이 위에서 보면 정말 실감납니다. 레일바이크 코스가 다른 지역보다 길어 궁촌정거장까지 운행된다는 점도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는 플러스 요소입니다. 두 해변을 한 번에 묶어 방문할 때 효율적인 동선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먼저 오전에 장호항에 도착하여 스노클링 장비를 대여하고, 빛이 수직으로 들어와 수중 가시거리가 가장 좋은 오전에 방파제 안쪽에서 스노클링을 즐깁니다. 그리고 장호항 인근 횟집에서 점심을 먹고 용화해변으로 이동하여 해수욕과 두번째 스노클링포인트에서 물놀이를 즐긴 뒤 삼척해양레일바이크 또는 해상케이블카 탑승하여 노을을 감상하는 코스를 권하고 싶습니다.
쏠비치 삼척, 숙소 선택이 여행의 질을 바꿉니다
삼척쏠비치에서 묵기로 했을 때 주변에서 "거기 좀 비싸지 않아?"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금액 대비 납득할 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쏠비치 삼척은 그리스 키클라데스 건축 양식을 모티브로 설계된 리조트입니다. 키클라데스 양식이란 에게해 섬 지방 특유의 하얀 벽면과 파란 지붕이 어우러진 건축 스타일을 뜻합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산토리니 사진 속 그 풍경입니다. 실제로 옥상 광장에 올라가면 하얀 구조물과 파란 하늘, 그리고 동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포카리스웨트 광고 세트장 같다는 표현이 딱 맞습니다. 제가 직접 올라가 봤는데, 낮과 밤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서 두 번 다 올라가게 됩니다.프라이빗 비치는 쏠비치 투숙 고객 전용으로 운영됩니다. 성수기 기준으로 일반 해변과 달리 한산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입니다. 실제로 묵어보니 오전 시간에는 거의 조용했습니다. 시설 노후화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부 리조트 동 내부 시설이 개관 이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건 여러 방문객들 사이에서도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부분입니다. 다만 서비스 편의성, 조식 퀄리티, 그리고 무엇보다 리조트 바로 앞 해변이라는 입지는 대체재를 찾기 어렵습니다. 겨울에도 일출이 아름답다는 리뷰가 많은데, 제 경험상 새벽에 산책로를 걸어 해돋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숙박비가 아깝지 않았습니다.
쏠비치 주변에는 촛대바위,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등 추가 볼거리도 있으니 1박 2일 일정이라면 충분히 채울 수 있습니다. 삼척은 강릉이나 속초에 비해 여행자 인프라가 조금 덜 정비된 느낌이 있습니다. 그게 단점이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덜 붐비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가 평일에 장호항을 방문했을 때, 성수기임에도 자리 경쟁 없이 여유롭게 물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동해 여름 평균 수온은 23~25°C 내외로, 냉수대가 형성되는 시기에는 일시적으로 더 낮아질 수 있습니다. 스노클링 도중 갑자기 차가운 구역을 만날 수 있어 장시간 입수 시 방한에 유의해야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래시가드는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삼척 시내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캠핑장으로 이동하는 동선도 유효합니다. 장호비치캠핑장이 해변 바로 옆에 있어 스노클링과 캠핑을 결합한 여행도 가능합니다. 이 경우 숙박비 부담을 줄이면서 장호항과 용화해변을 여유 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