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여행 (만휴정, 봉정사, 월영교)
가끔은 주말에 조용한 데 가서 쉬고 싶다고 생각해본적있다면 경북 안동으로 향해보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별다른 계획 없이 향한 안동에서 만휴정, 봉정사, 월영교를 하루에 돌아봤는데, 알려진 것과 직접 가본 것 사이에 꽤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게 바로 힐링여행이지 싶은 순간이었습니다.
만휴정, 드라마 촬영지가 된 데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만휴정 하면 대부분 미스터션샤인 촬영지라는 말을 먼저 떠올립니다. 저도 그 이미지만 갖고 갔는데, 막상 도착하고 나서 든 첫 생각은 꽤나 깊은 산속에 있었구나싶었습니다. 주차장에서 걷다 보면 계곡 소리가 먼저 들리고, 그 소리를 따라가면 외나무다리가 나옵니다. 그 다리를 건너야 비로소 만휴정이 눈에 들어오는데, 이 동선 자체가 하나의 연출처럼 느껴졌습니다. 만휴정은 조선 초 문신 김계행 선생이 1500년에 지은 정자입니다. 만휴란 말 그대로 '늦게 쉰다'는 뜻으로, 연산군 폭정을 피해 낙향한 뒤 조용히 여생을 보내려 지은 공간입니다. 저는 단순히 예쁜 정자겠거니 했는데, 이 배경을 알고 나서 보니 정자가 자리한 위치부터 달리 읽혔습니다. 길에서 보이지 않고, 계곡 깊숙이 숨어 있는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일반적으로 드라마 촬영지라고 하면 세트처럼 꾸며진 장소를 상상하기 쉬운데, 만휴정은 그 반대였습니다. 500년 넘은 공간이 자연 속에 그냥 있는 거였습니다. 한 가지 실용적인 정보를 드리면, 입장료가 생겼습니다. 예전 후기들에는 무료라고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지금은 유료입니다. 대신 입장권을 사면 재생 쓰레기봉투를 같이 줍니다. 관광지에서 쓰레기 관리를 이런 방식으로 한다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용 가능 시간은 화요일 휴무, 수목요일은 오후 4시 30분까지, 금요일부터 월요일은 오후 5시까지입니다. 이 부분은 꼭 미리 확인하고 가시길 권합니다. 외나무다리는 폭이 좁아 사진 찍는 사람들이 몰리면 대기가 생깁니다. 평일 오전이 한산합니다. 물의 흐름과 물의 양이 많을 때 가야 폭포와 계곡이 제대로 보입니다. 장마 직후나 초여름이 최적입니다.
봉정사 , 교과서에서 보던 것을 실제로 마주하는 경험
교과서 또는 수험서에서 배운 기억이 있는 봉정사를 실제로 보러 가게될거라고 쉽게 생각해본적 없었습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 극락전은 고려시대에 지어진 건물로, 주심포 양식으로 만들어졌다고 배웠습니다. 극락전은 국가문화유산포털(문화재청)에 국보 제15호로 등재되어 있으며, 2018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도 지정되었습니다. 제가 직접 가보고 놀란 건 건물의 크기가 아니라 분위기였습니다. 거대하고 웅장한 절을 기대했는데, 봉정사는 오히려 아담하고 조용했습니다. 경내에 들어서면 대웅전(국보 제311호)과 극락전이 서로 다른 시대의 양식으로 나란히 서 있는데, 그 대비가 묘하게 인상적입니다. 같은 절 안에서 고려 양식과 조선 양식을 동시에 보는 경험은 흔치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절은 조용히 참배하는 공간이라 여기는 분들도 있는데, 봉정사는 법당 내부가 개방되어 있어 안까지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보물 제1614호로 지정된 후불벽화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점도 다른 절과 구별되는 부분입니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미리 공부하고 방문하면 보이는 것마다 체험 학습이 되는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책에서만 그림과 활자로 보던 것을 실제 오감으로 경험해보니 어떤것보다도 학습효과가 뛰어난것같습니다. 가족여행으로 자라나는 아이들과 방문하는 것을 강력히 권장하는 부분입니다. 봉정사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니, 하루를 묵으며 천천히 둘러볼 여유가 있는 분들에게는 그 쪽도 권할 만합니다.
월영교 , 낮에도 밤에도 두 번 방문할 가치가 있습니다.
월영교는 안동에서 야경 명소로 워낙 유명합니다. 밤에 조명이 켜지면 달빛이 수면에 반사되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실제로 저도 저녁에 맞춰 방문했습니다. 야경은 정말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튿날 낮에 다시 지나치면서 다리 위를 걸어봤을 때, 낮의 월영교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걸 알았습니다. 낮에는 낙동강과 주변 산세가 한눈에 보이고, 다리 구조 자체의 선이 훨씬 잘 보입니다. 월영교는 길이 387미터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목재 보도교입니다. 이 다리의 이름과 형태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조선시대 이응태라는 사람이 31세에 세상을 떠났는데, 그의 무덤에서 아내가 쓴 한글 편지와 함께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짠 미투리가 발견되었습니다. 먼저 간 남편 곁에 신발을 놓아두려 했던 아내의 마음. 월영교의 외관이 그 미투리 한 켤레의 형태를 모티프로 삼았다고 합니다. 이 사연을 알고 다리를 건너면 발걸음이 달라집니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 외에 문보트 체험도 있습니다. 달 모양 조형물을 단 배를 타고 강 위에서 월영교를 바라보는 방식인데, 낮보다는 야간 조명이 켜진 이후에 타야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다만 배 탑승 서비스 관련해서 불친절하다는 후기가 간혹 있어서, 현장에서 직원 응대가 좀 아쉬울 수도 있다는 점은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제 경험상 기대치를 조금 낮추고 가는 게 나았습니다. 월영교 주변에는 카페들이 꽤 모여 있습니다. 달 모양 인테리어를 한 카페도 있어서, 야경을 보고 나서 따뜻한 음료 한 잔 하기에 좋은 동선입니다. 주차는 가능하고 화장실도 있으며 상시 개방이라 시간 제약 없이 방문할 수 있습니다. 안동 시내에 있어 접근성도 세 곳 중 가장 좋습니다.
만휴정, 봉정사, 월영교를 하루에 다 돌아보는 건 욕심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해보니 가능했습니다. 오전에 만휴정, 점심 전후로 봉정사, 저녁에 월영교 야경으로 마무리하는 흐름이 자연스럽습니다. 세 곳 모두 "고즈넉하다"는 말로 묶이지만, 각각의 결은 꽤 다릅니다. 만휴정은 자연 속 사색의 공간, 봉정사는 시간이 멈춘 듯한 역사의 공간, 월영교는 사연이 담긴 낭만의 공간. 안동을 처음 가는 분이라면 이 세 곳만으로도 충분히 안동다운 하루가 됩니다.
참고: https://korean.visitkorea.or.kr/detail/ms_detail.do?cotid=c5ea6ff8-ebfc-4bda-af4a-ffbf48cbe21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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