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힐링여행 (얀바루국립공원, 이리오모테이시가키, 미야코섬)

저는 오키나와를 처음 계획할 때 한국에서 가깝고 항공권 가격도 적당하니까 "나하에서 남들가는 여행지만 좀 보다 오면 되겠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얀바루 국립공원, 이리오모테이시가키, 미야코섬을 직접 다녀오고 나서야 오키나와가 얼마나 깊이가 다른 곳인지 깨달았습니다. 단순 휴양지로 알고 갔다가 야생 탐방가가 되어 돌아온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얀바루 국립공원 — 역동적인 활동을 원한다면 "맹그로브 카누" 

일반적으로 얌바루 국립공원은 그냥 드라이브하며 경치 보는 곳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갔는데, 실제로 가보니 체력 소모가 제 예상의 두 배는 됐습니다. 특히 게사시만의 맹그로브숲 카누 투어는 앉아서 편히 노 젓는 체험이 아니라, 조류를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구간이 꽤 있어서 팔이 제대로 타들어갔습니다. 그래도 카누를 타며 수면 위로 올라온 맹그로브 뿌리를 가까이서 보는 경험은 다른 데서 절대 못 합니다. 10헥타르 이상을 뒤덮은 이 숲이 오키나와 본섬 최대 규모라는 사실이, 노를 저으며 숲 깊이 들어갔을 때 비로소 체감이 됐습니다. 히지 폭포 쪽 등산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완만한 트레일이라는 소문과 달리, 습도가 80%를 넘는 아열대림에서 걷는 건 평지 걷기와 차원이 다릅니다.  제 경험상 이런 환경에서는 평소보다 물을 1.5배 이상 챙기는 게 맞습니다. 폭포 도착 직전에 물이 다 떨어져서 꽤 고생했거든요. 헤도곶은 드라이브 코스로는 진짜 압도적입니다. 동쪽 해안 도로를 타고 올라가면 카르스트 지형과 남중국해가 동시에 펼쳐지는데, 뾰족하게 솟은 석회 절벽 아래로 에메랄드빛 바다가 깔리는 장면은, 카메라보다 눈으로 담아야 제대로 느껴지는 종류의 풍경이었습니다. 참고로 버스 노선이 없으므로 렌터카는 필수입니다.


이리오모테이시가키 국립공원 — 호핑 투어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리오모테이시가키 국립공원은 이시가키항 터미널에서 쾌속선을 타고 다케토미섬까지 15분이라는 말만 믿고 느슨하게 일정을 짰더니, 페리 시간표를 놓쳐서 오후 일정이 통째로 날아갔습니다. 하루 편수가 정해져 있어 시간 관리가 핵심입니다. 다케토미섬에서 탄 물소 마차 투어는 그 어떤 투어보다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마부가 산신이라는 오키나와 전통 현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동안, 물소가 붉은 기와 마을 사이를 천천히 걷는 그 템포가 제 여행 전체에서 가장 힐링이 됐던 순간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커플 여행에 적합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옆에서 보기에는 가족 단위 분들의 만족도가 오히려 더 높았습니다. 길이 완전히 평탄하고 특별한 체력이 필요 없으니까요. 이리오모테지마의 마리유두 폭포는 유람선과 도보를 조합해서 접근합니다. 우라우치강 유람선으로 정글과 맹그로브 숲을 지나 군카니와에서 내린 뒤, 오솔길을 30분 정도 걷습니다. 그 안에서 들리는 새소리와 물소리가 조합되는 경험은, 솔직히 어떤 스파 패키지로도 대체할 수 없었습니다. 이시가키지마의 가비라만은 세키세이 석호와 함께 이 공원의 핵심입니다. 유리 바닥 보트를 타고 산호 군락 위를 지나가는데, 북반구에서 가장 오래된 푸른 산호 군락이 실제로 보일 때는 입이 떡 벌어져 말이 안 나왔습니다.

이시가키 여행 시 필요한 정보를 정리하자면, 만타 포인트 다이빙 성수기는 4~10월이며, 한국어 가이드 운영 샵이 있어 일본어 몰라도 문제없습니다. 페리 결항 리스크가 있으므로 태풍 시즌(7~9월)에는 예비일 하루를 반드시 추가해야 합니다. 이시가키 본섬 + 주변 섬 호핑 일정은 최소 4박 5일, 하테루마 포함 시 7일 이상 확보가 적정선입니다. 렌터카는 권장 수준이지만, 한국 면허증과 일본어 번역본(국제운전면허증과 병행)을 함께 챙겨야 합니다.


미야코섬 —미야코 블루

솔직히 저는 "미야코 블루"라는 표현이 관광용 마케팅 문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이라부 대교 위에 올라서는 순간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다리 양쪽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투명한 바다는, 제가 지금까지 본 어떤 바다색과도 다른 농도였습니다. 비행하는 것 같다는 표현이 진부하게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 그 위를 달려보면 그 말 외에 달리 설명이 안 됩니다. 미야코섬은 이시가키와 비교해서 이동의 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이시가키가 "섬 사이를 건너다니는 호핑형 여행"이라면, 미야코섬은 이라부섬·시모지섬·구리마섬·이케마섬이 이미 교량으로 연결돼 있어서 렌터카 하나로 사실상 전체 생활권을 하루에 돌 수 있습니다. 이 구조 덕분에 태풍 시즌에는 미야코섬이 훨씬 안정적입니다. 이시가키에서 페리가 결항되면 본섬에만 발이 묶이는 것과 달리, 미야코섬에서는 교량이 연결된 인근 섬까지는 계획대로 움직일 수 있거든요. 요나하 마에하마 비치의 모래 질감은 제 경험상 오키나와 전체에서 탑 수준이었습니다. 고운 백사장이라 맨발로 오래 걸어도 발이 아프지 않았습니다. 열대 식물원에는 1,600여 종의 초목이 있다는 설명을 들었는데, 솔직히 그 수보다는 그늘이 완벽하고 벤치가 군데군데 있어서 더위를 피해 쉬기 좋았다는 점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히라라 시내의 인두세석은 1.4미터 높이의 돌로, 과거 세금 징수 기준으로 쓰였다는 설명이 흥미로웠습니다. 이 돌보다 키가 크면 세금 낼 나이라는 기준이었다니, 행정의 방식이 지금과 얼마나 다른지를 눈으로 확인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세 곳을 모두 다녀온 결론은 이렇습니다. 얀바루 국립공원은 자연 탐방 의지가 있는 분에게, 이리오모테이시가키는 바다와 야생을 동시에 원하는 분에게, 미야코섬은 진짜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은 분에게 맞습니다. 저처럼 처음부터 세 곳 다 넣으려 하면 일정이 빡빡해지니, 여행 목적을 먼저 정하고 한두 곳을 깊게 가는 쪽을 권하고 싶습니다.