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동해 여행 (무릉별유천지, 라벤더축제, 추암촛대바위)

강원도에는 수많은 폐광지가 있고 드라마 촬영지 등 새로이 관광지로 탈바꿈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중에 꽃밭이 된 케이스가 바로 동해에 있었습니다. 시멘트 원료를 캐던 채석장이 에메랄드빛 호수와 라벤더 정원으로 바꿔 놓았더니 회색빛 동네에 알록달록 짙은 색감으로 생동감 넘치는 무릉별유천지를 직접다녀와봤습니다.


폐광재생을 복원해 무릉별유천지 탄생

무릉별유천지는 50년 넘게 시멘트 석회석 원료를 공급하던 채굴장이 모태입니다. 단순히 훼손된 땅을 원상태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기존 지형의 특성을 살려 깎이고 파인 절개지를 메우지 않고 그대로 살렸고, 물이 고인 채굴 웅덩이는 청옥호와 금곡호라는 이름의 호수가 됐습니다. 32만 평이라는 규모 자체가 압도적입니다. 처음 입장했을 때 "이게 다 한 공간이야?" 싶었는데, 걸어서 전부 돌아보려다간 시작부터 무릎이 시큰거리기 시작합니다. 무릉별 열차를 이용할수있는데, 올라갈 땐 열차나 셔틀버스를 타고, 내려올 땐 경치를 눈에 담으면서 걷는 코스가 저한테는 가장 좋았습니다. 청옥호는 에메랄드빛, 금곡호는 수채화처럼 맑은 초록빛으로 서로 다른 색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드라마 펜트하우스3의 촬영지로도 쓰인 청옥호를 열차 안에서 내려다봤을 때, "여기가 정말 우리나라 맞나"라는 말이 저도 모르게 나왔습니다. 흐린 날씨에도 그 정도였으니, 맑은 날이라면 말 다했겠죠. 폐광지 복원 성공 사례로 무릉별유천지가 자주 언급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과거 경제 활동의 흔적을 문화·관광 자원으로 재해석해서 채굴 현장의 쇄석장과 거대한 석회 절벽을 그대로 노출시켜 역사적 맥락을 남겨뒀다는 점이 다른 테마파크와 결정적으로 다릅니다.


라벤더축제, 직접 가본 사람만 아는 현실 팁

2026년 라벤더축제는 6월 13일부터 21일까지 9일간 열립니다. 운영 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이며, 야간 개장은 별도 공지 예정입니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6,000원이고, 강원도민은 50% 할인, 평일에는 동해시민은 무료입니다. 주차료는 무료로 바뀌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라벤더 정원은 크게 두 구역으로 나뉩니다. 아래쪽 꽃밭은 접근이 쉬운 만큼 사람이 몰리고, 위쪽 꽃밭은 청옥호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구도가 나와서 제 눈에는 훨씬 예뻤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적으니 당연히 더 좋을 수밖에요. 대부분의 분들이 아래쪽에서 사진 찍고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열차 타고 위까지 올라가는 수고를 들이면 완전히 다른 그림이 펼쳐집니다. 주차는 2주차장을 목표로 하세요. 라벤더밭과 가깝고, 1주차장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줄이 상당히 길어집니다. 저는 2주차장에서 10분 정도 대기하고 진입했습니다. 기다리는 시간이 아깝다면 오픈하기 전에 일찌감치 도착하는게 정답입니다. 사진 의상은 흰색이나 밝은 노란색 계열을 추천합니다. 보라색 배경과 대비가 잘 돼서 인생샷을 남기기에 좋습니다. 현장에는 여러가지 어트랙션도 이용할수 있습니다. 오프로드루지, 알파인코스터 등, 무서운 걸 잘 못 타는 분들도 즐길 수 있는 난이도라서 공포증이 있는게 아니라면 한번쯤타보기를 권하는 편입니다.  전망 카페의 시멘트 아이스크림은 필수입니다. 흑임자 맛에 삽 모양 스푼, 위에 살짝 구운 마시멜로까지 올라갑니다. 맛도 달달하고 컨셉이 완벽한데, 좌석이 워낙 부족해서 밖으로 나와 스탠딩 테이블에서 먹는 게 현실입니다. 그게 또 나름대로 운치 있습니다. 벌이 많다는 건 솔직히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라벤더 꽃이 활짝 피는 시기인 만큼 꿀벌이 어마어마하게 모여있습니다. 벌레를 심하게 무서워하거나 알레르기가 있는 분은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추암촛대바위, 라벤더 향기 뒤에 기다리는 동해 바다

무릉별유천지에서 차로 이동하면 닿는 추암 해변은 라벤더 정원과는 완전히 다른 결의 풍경입니다. 이곳이 애국가 첫 소절 배경 화면으로 사용된 곳이라는 걸 아는 분들도 있고, 모르는 분들도 많은데, 직접 서보면 왜 그 장면으로 선택됐는지 바로 이해가 됩니다. 촛대바위는 파도의 침식 작용으로 암석 해안에서 기둥 형태로 남겨진 해식주로, 강한 파도가 수백만 년에 걸쳐 주변 암석을 깎아냈고, 단단한 부분만 남아 지금처럼 하늘을 찌르는 모양이 됐습니다. 지질학적 의미를 몰라도 그냥 눈앞에 서 있으면 그 존재감이 상당합니다. 촛대바위 아래로 내려오면 추암 해수욕장의 백사장이 이어집니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고운 모래가 만나는 지점에서 바라보는 파도 소리는, 아까까지 라벤더 향기 속에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환기를 줍니다. 꽃밭에서 얻은 시각적 포화 상태를 바다가 한 번 씻어내는 느낌이랄까요. 출렁다리를 건너며 바위와 바다를 함께 조망하는 코스까지 더하면, 하루 일정으로 이보다 밀도 높은 동해 코스를 짜기가 쉽지 않습니다. 무릉별유천지를 먼저 보고 추암 해변으로 이동하는 순서가 저는 더 좋았습니다. 반대로 가는 분들도 있는데,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오전 일정과 이동 동선을 고려해서 결정하면 됩니다. 다만 저는 라벤더 정원을 오전에 돌고, 오후에 바다에서 노을과 함께  추암바위를 구경하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무릉별유천지는 "폐광지가 이렇게 될 수 있구나"라는 걸 몸으로 확인시켜 주는 공간입니다. 라벤더꽃이 지고 나도 호수와 절벽과 열차는 남으니, 꼭 축제 기간이 아니더라도 갈 이유가 충분합니다. 다만 라벤더가 절정인 6월은 확실히 다릅니다. 색이 진하고 향이 짙을 때의 경험은 사진으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진한 라벤더 향기와 함께 벌이 윙윙대는 소리를 더하면 생동감을 이루말할수가 없습니다. 추암 촛대바위와 묶어 하루 코스로 짜면 알찬 동해 여행이 됩니다. 6월 13일부터 21일, 이 일정 안에 하루를 비워두는 걸 권합니다.


참고: https://dhfesta.or.kr/dhlf/guide.php?pnum=g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